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하나 주고 두개 뺏는 정부

양석훈 2022. 11. 23.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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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120대 국정과제의 72번에 '저소득층 농식품 바우처 지원 확대(2025년 먹거리 지원사업 통합)'가 담겼을 때 농업계는 이를 반겼다.

하지만 '먹거리 지원사업 통합'이 '농식품 바우처로 통합'으로 탈바꿈한 게 뜬금없을 뿐 아니라 국정과제로 꼽힐 정도로 중요한 사업을 구체적인 로드맵도 없이 얼렁뚱땅 추진하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농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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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120대 국정과제의 72번에 ‘저소득층 농식품 바우처 지원 확대(2025년 먹거리 지원사업 통합)’가 담겼을 때 농업계는 이를 반겼다. 그땐 이 국정과제를 근거로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과 초등 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사업이 중단될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두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2025년부터 농식품 바우처로 통합해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라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먹거리 지원사업 통합’이 ‘농식품 바우처로 통합’으로 탈바꿈한 게 뜬금없을 뿐 아니라 국정과제로 꼽힐 정도로 중요한 사업을 구체적인 로드맵도 없이 얼렁뚱땅 추진하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농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정부는 내년에 올해 규모의 농식품 바우처 예산만을 편성해놓고 3개 사업의 효과성을 동시에 검토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는 안갯속이다.

문제는 우선 시점이다. 농식품 바우처는 잘돼야, 즉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해야만 2025년 본사업으로 전환된다. 그런데 이 ‘가능성’ 때문에 호평 속에 추진되던 나머지 두 사업은 당장 내년부터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둘째, 세 사업은 단순 통합하기엔 목표와 대상 등이 전혀 다르다. 농식품바우처는 전국 15개 시·군 중위소득 50% 이하 가구에 4인 가구 기준 8만원의 바우처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바우처로 살 수 있는 것도 과일·채소·흰우유·계란 등으로 제한된다. 반면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은 138개 시·군·구 임산부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고, 초등 돌봄교실 과일간식 지원사업은 전국 5000여학교의 24만명 학생이 대상이다.

결국 농식품 바우처로 통합되면 배제되는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에 한 복지정책 전문가는 “사업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없어지거나 완전 대체 사업이 생기지 않는 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기존 복지사업을 축소·중단해선 안된다”고 했다.

이런 비판은 새 정부의 복지정책 축소 기조와 맞물리면서 더욱 힘을 얻는다. 앞선 전문가는 “새 정부에서 대상자가 적고 지원금액이 작은 사업을 신설한다는 명목으로 기존 사업을 축소하는 행태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청년도약계좌 신설을 당근으로 주면서 청년내일채움공제 예산을 절반으로 깎거나, 공공 와이파이 활성화를 핑계로 저소득층 청소년 교육콘텐츠 데이터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이 그 예다. 농식품 먹거리 지원사업도 마찬가지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나 주고 두개 뺏는 야박한 정부라고 비판받지 않으려면 삭감된 두 사업 예산을 반드시 원상 복구해야 한다.

양석훈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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