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총파업 선언에 '불법 엄단' 맞불…강대강 치닫는 정부-노동계

이정현 기자 2022. 11. 2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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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총파업 현실화…민주노총도 대정부 투쟁 총파업 선포
"불법 행위 강경대응" 원칙 고수 정부…강대강 국면 불가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무기한 총파업을 이틀 앞둔 22일 오전 오전 경기 의왕시 의왕ICD제2터미널에 화물차들이 운행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안전운임제 연장과 일몰제 폐지 등을 촉구하며 오는 24일부터 '전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2022.11.22/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이 강대강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노동계가 대(對)정부 투쟁을 선언하며 잇따라 총파업에 나서고 있지만, 정부는 강경 대응 기조로 맞서고 있다.

'법치주의'를 강조한 윤석열 정부의 국정기조 때문인데, 그나마 중재자로서 사회적 갈등을 풀어야할 경제사회노동위는 보이질 않는다. 총파업으로 인한 사회혼란은 막대한 사회적비용을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전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동 개악·민영화 저지 등을 위한 총파업·총력투쟁'에 돌입했다. 당장은 농성을 이어가면서 내달 3일 있을 전국 노동자대회를 기점으로 세부적인 파업 투쟁 방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공공부문 등을 중심으로 한 대정부 파업 깃발은 이미 오른 상황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15일 대정부 공동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3일부터 12월 2일까지 대정부 공동 파업에 돌입한다고 선포했다.

노조는 △안전인력 충원과 작업환경 개선 △노동자 생명과 안전을 위한 법 제·개정 및 규제 강화 △공공부문 민영화 중단 △공공부문 구조조정 중단 및 안전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파업에는 의료연대본부, 서울교통공사노조, 철도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인천공항지역본부, 건보고객센터지부, 화물연대본부 등 14개 산하 조직이 대거 참여한다.

오는 30일에는 서울교통공사노조가 사측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안에 반발, 6년 만의 양대노총 합동 총파업에 나선다. 다음 달에는 정부의 공공기관 재정효율화 계획에 대해 사실상의 '민영화'라고 반발해 온 철도노조가 파업을 준비 중이다.

대규모 파업을 예고한 노조는 공공운수노조만이 아니다.

24일에는 화물연대가, 25일에는 학교 비정규직 노조(학비노조)의 급식·돌봄 노동자들이 줄줄이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화물연대는 지난 6월 이미 한 차례 총파업을 불렀던 안전운임제 일몰기한을 폐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에게 적정 수준의 임금을 보장하는 것을 내용으로, 2018년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에 따라 2020년부터 '수출입 컨테이너 및 시멘트' 2개 품목에 '3년 시한'의 일몰제로 도입했다. 화물차 운전기사들에게는 최저임금과 같은 제도다.

25일 하루 파업을 진행할 학비노조는 기본급이 최저임금보다도 낮고 지역별·직종별로 체계가 다른 점, 이 때문에 임금이 정규직의 70%에 불과한데다 복리후생 수당을 지급하는 기준에도 차별이 심각하다면서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11.2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잇단 노동계 파업 투쟁 소식에도 정부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 자리에서 "현장 요구 사항에 대해 마지막까지 귀 기울이고 대화하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라"며 "국민과 기업에 피해가 없도록 대체 수단 준비에도 만전을 기하라"고 당부했다. '법치주의'를 내세운 것인데, 새 정부 출범 후 윤 대통령은 줄곧 같은 기조를 유지해왔다.

지난 7월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파업사태 때는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곧 '공권력 투입'을 암시한 것 아니냐는 데 현장상황은 긴박하게 전개되기도 했다. 대통령 기조에 맞춰 노동관계 주무장관인 고용노동부 장관의 발언에도 단호함이 묻어난다.

이정식 고용장관은 지난 21일 전국 기관장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노조는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해 파업이나 집회를 자제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는데 동참해 달라"면서도 "불법행위에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특히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의 정부 정책 찬반투표와 관련해서는 "공무원의 근무조건 개선과 무관한 사항이 포함돼 있다. 공무원노조법이 보장하는 정당한 조합 활동이라고 할 수 없다"며 일찍부터 해당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 엄정 대처를 경고했다.

전공노는 22일부터 24일까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행정안전부 장관의 파면·처벌 등 7개 정부 부처 정책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 중인데, 정부는 '행안부 장관 등에 대한 처벌 찬반'을 묻는 전공노의 이번 정부 정책 투표를 불법으로 규정해 참여자에 대한 징계 방침 등을 밝힌 상태다.

정부와 노동계가 강대강 양상으로 맞붙고 있지만, 중재자 역할을 할 경사노위는 보이질 않는다는 지적이다. 당초 김문수 위원장 임명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적지 않았던 데다 취임 후에는 국정감사에서 숱한 문제의 발언들까지 쏟아내면서 대화 창구로서의 입지를 스스로 좁혀버린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나온다.

가뜩이나 김 위원장 임명으로 '대화 거부'까지 나선 노동계를 협의 테이블로 이끌어 내기도 사실상 어렵지 않겠냐는 데, 이번 노동계 연쇄 파업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동계 인사는 "정부와 노동계 갈등이 극으로 치달을 때 중재자로서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하는 게 경사노위 역할"이라며 "정부기조를 잘 설명하면서 노동계를 보듬어야 할 조직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양극 간 대립은 불가피하다. 막대한 사회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대화채널이 복원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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