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중간선거 결과가 보여준 미국의 회복력
미국의 우방과 파트너들은 이번 중간선거 결과를 반기고 있을 것이다. 이번 선거는 미국의 불안정한 국내 상황과 민주주의 붕괴에 대한 걱정이 섣부르다는 것, 미국이 믿을 만하고 회복력 강한 동반자라는 것을 보여줬다.
내가 대화를 나눈 많은 한국인들은 이번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미국 우선주의 플랫폼이 부활할지를 걱정했다. 김정은과 유대 관계를 강화하려고 한 트럼프의 노력은 어떤 이들을 기쁘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트럼프는 동맹을 경제적인 적으로 간주하고, 미국을 향한 북한 미사일에만 관심을 가졌으며, 미군 기지 운영비 명목으로 한국에 과도한 비용을 요구하고, 주한 미군 철수를 거론하며 막말(loose talk)을 했던 일은 대다수 한국인의 우려를 자아냈었다.
이번 중간선거 결과는 트럼프에겐 거대한 패배로 보인다. 트럼프가 지지한 많은 후보들이 주요 경합 지역에서 낙선했다.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선거에서는 민주당 소속 조시 샤피로 후보가 2020년 대선이 사기라는 거짓말을 신봉하는 공화당의 덕 마스트리아노 후보에게 이겼다. 같은 주 상원 선거에서는 민주당의 존 페터먼이 트럼프가 지원한 TV 쇼 진행자 겸 의사인 메멧 오즈 후보를 눌렀다. 미시간주에서는 현직 그레첸 휘트머 주지사가 트럼프가 지지한 공화당 후보에게 승리했다. 플로리다주에서는 한때 트럼프 지지자였던 론 드샌티스 주지사가 트럼프의 지원을 기피한 뒤 큰 표차로 승리했는데 이는 트럼프로서는 매우 분노할 만한 일이다. 드샌티스는 공화당의 실질적인 새 지도자이자 2024년 대선 레이스의 선두 주자로 떠올랐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접수할 것이라는 ‘붉은 물결(red wave)’은 없었다. 하원은 공화당이 장악하고 상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을 유지했다. 이는 예상보다 아주 좋은 결과다. 미국 집권당은 중간선거 때 하원에서 평균 28석을 잃는다. 민주당은 다수당 지위를 잃었지만 22일 현재 공화당과의 의석 차는 7석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 20년간 현직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거둔 최고 성적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예상 밖 선거 결과가 나온 까닭을 분석 중이다. 당초엔 바이든의 낮은 지지율, 40년 이래 최악의 인플레이션, 치솟는 가스 값과 경기 침체 전망 등이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에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4가지 요소가 흐름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첫째, 미국인들은 트럼프가 극단적으로 대선 결과를 부정하고, 김정은과 주고받은 편지가 포함된 기밀 서류를 백악관에서 집으로 가져가며 안보 규정을 위반했다는 소식에 진절머리가 나있었다. 둘째, 선거일에 즈음해 극단적 선거부정론자가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남편을 공격하면서 미국인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셋째, 합법적 낙태를 보장하고 있는 로 대 웨이드 판례가 연방대법원에서 폐기됐지만, 현 정부가 낙태권 보장을 약속하면서 투표율을 높였다. 마지막으로 트럼프가 지원하는 후보들이 이기면 민주주의가 위협받는다는 바이든의 메시지가 효과적이었다.
하원의 위원회 및 소위원회 수장은 친트럼프 인사가 아닌 주류 공화당 인사들이 차지할 것이다. 이들은 강력한 국방력, 자유무역, 동맹과의 굳건한 유대를 중시한다. 인도·태평양 지역 국방 예산이 늘고, 확장 억지 강화를 포함해 동맹과의 연합 전력과 신뢰를 강화하는 정책이 강력히 추진될 것이다. 통상 부문에서는 주요 무역 협정에 다시 관여하는 방향으로 힘이 실릴 것이다.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가 추구해온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 정책은 지속적으로 지지할 것이다. 아울러 안보와 기후변화 등 각종 현안에 있어 동맹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일 것이다.
새 의회에서 대북 정책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은 북핵 위기에 있어 바이든과 마찬가지로 회의적 입장이며 섣부른 제재 해제에 반대할 것이다. 대신 한·미·일 3국 간 협력 강화를 지지하고, 군사훈련 확대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한국인들은 미국이 주한 미군 유지 비용 50억달러를 한국에 요구하거나, 한반도에서 미군이 철수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많은 동맹국과 파트너국에 미국 정치 체제가 안정적이고 회복력이 있다는 더 강한 확신을 심어줄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 주도의 자유 국제 질서를 약화시키기 위해 가짜 정보를 생산했다. 선거부정론자들, 1·6 의사당 공격 주동자들, 미국우선주의자들은 이런 가짜 정보 전파에 앞장섰다. 유권자들은 투표로 그런 선동이 거짓임을 입증했다.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 절차로 선거 사기 주장을 일축했다. 트럼피즘의 몰락, 당선자들의 면면에서 보여지는 다양성은 국제사회와 어우러지고 회복력 있는 미국을 재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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