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포르도 핵시설, 60% 우라늄 농축···서방에 반발
이란이 자국 내 미신고 핵물질 관련 조사를 촉구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결의안에 반발해 고농도 우라늄 농축 수준을 더욱 높였다.
파르스통신은 22일(현지시간) 이란이 포르도 지하 핵시설에서 개량형 원심분리기 ‘IR-6’를 이용한 농도 60% 농축 우라늄 생산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IAEA 또한 이란으로부터 농축 수준을 확장할 것이란 취지로 이 같은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IR-6는 이란이 2015년 서방과 체결한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따라 사용이 금지돼 있다. 허용된 원심분리기 초기 모델 IR-1보다 농축 속도가 약 10배 빠르다고 알려졌다. 핵합의에 따르면 포르도 핵시설 또한 우라늄 농축을 할 수 없고 나탄즈에서만 농축을 할 수 있지만, 2018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합의를 폐기하면서 이란은 IR-6 사용을 재개했고 포르도에서도 우라늄 농축에 나섰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 노력을 중단하는 대가로 대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것이 핵합의의 골자였는데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자 이란은 이에 맞서 IAEA 사찰을 제한하고 우라늄 농축 농도를 높인 것이다.
이날 이란의 결정은 앞서 IAEA 이사회가 이란에 미신고 핵물질 관련 조사를 촉구한 것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IAEA 이사회는 지난 17일 이란 내 미신고 장소 3곳에 대한 핵물질 조사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IAEA가 지목한 지역은 투르쿠자바드, 마리반, 바라민으로 알려졌다. 과거 이스라엘이 이란의 비밀 핵 활동 장소로 꼽은 곳들이다. 이란 원자력청(AEOI)은 IAEA에 서한을 보내 “IAEA 이사회 결의안 채택에 대한 단호한 대처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이미 다른 지역에서도 60% 농도로 우라늄 농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무기 등급 물질에 필요한 농도 90%에는 모자라지만, 핵합의 이전 생산 농도인 20%보다 훨씬 높다. 핵합의는 우라늄 농축 농도를 3.67%로 제한했다. 나탄즈에서는 원심분리기를 최신형 모델로 교체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원심분리기 IR-2m과 IR-4에 가스 주입이 시작됐다고 전했다.
앞서 이란은 IAEA 결의안이 “미국과 유럽 3국(영국·프랑스·독일)에 의해 주도된 것이며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있다”고 반박한 바 있다. 나세르 칸아니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21일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완전히 평화 목적”이라며 “근거 없는 의혹에 대해 이란은 강력한 보복 조치를 시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나탄즈 핵시설에서 이미 진행하고 있는 60% 농축 우라늄 생산 속도를 더 높이겠다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이란은 핵합의를 부활시키기 위해 논의를 진행해 왔으나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회담이 9월 이후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란이 반정부 히잡 시위를 진압하고 러시아에 드론을 판매하면서 핵합의 부활은 미국의 초점에서 멀어졌다”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우리는 외교적인 해결을 선호하지만 모든 선택지는 열려있다”고 밝혀 군사적 대응도 가능함을 암시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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