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줄이는 활동에도 온실가스 나온다

남종영 2022. 11. 23.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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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푸른별]국제연구팀 분석
태양광 패널에는 갈륨과 텔루륨이, 풍력발전 터빈에는 니켈과 망간이 사용된다. 화석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체제 전환’ 과정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AP 연합뉴스

이번 세기말까지 기존의 화석연료를 풍력∙태양열 등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이른바 ‘에너지 체제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세계 한 해 배출량의 5∼6배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활동에서도 많은 양의 온실가스가 나온다’는 것인데, 그간 과학자를 포함해 환경운동가도 관심 갖지 않았던 주제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기후대학원 등 국제연구팀은 22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이런 내용을 추정한 연구 결과를 실었다.

풍력∙태양열 발전소 만들며 나오는 이산화탄소 많다

이 논문에는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가 있다.

먼저 나쁜 뉴스.

풍력∙태양열 발전소를 지으려면 광산 채굴, 제조, 운송, 건설 등 다양한 산업 활동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화석연료 기반의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한다. 일종의 ‘건설 붐’ 같은 게 생긴다고 보면 될 것인데, 늘어나는 온실가스 배출량에 촉매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무려 1850억톤의 이산화탄소가 2100년까지 발생할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전 세계가 한해 배출하는 양의 5~6배에 이른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이 낸 보도자료의 표현처럼 “공짜 점심은 없는 셈”이다.

그리고, 좋은 뉴스.

그런데 위 추정치는 우리가 현재 속도로 ‘게으르게’ 에너지 전환을 했을 때의 결과다. 연구팀은 이를 ‘지연 시나리오’라고 불렀다. 이번 세기말 산업화 대비 지구 평균기온이 2.7도 상승하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낼수록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확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세기말까지 1.5도 목표를 방어하는 야심찬 목표 달성에 성공하면, 에너지 전환 도중에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200억톤으로 줄어든다. 이렇게 ‘빠른 시나리오’에서는 ‘지연 시나리오’에서 예상되는 발생량의 10%가량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세기말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2도 상승하는 ‘점진적 시나리오’에서의 배출량도 계산했다. 그 결과, 950억톤이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생에너지 시설과 장비에 필요한 원자재를 채굴하고, 운송하고, 관련 제품을 제조하고, 시설을 건설하는 것은 에너지 집약적인 활동이다. 캐나다 노스웨스트준주에 있는 노천 광산의 채굴 차량. 지구연구소 제공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때 부작용은 정량화하기 힘들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분야에서 온실가스 배출 증가를 추동할 가능성이 크다. 풍력∙태양열 발전과 전기 배터리 등 상당수의 첨단기술 장치는 구리, 니켈, 리튬, 코발트 등 다양한 금속이 필요하다. 이런 금속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산림이 훼손된다. 이산화탄소를 흡수∙저장하는 양이 줄어드는 것이다. 풍력과 태양열 발전소 터를 잡는데도 숲과 나무를 베어내야 한다.

이번 논문의 교신저자인 코리 레스크 미국 다트머스대 연구원은 최근 들어 재생에너지 생산비용이 떨어졌기 때문에, 현재 화석연료로 가는 정부보조금을 재생에너지로 돌리면 세계가 원하는 것의 80~90%를 몇십 년 안에 달성할 수 있다고 컬럼비아대학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그는 “우리가 좀 더 야심 찬 계획을 세우면, 모든 문제는 사라질 것”이라며 “다만, 당장 5~10년 안에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 나쁜 뉴스”라고 말했다.

해수면 상승 피해 줄이려 해도 온실가스 배출

연구팀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각국이 대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조사했다. 2100년까지 2도 상승하는 시나리오의 경우, 방파제를 추가 건설하고 내륙으로 도시를 이동하는 등 달라진 기후환경에 ‘적응’하는 대책을 추진하려면, 약 10억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내륙의 홍수 방지시설 건설 △건조한 지역에 물을 대는 관개시설 건설 △높아진 온도에 따른 건물 및 주택의 개량 등 다른 기후변화 적응 대책을 위해서는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될 것이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에너지 전환을 서두를수록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신속한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좋은 일을 하려고 해도 불가피하게 부작용은 수반된다. 하지만 좋은 일을 빨리하면, 부작용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참고논문 Lesk, Corey, et al. (2022) Mitigation and Adaptation Emissions Embedded in the Broader Climate Transition,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DOI: https://doi.org/10.1073/pnas.2123486119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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