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고금리·고환율·고물가에 고통받는 중기

국제신문 2022. 11. 2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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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킹달러 여파, 수출 경쟁력 악화일로
미래 투자 여력도 부족, 정부 종합 지원책 절실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라는 이른바 뉴노멀 3고(高) 시대에 중소기업들이 생존 기로에 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세계 경제가 동반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더해지고 있다. 수출 중심의 우리나라는 미국 중심의 ‘킹달러’로 인한 수입 원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더욱 고통받는 구조다. 이번 ‘킹달러’로 인한 고환율 현상이 우리나라 수출 중소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는 미국 달러만 강세를 보이고 다른 나라 화폐는 일제히 약세여서 수입 원자재 가격 부담은 커지는 대신 수출 대상국들의 구매력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무역수지는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25년 만에 7개월 연속 적자를 나타냈다.

고물가 고금리가 소비 위축과 이자 부담을 높여 내수 경기에 타격을 입힌다면, 고환율은 원자재를 수입하는 국내 기업의 비용 부담을 높여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고환율은 수입품 가격 상승으로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 높이고, 다시 금리 인상으로 연결돼 힘든 서민 삶을 한층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뜻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나 성장 둔화 속 물가만 오르는 ‘슬로플레이션’이 우리 경제를 덮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는 이유다.

걱정스러운 것은 침체 국면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예고되면서 우리나라 주식과 부동산 수요 위축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은 고금리 시대에 미래를 위한 투자를 포기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복합 경제위기에 따른 중소기업 금융이용 애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중소기업은 외부자금 조달 애로 사항으로 높은 대출금리(67.1%)를 꼽아 고금리 리스크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중소기업들은 자금 조달 금리가 연초에 비해 2.2%포인트 상승(2.9%→5.1%)했다고 답해 같은 기간 기준금리 상승 폭(1.75%포인트)보다 큰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가장 필요한 금융 정책으로 응답 중소기업의 80%가 금리 관련 대책인 ‘금리부담 완화 정책’(46.4%)과 ‘기준금리 이상 대출금리 인상 자제’(33.6%)를 꼽았다. 다음으로는 ‘신규자금 대출 확대’(10.6%) ‘대출금 장기분할 상환제도 마련’(5.0%) 순이었다.

기업들의 3고 문제를 인식하고 부산시는 지난달 제31차 비상경제대책회에서 경제위기 비상대응계획을 발표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대책으로 정책자금 지원, 수출입기업 지원, 주요 산업별 맞춤형 지원, 물가안정 등 4대 분야 16개 과제에 1조6800억 원을 지원한다고 한다. 글로벌 네트워크 지원, 판로 개척, 미래산업 기술 지원 등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현장 구인난 해소를 위한 지원금, 산업기술 교육 및 관련 공간조성, 취업자 인센티브, 외국인 노동자 채용 기간 확대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부산시는 ‘수출경쟁력 강화대책’으로 ▷수출입 중소기업 위기극복 바우처(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 지원 ▷중소기업 수출보험료 확대 지원 ▷수출기업 해외물류비 확대 ▷수출입기업 피해신고센터 운영 방안도 내놨다. 수출을 목적으로 원자재를 수입하는 기업 30여 곳에 수출 마케팅비와 통·번역비 등 최대 200만 원까지 지원하는 ‘위기극복 바우처 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달부터 시행 중인 해당 사업은 영세한 지역 기업까지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제출서류와 지원 대상 조건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선진국은 급변하는 제조 환경을 국가 주도로 변화시키고 있다. 인구구조와 산업구조 변화로 인해 우리나라는 기로에 서 있다. 2022년 합계출산율 0.77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이며, 산업현장에는 청년들이 보이지 않는다. 위기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 역할을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선진국에서는 기업 보조금을 앞다투어 지급하고 있고,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추진한다. 정부 복지정책은 지지하지만 우리는 수출 중심 국가다. 기업이 경쟁력을 잃으면 회복하기 너무나 어렵다.

중소기업은 대한민국 전체 기업의 99.9%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일자리의 81.3%를 책임지는 한국 경제의 뿌리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 현상은 단순한 해결책으로 극복하기 쉽지 않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미 빚이 많은데, 갚아야 할 돈은 늘어나고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동력은 찾기 힘든 상황이다.

정부는 금융과 세제 지원, 물류 지원, 원자재 공급망 안정화와 인력 수급난 완화, 납품단가 연동제 등 중소기업 경영 어려움 해소를 위한 종합적인 지원책을 조속히 마련하길 바란다. 중소기업은 경영혁신, 생산공정 개선 등 전사적 차원의 원가절감,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정용환 부산시 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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