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한류의 뿌리

국제신문 2022. 11. 2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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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지난 4월 공개한 ‘2022년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 시안’에서는 국악 개념이 포함된 체계표가 사라지고 음악교과 성취 기준에서도 국악이 삭제됐다.

그 이유가 ‘국가주의적 관점이나 국악가의 입장에서 벗어나 세계의 다양한 음악을 학습해야 하는 측면에서 보면 현재의 국악 비중은 과하기 때문에 국악 서양음악 비서구음악 등 다양한 음악 유형 간 적절한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교육과정이 개정을 거듭하면서 국악 관련 개념이 구체화해 리듬 가락 등에서 국악 용어와 일반 음악 용어가 구분돼 이분화하는 양상에 이르렀고, 이는 음악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소통하기 어려운 환경을 초래했다. 모든 음악에 핵심적으로 적용, 전이될 수 있는 공통적인 음악 개념·용어를 제시하는 등 국악 관련 내용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참으로 이 나라 교육을 책임진 교육부의, 현재 세계음악 흐름을 읽지 못한 시대착오적인 내용이다. 이미 유럽과 미국의 음악은 세계 중심에 서 있지 않다. 지금은 각 민족·나라 음악이 올곧이 살아 있는, 다양한 월드뮤직의 세상이다. 이 흐름에 발맞춰 우리나라의 음악교육과정은 정말 조금씩 변하고 있었고, 지금 우리 음악도 세계의 중심에 당당히 서 있다. 퇴행하는 교육과정에 대한 구구한 변명일 뿐이다. 교육부가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 연구에서 국악을 삭제하려는 시도를 지속해서 자행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2차 연구에 참여한 국악연구진 5명 전원이 해당 연구에서 탈퇴하며 음악과 교육과정에 반발하는 등 파장은 일파만파 커졌다. 교육부는 2차 연구가 진행 중이므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하지만 음악계와 국악계 갈등의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쯤에서 우리는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한류란 무엇인지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류의 근간에는 세계 어느 민족도 흉내 낼 수 없는 한이 있다. 한은 한민족의 오랜 역사에서 형성된 독특한 형태다. 그것은 부분적으로는 비슷하나 원한과는 구별된다. 어둡다. 그러나 동시에 신명이 있다. 신명은 누구나 속에 안고 있는 것이고 무엇을 촉매로 불러내는 것이다. 그 촉매 역할을 하는 것이 예술이다. 중요한 것은 ‘한’만 가지고는 예술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반드시 신명으로 풀어야 한다. 그것이 한류의 근간이다.

한류는 한국인의 잠재된 거시 문화적 역량이다. 고인이 된 시인 김지하는 생전에 “한류는 결코 일회적인 것도 아니고 ‘이제 엔간히 해둬야 한다’는 따위 비판을 가할 수 있는 들뜬 유행도 아닌 것”이라며 “한반도가 사상과 문화에서 참으로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것으로 봤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한이 많은 우리 민족이 흥을 발휘할 때 그것이 한류를 일으킨다. 인간 깊숙이 자리한 한을 흥으로 끌어올려 눈물을 나게 하는 우리의 문화적 역량, 바로 이 점이 한류로서 세계 시민사회에 호소할 수 있는 역량이라고 본다.”

1972년 뮌헨올림픽 문화축전을 위해 독일이 윤이상에게 위촉한 ‘심청’이라는 작품이 뮌헨 바이에른 국립오페라 극장에서 초연됐을 때 저명한 지휘자 볼프강 자발리수는 동양의 신비한 정신세계를 심오한 음향과 정밀한 설계로 표현해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세계인에게 주목받는 우리 문화예술의 뿌리는 국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교육부의 음악교육을 보면 친일음악가 홍난파가 우리 음악을 무시하고 서양음악을 숭상해 내뱉은 “조선음악 대부분이 매우 더디고 느려서 해이하고 뒤로 물러나서 움직이지 않는 기분에 싸여 있지만 서양의 음악은 예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경쾌하고 장중하다”는 말이 생각난다.


국악인은 거세게 반발하며 국악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문화제를 열고, 국악을 전공했던 트로트 가수 송가인 등이 국악 교육 수호를 호소했으며, 국가무형문화재인 신영희 명창은 문화재를 반납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 9일 국악 관련 학습은 초중고 모두 내용 체계와 성취기준 등에 별도로 제시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신뢰는 가지 않지만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언제나처럼 정작 대학에서 국악을 교육하는 교수들의 움직임은 보이질 않는다. 이쯤 되면 TV토론에나 나와 실없이 목소리만 높이던 교수들은 머리를 깎고 거리로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이청산 백산안희제선생독립정신계승사업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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