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town] 가공부터 판매까지… 진안을 ‘홍삼 메카’로

진안/김정엽 기자 2022. 11. 2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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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진안군 ‘집적화단지’ 조성… 2025년 완공
지난 18일 오후 전북 진안군 용담호 인근 인삼밭 모습. 평균 고도 400m 이상의 산간 고랭지에 위치한 진안에선 기후 조건이 좋아 사포닌 함량이 많은 인삼이 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하는‘홍삼특구’인 진안군 관계자는“원료가 좋기 때문에 품질이 좋은 홍삼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김영근 기자

지난 18일 오전 10시 전북 진안군 부귀면에 있는 ‘전통 증삼소(蒸蔘所·인삼을 쪄 홍삼으로 만드는 곳)’. 4대째 가업을 이어온 송인생(56)씨가 전통 방식으로 인삼을 쪄서 홍삼을 만들고 있었다. 송씨는 먼저 갓 딴 인삼을 가는 뿌리가 상하지 않게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깨끗한 물에 씻었다. 이어 그는 가마솥에 시루를 얹고 무명천을 깐 다음, 그 위에 솔잎을 깔았다. 송씨는 “솔잎을 깔아야 증기가 고루 퍼진다”며 “인삼을 찌는 과정에서 끈적끈적한 액체가 나오는데 솔잎이 무명천과 인삼을 달라붙지 않게 하는 역할도 한다”고 했다.

송씨는 솔잎 위에 인삼을 차곡차곡 쌓고 나서 가마솥과 시루 사이에 있는 틈을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시루번’으로 메웠다. 증기가 새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송씨는 이어 솥뚜껑을 뒤집어 시루에 얹었다. 그는 “홍삼 맛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이 솥뚜껑”이라고 했다.

송씨는 참나무로 불을 지피고 김이 나기 시작한 뒤부터 1~2시간 동안 솥뚜껑에 수시로 찬물을 갈아줬다. 솥뚜껑에 찬물을 부어 찜통 안 온도를 약 90도로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마냥 뜨거운 수증기로 장시간 찌면 인삼의 유효 성분이 증기와 함께 날아가면서 약성(藥性)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송씨는 “이 방식은 홍삼 제조 명인으로 선정된 아버지 때부터 내려온 것”이라며 “시루 안 온도가 너무 높게 올라가지 않게 해 사포닌 등 인삼의 좋은 성분을 유지하는 게 진안 홍삼의 특징”이라고 했다.

◇홍삼의 고장 진안, ‘홍삼 집적화단지’ 만들기로

진안은 ‘홍삼의 고장’으로 불린다. 홍삼의 원료인 인삼은 서늘하고 건조한 기후를 좋아한다. 연평균 기온 13.8도, 여름철 평균기온은 20~25도, 연평균 강수량 1200㎜ 정도에서 잘 자란다. 평균 고도 400m 이상 산간 고랭지에 있는 진안은 이 조건에 잘 맞는다. 진안군 관계자는 22일 “진안에서 자란 인삼은 사포닌 함량이 많고 내부 조직이 단단하다”며 “원료가 좋기 때문에 명품 홍삼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진안군은 2005년에는 전국에서 최초로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하는 ‘홍삼특구’가 됐다. 1996년 홍삼 국가 전매제가 폐지되자, 지역 농민들이 전통 방식으로 만들던 진안 홍삼을 현대적 시설에서 대량생산해 산업화를 이뤄낸 결과다. 전통 방식을 적용한 기계 시설에서 효능이 뛰어난 제품을 생산한 것이다. 군은 올해 1~10월까지 홍삼 162t을 생산해 21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홍삼 생산량의 3.3%가량은 해외로 수출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진안 홍삼 매장 4곳을 운영하고 있다.

진안군은 홍삼 산업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해 홍삼 집적화단지를 만들기로 했다. 군은 단양리 일대 7만3287㎡ 부지에 총 132억원을 들여 ‘명품 홍삼 집적화단지’를 만든다는 계획을 지난달 27일 발표했다. 오는 2025년까지 완공한다는 목표다. 집적화단지엔 홍삼 판매장과 가공 시설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지역 곳곳에 퍼져 있는 홍삼 가공 업체와 판매 시설을 한곳으로 모아 품질 향상을 이뤄내는 게 진안군의 목표다. 내년까지 실시 설계 용역을 마무리하고 관련 조례도 만들 예정이다.

군은 또 홍삼 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농업정책국을 신설했다. 농업정책국은 4개 부서를 총괄하면서 홍삼의 생산 단계부터 가공·제조·유통·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홍삼 품질을 관리하기 위해 국내 유일 홍삼 연구 전문기관인 ‘진안홍삼연구소’도 운영하고 있다. 진안에서 난 홍삼은 이곳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홍삼의 주요 성분인 사포닌이 10종 이상 들어 있어야 하고, 농약이 검출되지 않아야 품질 인증을 받을 수 있다.

◇홍삼 활용한 관광산업 활성화 추진

진안군은 홍삼을 관광산업에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우선 매년 10월 홍삼 축제를 열고 있다. 올해는 지난달 7~10일 마이산과 진안고원시장 일대에서 3년 만에 대면 축제를 열었다. 축제에선 홍삼 제품 만들기, 홍삼 랜드 투어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진안 홍삼 제품을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도 있다. 올해 축제에는 약 15만명이 참여했다. 진안 홍삼 축제는 2020년과 2021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만 개최됐다. 진안군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전엔 홍삼 축제에 한 해 평균 26만여 명이 다녀갔다”며 “한 해 평균 약 155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군은 홍삼 엑기스를 물에 넣은 ‘진안 홍삼 스파’도 만들었다. 지하 1층, 지상 3층에 연면적 7720㎡ 규모다. 지난 2009년 문을 연 홍삼 스파는 연평균 10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는 진안의 대표 관광지다. 이곳에서는 홍삼 엑기스를 넣은 탕에서 수압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옥상 하늘 정원에선 마이산을 바라보며 노천 스파를 즐길 수 있다.

진안군은 또 2025년 완공할 예정인 ‘명품 홍삼 집적화단지’에 홍삼 관련 관광·체험 시설도 조성해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전춘성 진안군수는 “집적화단지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쇼핑만 하는 것이 아니라, 홍삼 관련 체험도 함께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며 “집적화단지가 완공되면 진안의 홍삼 산업과 관광 산업은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고 했다.

/진안=김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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