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돈 넘쳐나니 호텔 구입한다는 교육청까지 등장

조선일보 2022. 11. 23.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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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수호 공동대책위원회의 '지방교육재정확보를 위한 범국민서명운동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대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돈이 넘쳐나는 시·도교육청들의 방만 예산 편성이 점입가경이다. 전국 시·도교육청 17곳이 제출한 내년 예산안은 왜 교육교부금 제도를 전면 개편해야 하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울산시교육청은 제주에 있는 한 호텔 건물을 매입해 학생들 수학여행 숙박 장소 등으로 활용하겠다고 내년도 예산안에 200억원을 편성했다. 돈이 얼마나 남아돌면 제주도 호텔을 살 생각까지 하나.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중·고교 신입생에게 입학지원금을 1인당 30만원 지급했는데, 올해부터는 초등학교 신입생(1인당 20만원)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이 교육청의 내년도 입학지원금 예산만 578억원이다. 광주시, 경북도, 인천시교육청 등도 초·중·고교 입학생들에게 수십만 원씩 입학지원금을 주는 예산을 잡아 놓았다. 상당수 교육청에서 이미 교복비와 수학여행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부산시교육청은 내년부터 1인당 7만원의 졸업앨범비까지 주기로 했다. 학생들에게 필요한지 검증도 하지 않고 노트북 등 스마트 기기를 지급하거나 전자 칠판 등을 도입하는 교육청도 유행처럼 늘어나고 있다. 돈 뿌릴 곳을 찾아다니는 지경이다.

이렇게 돈이 남아돌게 된 것은 50년 전 내국세 20.79%를 무조건 떼어 교육청에 지급하도록 한 법 때문이다. 나라가 가난할 때 교육에 우선 투자하자고 만든 법이다. 그런데 이제는 내국세가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늘어 교육교부금이 도가 넘을 정도로 증가했다. 이렇게 되면 내국세에서 교육교부금을 떼는 비율을 낮춰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방치했다. 이 교부금은 대학에는 지원되지 않는다. 지금 우리 대학들은 등록금 동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 같은 교육기관인데 풍족한 교부금을 대학에도 나누자는 것은 당연한 제안이다.

그런데 정부가 교육교부금 일부를 떼어 대학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자 교육청의 교육감들이 국회에 몰려가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돈이 남아돌아도 대학은 못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호텔을 사겠다고 한다. 요즘 세상에 국민 세금을 이런 식으로 흥청망청 쓰는 곳이 어디 있는가. 교육교부금 일부를 대학에 지원하는 정도가 아니라 수명을 다한 교육교부금 제도를 폐지하고 다른 국가기관처럼 매년 필요한 예산을 심사해 정하는 방식으로 전면 개편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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