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Zoom 人] 2000여개 항아리 속엔 메주가…장단콩 커피·햄버거 ‘입맛 홀릭’

서지민 2022. 11. 23.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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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Zoom 人] 김만수 ‘파주장단콩웰빙마루’ 대표
‘항아리 분양 체험프로그램’ 큰 인기
맛있는 장 담고자 고품질 관리 힘써
750여농가서 해마다 콩 1만여t 수매
‘해스밀래’ 한정식 메뉴도 직접 개발
“소비자 입맛 맞는 콩 특산품 만들것”
 

김만수 파주장단콩웰빙마루 대표가 제조시설에서 만든 메주를 깨끗이 소독된 항아리에 넣고 있다.


“장단콩 좋은 건 전 국민이 알 거예요. 장단지역은 1913년 콩 첫 장려품종 ‘장단백목’이 나왔을 정도로 명품 콩 주산지였거든요. 지금은 된장·간장뿐만 아니라 간식용 쿠키까지 다양한 가공품으로 발전하며 온 국민이 즐기는 건강식품이란 사실에 다들 놀라곤 합니다. ‘이게 장단콩이 맞나’란 의구심이 생길 정도로 앞으로도 소비자 입맛에 맞는 콩 특산품 개발에 주력할 겁니다.”

경기 파주시 탄현면 성동리에 가면 ‘파주장단콩웰빙마루(대표 김만수·이하 웰빙마루)’ 건물이 보인다. 먼저 항아리 2000여개가 끝없이 펼쳐진 ‘항아리 마당’이 눈에 들어온다. 장단콩으로 만든 메주가 항아리 안에서 맛있게 익어가고 있다. 김만수 대표(56)는 매일 항아리 사이를 오가며 냄새와 색깔 등으로 메주 상태를 확인한다. 행여 기회를 놓칠세라 맛있는 장을 담고자 오감을 동원한 고품질 관리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웰빙마루는 지난해 8월 청사 준공과 함께 11월 개장한 6차산업에 기반을 둔 회사다. 2016년 파주시와 지역 내 11곳 지역농협(산림조합 포함) 등 12개 기관이 합심해 법인을 만들었다. 지역 콩농가와 계약생산부터 가공·유통·체험행사까지 모두 이곳에서 담당한다.

‘장단’이란 품종 이름이 아니라 6·25전쟁 전 있었던 경기 장단군이란 지명에서 유래한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콩은 예로부터 알이 굵고 윤기가 나는 튼실한 고품질로 명성이 높았다.

김 대표는 수확기가 되면 농가로부터 품질 좋은 콩을 수매해 메주를 만든다. 또 이를 활용해 된장·간장을 생산하고, 장단콩을 넣은 누룽지·아이스크림·햄버거 등도 만들어 판매한다. 그뿐만 아니다. ‘항아리 분양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유명 공연 티켓팅을 방불케 할 정도로 고객 참여율이 높다. 가족 단위로 항아리를 분양받을 수 있는 데 메주에다 간수·고추·숯을 넣고 직접 숙성시켜보는 프로그램이다. 4개월 정도 기다리면 장이 만들어지는데 맛있게 숙성된 된장·간장은 집으로 가져갈 수 있어 일반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경기도와 파주시가 동참해 만들었단 소식이 알려지면서 믿고 찾아오는 손님이 많아요. 이에 부응하는 상품·서비스를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처음엔 부담도 컸죠. 자료집을 4권 만들었고 관련 회의록도 책장에 가득 찰 정도로 온 힘을 기울여 사업을 준비했어요.”

김 대표는 사업에 뛰어들기 전 2016년까지 공무원으로 일했다. 파주시청에서 근무하다가 권태로움을 느껴 남들보다 일찍 퇴직했다. 전국을 돌며 다양한 사업 밑천도 쌓았다. 경기 수원에서 귀농·귀촌인을 지원하며 쌓은 넓은 인맥은 지금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가 2020년 다시 고향인 파주에 돌아온 것은 어렸을 적 아버지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농사를 지으며 항상 판로를 고민하던 아버지 덕에 일찍부터 농산물 가공·유통 분야에 남들보다 관심이 많았다.

“아버지는 새벽같이 나가 온종일 일하고 돌아왔어요. 그러고도 밤엔 어떻게 좋은 값을 받고 팔까 깊게 고민했지요. 좋은 가공제품을 만들고 더 많은 고객에게 홍보·판매하는 것은 전문가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김 대표는 차근히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 파주시 750여농가에서 매년 장단콩 1만여t을 수매한다. 또 장단콩을 활용해 가공품을 만드는 소규모 기업과도 협력한다. 장단콩 누룽지·커피·빵 제품을 만드는 곳에 저렴한 값에 재료를 제공하고 제품 홍보도 돕는다. 웰빙마루 로컬푸드매장에선 지역 생산 가공품의 원활한 판매를 지원하고 있다.

“행정 처리를 하던 공무원 경력을 잘 살려 농가나 작은 공방들과 교류하고 있어요. 신상품을 출시하는 일이나 시청과 다른 기관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다양한 정보 등을 알려주기도 하죠.”

해스밀래 더 테이블의 ‘장단일미 정식’.


웰빙마루 ‘해스밀래’ 식당의 장단콩 한정식도 김 대표가 직접 개발한 메뉴다. 대표 메뉴인 ‘장단콩 두부전골’ ‘두부전’ ‘두부 탕수육’ 모두 김 대표와 직원들이 1년 동안 고심한 끝에 나온 역작이다. 직원들은 매주 모여 신메뉴를 먹어보고 아이디어를 냈다. 가족들까지 불러 시식회를 열기도 하고 또 반응을 들어본 후 지금의 메뉴판을 완성했다.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부모·지인에게 몸에 좋은 식사를 대접하려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넘쳐난다. 주말엔 예약 없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란다.

“여건이 허락하는 한 더 많은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장단콩을 널리 알리고 싶어요. 25일부터는 ‘파주장단콩축제’가 사흘 동안 열리는데 오랜만에 열리는 만큼 지역에서 난 콩으로 만든 음식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예정이에요. 온 가족이 몸에 좋고 맛도 뛰어난 장단콩 맛보러 꼭 오세요.”

파주=서지민 기자, 사진=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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