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 포커스] 활력 떨어지는 '7년전 신약'…크리스탈지노믹스, 핫팩 회사 될라

이광호 기자 2022. 11. 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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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지노믹스는 지난 2015년 '아셀렉스'라는 신약을 허가받았습니다. 국산 22호 신약이었죠. 당시 국내 '블록버스터'의 기준이던 연 매출 100억 원을 넘길 것으로 회사는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이 회사의 매출을 책임져주고 있는 건 신약이 아니라 핫팩입니다. 오늘(22일) 'Bio포커스'에서는 크리스탈지노믹스의 현 상황을 짚어보겠습니다. 

아셀렉스 출시 7년이 지난 지금, 기대는 결국 충족되지 못했습니다. 본격적으로 매출이 인식된 2016년 약 36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 수치가 고점이었습니다. 이후 20억 원 근처의 매출을 꾸준히 기록하다가 지난 2020년 다시 한번 36억 원을 기록했고, 그리고는 또 하락세입니다. 

특히 올해는 3분기까지 단 4억 원의 매출만을 기록해, 연 매출 10억 원 달성에도 비상등이 켜졌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판매사의 재고와 영업상황에 따라 주문이 규칙적이지 않아 매출이 불규칙한 것으로 회계상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첫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이란 점은 분명합니다.
 

아셀렉스는 국내외를 합쳐 3분기 현재 남은 수주 계약이 3670억 원에 달했지만, 현재 납품된 건 6% 수준인 208억 원에 그쳤습니다. 특히, 2018년 이뤄진 브라질 수출 계약은 단일 건으로 1989억 원에 달하는 대형 계약이었지만, 4년 여가 지난 지금까지 단 1천만 원의 납품만 이뤄졌습니다. 이 계약의 만료일은 식약처 허가일로부터 10년, 즉 2025년까지입니다. 

대형 경쟁자 못 넘었는데…복제약 쏟아졌다
매출이 지지부진한 건 강력한 경쟁자를 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계열의 진통제로 화이자가 개발해 현재 비아트리스코리아가 수입 판매하는 '쎄레브렉스'가 있는데, 이 산을 넘지 못했습니다. 아셀렉스의 치료 범위가 더 좁았기 때문이지만, 화이자의 약이 의사들이 선택을 받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가장 흔하게 쓰이는 쎄레브렉스 200㎎ 제품의 지난 2020년 수입 실적은 200억 원에 달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부활 가능성이 더 떨어졌다는 겁니다. 복제약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한국휴텍스제약(폴렉스)과 일화(페콕시브), 크리스탈생명과학(폴마렉스), 건일(건폴렉스), 넥스팜(폴콕스), 이든파마(폴시브), 씨엠지제약(폴마콕스), 하나제약(폴비트), 그리고 대웅제약(아셀콕스) 등 9곳에서 아셀렉스의 복제약을 출시했습니다. 아이러니한 건 이 중 대웅제약은 크리스탈지노믹스 대신 아셀렉스의 판매를 맡고 있는 회사 중 한 곳이라는 점입니다.

지난달 아셀렉스의 건강보험 적용 범위가 확대됐지만, 수많은 복제약 탓에 아셀렉스의 매출 상승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심평원에 따르면, 허가 사항이 같은 복제약은 이번 건강보험 확대의 적용 역시 함께 받습니다. 

점점 핫팩이 주력 제품…신약개발 갈 길 멀다
이렇게 주력 제품의 매출이 부진했지만, 어쩐 일인지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외형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핫팩'이 매출을 방어해 줬기 때문입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2020년 302억 원, 2021년 424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는 3분기까지 218억 원의 매출을 기록중인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증가세를 유지했습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현재 크리스탈생명과학을 통해 핫팩 회사 '즐거운쇼핑'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2018년 인수돼 2019년부터 지노믹스의 연결 재무제표에 잡히기 시작했는데, 첫 해 59억 원 매출을 기록한 이후 매년 급성장했습니다. 지난해 148억 원까지 치솟아 아셀렉스가 뚫지 못한 100억 원 매출을 핫팩이 달성했습니다. 올해도 3분기까지 75억 원 매출로 전년 동기 대비 이미 2배 넘게 매출이 뛴 상태입니다.
 

핫팩이 아니라 어떤 제품이든 회사의 외형을 방어해주는 건 환영할 일입니다. 하지만 다음 신약의 등장 시점, 혹은 기술수출 등으로 신약 관련 매출을 올리는 시점은 여전히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기술료 등 신약 항목의 매출은 지난 2018년 99억 원을 기록한 뒤 감감무소식입니다. 지난해 간신히 3천만 원의 신약 관련 매출을 냈지만 올해는 현재까지 0원을 기록중입니다. 기술수출 소식 역시 2018년이 마지막입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중국 항서제약이 개발한 항암제 '캄렐리주맙'의 국내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을 신청했습니다. 여기에 자체 개발해 유일하게 이름을 붙인 신약 후보물질 '아이발티노스타트'는 미국에서 췌장암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소식이 속속 들리고 있긴 하지만, 자체 개발 신약 중 후기 임상(3상)에 돌입했거나 신청한 후보물질은 없습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영업적자와 연간 순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올해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적자 186억 원, 순적자 143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누적된 유상증자로 최대주주의 지분은 7.68%까지 낮아졌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지난해 말 55.12%였던 부채비율은 3분기 말 67.38%로 뛰었습니다. 크리스탈지노믹스가 돈 많이 드는 임상을 끝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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