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월드컵이 친환경적이라고?... 사실은 '그린 워싱'이다
'탄소중립 대회' 주장… "탄소배출량 과소평가" 반박
그린워싱 논란 되풀이… "향후 근본적 변화 모색해야"
“2022 카타르 월드컵은 역사상 최초로 ‘탄소중립’(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 순배출량이 0이어서 친환경적인 상태)을 이룬 대회이다.”
카타르 정부와 국제축구연맹(FIFA)은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이같이 홍보했다. 황량한 사막 위에 대형 경기장이 들어섰고, 전 세계에서 150만 명이 넘는 축구팬이 모여들었으며, 11월에도 푹푹 찌는 무더위에 쉼 없이 에어컨을 틀어야 한다. 그런데도 ‘친환경 대회’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주노동자 처우 문제와 성소수자 탄압 외에도 이번 월드컵을 마음 편히 즐길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그린워싱’(친환경을 가장하는 위장환경주의) 논란이다. 월드컵 기간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축소 계산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속가능 경기장?… “탄소 배출량 8배 과소 평가”
21일(현지시간)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FIFA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탄소 363만 톤이 배출될 것으로 추산했다. 카타르 방문객이 이용하는 항공편과 숙박시설에서 나오는 배출량과 새 경기장 7곳을 짓고 기반 시설을 확충하는 과정에서 나온 배출량을 합산한 결과다. 콩고민주공화국과 아이슬란드 등 일부 국가의 연간 배출량에 맞먹는 규모이다.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해 경기장 조명과 냉방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당한다고 주장한다. 또 모든 경기장에 친환경 설계가 적용됐으며 대회가 끝나면 경기장 좌석 일부를 개발도상국에 기부해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부각한다. 일례로 ‘스타디움974’ 경기장은 버려진 컨테이너 974개를 재활용해 지어졌는데 월드컵이 끝나면 100% 해체될 예정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경기장 주변과 공공장소에 심은 나무 1만6,000그루, 관목 67만 그루, 잔디밭 120만㎡가 흡수할 것이라고 조직위는 설명한다. 카타르 월드컵이 ‘탄소중립 대회’를 표방하는 근거다.
그러나 환경운동가들은 ‘탄소중립’이라는 슬로건이 선수와 관중을 호도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비영리 환경단체 카본마켓워치(CMW)는 최근 보고서에서 새로 건설한 경기장 수명이 영구적이라는 전제 아래 탄소 배출량을 나눠서 계산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탄소 배출량이 실제보다 8배가량 과소평가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대회가 끝난 뒤 경기장을 유지하는 데 따르는 탄소 배출량은 계산에 넣지 않았다.
워커 로스 영국 애든버러대 스포츠 환경 연구원도 “경기장에는 고도로 첨단화된 자재가 투입되고, 그 자재를 해외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매우 탄소 집약적인 시설”이라고 했다. “월드컵 개최 이전에 카타르에 경기장이 단 한 곳뿐이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인구가 290만 명인 작은 나라에서 경기장이 어떻게 활용될지 불투명하다”는 반론도 있다.
항공기·해수담수화 시설은 ‘탄소 제조기’
FIFA는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탄소 배출량 51%가 항공기 등 교통수단에서 발생한다고 주장하나, 이 수치도 실제와 다르다는 지적이 많다. 경기장이 있는 각 도시로 관중을 실어나르는 교통편을 고려하지 않은 데다, 숙박시설이 부족한 카타르 대신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주변국에서 오가는 관중들도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카타르 정부는 주변국 방문객을 위해 매일 항공기 160편을 운항하고 있다.
카타르에선 물도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국토 대부분이 사막이라 식수도 부족한데 경기장마다 매일 물 1만 리터가 소모된다. 이 물은 주로 화석연료가 쓰이는 해수담수화 시설에서 에너지 집약적인 공정을 거쳐 생산된다. 담수를 뽑아낸 뒤 염도가 더해진 염수는 바다로 방출돼 해양 생물에 치명적 피해를 입힌다. 물을 만들고 사용하는 모든 과정이 결과적으로 공해라는 얘기다.
새로 조성된 공원과 새로 심은 나무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것이라는 주장도 비판받고 있다. 척박한 사막 기후에서 녹지가 영구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마이크 버너스 리 영국 랭커스터대 교수는 “주최측이 제시한 탄소 흡수 방안은 대기에서 탄소를 제거하는 방식이 아니다”라며 “이번 월드컵을 탄소중립이라 부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린워싱’ 논란 되풀이… “골대 앞 슛을 놓치는 꼴”
전문가들은 향후 대규모 스포츠 행사에 대한 근본적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의 탄소 배출량은 200만 톤,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의 배출량은 450만 톤에 달했다. 그린워싱이 카타르 월드컵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최근 노르웨이 대표팀 선수 모르텐 토스비와 이탈리아 AS로마 소속 엘린 란드스트룀 등은 FIFA에 공개서한을 띄워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다는 주장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어떤 유니폼을 입고 어떤 응원가를 부르든 기후행동에 나서야만 한다. FIFA는 골대 바로 앞에서 최고의 슛을 놓치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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