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폭우 때 우리 집 침수되나 검색 가능해진다
‘반지하의 비극’ 도림천 일대부터 시범운영
정부가 집중호우 때 주소만 검색하면 해당 지역 침수 여부를 미리 알려주는 ‘도시 침수 예측 모델’ 개발을 최근 완료했다. 서울 도림천 일대를 대상으로 내년 홍수기에 침수 예보를 시범 운영하고, 이후 전국 주요 하천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천 홍수 예측은 선진국에서 일반화된 기술이지만, 도시 침수 여부까지 예측하는 모델을 만든 건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수공)는 도시와 하천 지형을 실제와 똑같이 디지털로 재현하는 이른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에 전국 홍수통제소의 총 9개 강우 레이더 데이터, 기상청 비 예보 등을 연동해 시간당 강수량에 따라 빗물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어느 지역이 침수될지를 예측하는 일종의 ‘빗물길 예측 모델’을 만들었다. 이를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국제 가전 쇼)에서 이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22일 밝혔다.
도시는 지면 대부분이 콘크리트로 덮여 비가 내려도 빗물이 땅으로 흡수되지 못해 배수구로 빗물이 빠져나가야 한다. 그러나 담배꽁초나 낙엽 등에 자주 막히는 등 이유로 배수구가 제 역할을 못 하면 빗물이 저지대를 향해 빠르게 흘러가 올해 폭우 때 강남 일대가 잠기는 것 같은 현상이 생긴다. 지난 8월 폭우 당시 기상청은 하루 최대 300㎜ 이상 비가 내릴 것으로 비교적 정확히 예보했지만, 삽시간에 물이 불어나 사전 대피 등 발 빠른 조치가 이어지지 못해 재난 대비에 한계를 보였다. 특히 인구 밀집도가 높은 도심 피해가 컸다.
도시 침수 예측 모델 작업은 2020년 여름 54일간 이어진 장마로 낙동강, 금강, 섬진강 일대에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댐 지역 주민에게 1486억원 환경 분쟁 배상금이 지급되는 등 재산 피해까지 커지자, 최소 3시간 전 미리 대피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며 연구가 시작됐다. 기술 개발은 수자원공사가 맡았다.
수공은 하천 일대 자연환경을 나무 한 그루까지 정확히 디지털로 모사한 뒤 역대 홍수 발생 당시 조건을 입력해 ‘홍수 시뮬레이션’을 했다. 하천 유역은 산, 강, 다리 등 지형 조건이 단순해 기술 개발에 무리가 없었지만 도시에 적용하는 건 많은 난관이 있었다.
정부는 도시 침수 예측 모델의 첫 대상을 ‘반지하의 비극’이 발생했던 서울 도림천으로 선택했다. 환경부는 다음 달까지 이 예측 모델을 정교화하는 작업을 거쳐 이듬해 시범 사업을 목표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침수 예측 정보를 공개할 방침이다. 정부는 주소만 입력하면 원하는 지역의 침수 가능성을 알려주는 검색 시스템까지 구축 중이다. 특정 지역에 6시간 후 침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 재난 문자가 발송되고, 재난 문자에 나온 링크로 들어가면 어떤 지역에서 물이 차게 될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시각화된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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