“러와 전쟁 원치 않는다”…폴란드 대통령, 마크롱 사칭전화에 속내 털어놔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AP 연합뉴스

폴란드 동부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 미사일이 떨어진 날 밤, 한 러시아인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사칭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두다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전쟁에 대한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22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BBC 등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 코미디언 보반과 렉서스는 인터넷을 통해 두다 대통령과의 통화 녹음을 공개했다. 이후 폴란드 대통령실은 두다 대통령이 지난 15일 마크롱 대통령 사칭범과 통화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약 7분30초 간 이어진 통화에서 두다 대통령은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밝혔다. 두다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이 안보 위협에 직면했을 때 협의할 수 있도록 하는 나토조약 4조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두다 대통령은 상대가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미사일 타격을 러시아 책임으로 보고 있는가”라고 묻자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두다 대통령은 “내가 러시아와의 전쟁을 원한다고 생각하는가”라며 “에마뉘엘, 저를 믿으세요. 저는 특히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전쟁을 하고 싶지 않다”며 “각별히 조심하고 있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폴란드 대통령실은 “두다 대통령이 통화를 이어가던 중 상대가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대화를 진행하는 것을 느끼고 사기 시도가 있었을 가능성을 알아챈 후 통화를 종료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현재 사칭 전화를 건 이들이 어떻게 대통령과 통화할 수 있는 연락처를 얻게 되었는지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5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 에너지 시설을 겨냥해 대규모 공습을 펼친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맞닿은 폴란드 동부 프셰보두프 마을에 미사일이 떨어져 농민 2명이 사망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으나, 나토는 우크라이나 방공 미사일이 오폭된 것이라고 잠정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