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李 측근들 “우리는 개인 비리로 몰아가겠다”

조선일보 2022. 11. 23.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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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29일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이 대장동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휴대전화를 줍고 있는 모습이 담긴 영상 화면. 당시 유 전 본부장은 집에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수색을 나오자 휴대전화를 창 밖으로 던졌다. /TV조선

정진상 민주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서 내용이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정 실장이 유씨에게 “우리는 모르는 척하고 개인 비리로 몰아갈 것이고 우리대로 선거를 밀어붙일 테니 그렇게 알고 있으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유씨가 김만배씨를 회유하려던 흔적을 없애기 위해 휴대전화를 던져버릴 것도 지시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이 내용을 근거로 정 실장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들이 구속 직전의 유씨와 장시간 통화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으나 통화 내용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대장동 사건으로 구속된 이 대표의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도 유씨에게 “침낭을 들고 태백산맥으로 가서 열흘 정도 숨어 지내라” “쓰레기라도 먹고 배탈이 나서 병원에 입원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 후보 진영에서 오갈 수 있는 말들인가. 이 대표는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최측근과 유씨의 통화 사실이 밝혀지자 “이혼 문제로 유씨 집안에 문제가 있었고 체포당할 당시 유씨가 자살한다고 약을 먹었다”고 했다. 지인들의 위로 전화였다는 설명이었다. 그런데 실제는 그 통화에서 사건 조작, 증거 인멸, 도주 종용까지 했다는 것이다.

유씨 체포 당시 대장동 파문으로 민주당 대선 경선 판세가 요동치고 있었다. 급박한 상황에서 이 대표 최측근들이 어떻게든 유씨를 설득해 증언을 막고자 했을 가능성이 있다. 유씨는 통화 직후 실제로 자신의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졌다. 이 대표도 대장동 비리를 유씨 개인 문제라는 식으로 말했다. 그는 국정감사와 토론회에서 “유동규는 사표를 던지고 나가버린 다음 대선 경선에도 전혀 나타나지도 않은 사람”이라며 “유씨의 일탈 행위는 잘못됐지만 대장동 개발 성과를 다 덮을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다.

대장동 비리는 성남시의 정책적 특혜로 극소수 투기세력에게 수천억원의 천문학적 이익을 몰아준 사건이다. 기초단체 산하기관 본부장의 개인 비리로 끝낼 수 없는 사건이었다. 대선 경선에서 이긴 이 대표가 대선 후보가 되자 문재인 정권의 검찰은 유씨 개인 비리로 대장동 수사를 끝내려고 했다.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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