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에너지·식량 사재기… 공급망 봉쇄 대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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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공급망 봉쇄 방어와 인플레이션 관리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에너지와 식량 비축에 나서고 있다. 천연가스 수입과 저장 시설을 대폭 늘리고, 식량 비축량을 사상 최대 수준으로 유지하는 ‘둔훠(囤貨·사재기)’ 전략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에너지와 식량 가격이 급등하고, 첨단 산업에 집중됐던 미국 주도의 공급망 차단이 다른 영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자 에너지와 식량 안보에 모든 국가 역량을 쏟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주요 20국) 정상회의에서 “식량과 에너지 안보 문제는 전 세계 발전 영역에서 가장 시급한 도전”이라며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한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1일 국영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은 2026년부터 27년에 걸쳐 매년 400만t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카타르로부터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총 610억달러(약 83조원) 규모의 계약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역대 중국의 LNG 공급 계약 중 최장 기간, 최대 규모”라고 했다. 다음 달 중순에는 시진핑 주석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양국 간 에너지 협력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달 21일 장젠화 중국 국가에너지국장은 사우디의 압둘아지즈 빈 살만 에너지 장관과 회담에서 에너지 공급망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중국의 자체 에너지 생산량도 급격히 늘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10월 중국 석탄 생산량은 전년 대비 10%, 원유는 3%, 천연가스는 6% 늘었다.
에너지 비축을 위한 저장 시설 건설도 한창이다. 작년 말 화북 최대 천연가스 저장 시설이 허난성과 산둥성에 걸쳐 완공됐고, 올해는 가스 저장 시설 4곳을 지을 예정이다. 지난 21일 중국 최대 가스 저장 시설인 신장 후투비 가스 저장고는 ‘저장할 수 있는 만큼 최대로 저장한다[應儲盡儲]’는 원칙 아래 사상 최대 가스 저장량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화징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중국은 20개의 천연가스 저장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총 수용 용량은 119억t 수준으로 추정된다. 중국이 지난해 발표한 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에는 천연가스 저장 시설 건설 강화가 에너지 공급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열쇠라고 명시돼 있다.
식량 비축도 공격적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10일 내년에 지급해야 하는 2115억위안(약 40조원)의 농업 지원금을 선지급한다고 밝히면서 “농민들의 식량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올해 중국의 예상 식량 생산량은 6억5000만t 수준으로 전년과 비슷한데도 생산 독려에 나선 것이다.
올해 중국의 식량 수입액은 1~9월에 637억달러(약 85조원)에 달해, 사상 최고였던 작년(748억달러)을 넘어설 전망이다. 중국은 호주와 갈등을 빚는 와중에도 올해 1~10월 호주산 밀 수입량을 전년 동기보다 2배 늘렸다. 닛케이아시아의 추정치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옥수수 비축량의 69%, 쌀 비축량의 60%, 밀 비축량의 51%를 차지한다. 중국 국가식량전략비축국은 작년 11월 “중국의 곡물 비축량은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 국영 방송인 CCTV는 지난달 당 대회 이후 농업 관련 소식을 주요 뉴스로 계속 보도하고 있다.
중국의 공격적인 에너지·식량 비축은 인플레이션 문제와도 직결돼 있다. 중국은 올해 2월 이후 물가가 빠르게 오르고 있어 사회·경제 안정을 위한 에너지와 식품 가격 안정이 우선 과제다. 식량은 단기간에 생산량을 늘릴 수 없고, 에너지는 각국 간의 확보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중국이 더욱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의 에너지·식량 비축은 장기적으로는 주변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에너지와 식량 비축이 국제 가격 상승의 요인이 되고, 국가 간 비축 경쟁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 세계적인 에너지, 원자재, 식품 가격 상승을 조명하며 “현대에는 에너지·식량 등의 핵심 자원이 전쟁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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