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합창(合唱)의 비밀

2022. 11. 23.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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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지금 음악회 사회 볼 일이 있어 동해 앞바다에 와 있습니다.

무대에 서는 것이 일상이 되어 그분들만큼의 설렘과 감사하는 마음이 있었는지 성찰하게 되지요.

합창은 '함께' 노래하는 것인데 배려와 겸손의 마음 없이는 이루어지기 어렵겠죠.

혼자서는 약하지만 무슨 일이든 힘을 합치면 자신감이 생기고 훨씬 감동적인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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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지금 음악회 사회 볼 일이 있어 동해 앞바다에 와 있습니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파랗게 펼쳐진 바닷길을 걷다 보니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습니다.

이곳에는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합창단이 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단원들이 많이 바뀌었고, 최근 3년간은 코로나19 탓에 공연을 올릴 수 없었다고 합니다. 경연을 거쳐 새롭게 선발한 합창단원들은 각자의 본업이 있는데도 시간이 날 때마다 자주 모여 열심히 연습했다고 하네요. 미용실 원장님, 전기 수리기사님, 해양경찰, 퇴직한 선생님 등 자신이 살아온 인생이 노래가 되어, 넘실대는 동해안의 파도처럼 아름다운 하모니를 엮어내고 있었습니다. 공연 전날, 밤늦게까지 마지막 연습을 하며 지쳐 있을 법한데 얼마나 표정이 밝고 행복해 보이는지 ‘아! 사람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면 저렇게 초인적인 힘이 나오는구나’ 생각하며 미소 지었습니다.

저는 음악선생으로 활동하며 평소에도 전문 성악가뿐 아니라 일반 성악 애호가들을 만날 일이 자주 있습니다. 그런데 음악과 노래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얼마나 넘치는지 오히려 전공자인 제가 부끄러워지곤 합니다. 무대에 서는 것이 일상이 되어 그분들만큼의 설렘과 감사하는 마음이 있었는지 성찰하게 되지요.

합창은 ‘함께’ 노래하는 것인데 배려와 겸손의 마음 없이는 이루어지기 어렵겠죠. 먼저 합창을 하려면 각자가 가진 목소리와 음색에 맞춰 파트가 나뉘고, 실전에서는 음의 높낮이를 알맞게 해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서로 내는 정확한 음성이 모여 화음이 됩니다.

고운 화음을 내려면 나를 낮추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특히 높은 음을 낼 때에도 ‘내 소리를 자랑하지 않아야’ 합니다. 마음의 귀를 열고 상대방을 빛나게 해야 할 때에는 내 목소리를 줄여야 할 순간도 찾아옵니다. 박자는 같은 걸음걸이로 상대의 속도를 맞추는 것입니다. 한 명이라도 뒤처지거나 앞으로 치고 나가면 순식간에 음악이 무너지고 맙니다.

조용하던 공연장에 하나둘 관객이 채워지고 객석에 활기가 넘쳐납니다. 술렁이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릴수록 무대 뒤에서 공연을 준비하는 합창단원 모습엔 긴장감이 역력합니다. 사회 볼 준비하고 있을 즈음 제 뒤에서 단원 두 분이 이야기하며 웃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제 옆에 안 계셨으면 어떻게 할 뻔했어요? 저 혼자서는 다리가 후들거려서 서 있기도 버거웠을 텐데…. 틀려도 같이 틀리는 거니까 뭐, 아주 마음이 편안합니다. 너무 떨리면 제 손 좀 잡아주시겠어요?”

이 말을 듣고선 깊이 깨달은 바가 있습니다. 혼자서는 약하지만 무슨 일이든 힘을 합치면 자신감이 생기고 훨씬 감동적인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요.

당연히 음악회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자신의 실력을 자랑하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나의 부족함을 알고 다른 사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 결과이지요.

혼자 가는 길은 외롭지만, 함께 가면 즐겁습니다. 나의 힘으로는 할 수 없지만, 협력하면 큰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합창이야말로 우리네 인생을 풍요롭게 할 스승이 아닐까요.

이기연 (이기연 오페라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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