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시민 재산 사유화한 민노총

곽래건 기자 2022. 11. 2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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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 노동자 복지관을 차지하고 있는 민노총 서울본부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지난 10일 주간지 일요서울 기자가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있는 강북 노동자 복지관을 찾았다. ‘민노총이 공공재인 복지관 건물에 노조 사무실을 채워넣고, 복지관을 사실상 사유화했다’는 지적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현장 취재를 간 것이다. 필자 역시 관련 기사를 쓰기 위해 복지관에 세 차례 이상 직접 찾아갔다.

서울 마포구 강북 노동자복지관 전경(왼쪽)과 내부 모습(오른쪽). 5층 건물 중 3~4층 대부분이 민노총 서울본부 산하 노조 사무실로 채워져 있다. /고운호 기자

그런데 취재 중인 주간지 기자를 발견한 민노총 관계자들의 대응이 상식 밖이었다. 건물 출입을 막으려고 한 것도 모자라 대여섯 명이 기자를 둘러싸고 욕설하고 몸을 밀치며 기어코 건물 밖으로 쫓아냈다. 이 과정에서 기자에게 “칼로 쑤셔 죽여버리겠다”고도 했다. 물리력을 행사하거나 폭언하는 것은 현행법상 폭행죄에 해당한다.

정상적인 취재를 하는 기자에게 한 말과 행동도 당혹스럽지만, 더 황당한 것은 이 건물이 민노총이 아닌 서울시 소유라는 점이다. 노동자 복지관은 노동자 복지와 문화 행사, 상담 등을 하라고 만든 지자체 시설이지만, 실제 운영은 노조가 하고 있다. ‘민간 위탁’이라는 형식을 빌렸기 때문인데, 민노총이 임차료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돈을 받는 구조다. 서울시는 건물 관리를 위한 관리비와 유지 보수 비용이라며 오히려 돈을 주고 있다.

이렇게 행동할 수 있는 민노총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다. 관리 감독을 해야 할 서울시가 오히려 민노총을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관 내 민노총 사무실이 지나치게 많다’는 시의회 지적에 한영희 서울시 노동·공정·상생정책관은 “복지관 기능을 훼손하지 않았다” “전체 연면적의 15% 내외만 (노조) 사무실을 운영하게 한 고용부 지침을 지켰다”고 했다. 5층짜리 건물에서 3~4층 전체가 노조 사무실이고, 다른 층 시설도 사실상 노조가 전세 내다시피 쓰고 있는데, ‘15%에 불과하다’고 궤변을 늘어놓은 것이다. 서울시 발언에 대해 고용부는 “지침을 잘못 해석했다”고 했다.

민노총은 건물 관리를 하겠다며 민노총 퇴직 간부를 연봉 7000만원 가까이 받는 2급 19호봉 직원으로 특채했는데, 서울시는 이를 묵인하면서 오히려 인건비를 대고 있다. 서울시는 언론 보도가 나올 때까지 이 사실을 숨겼고, 담당 국장은 열흘이 지난 현재까지도 취재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시가 나서 대놓고 민노총을 두둔하고 있는 것이다. ‘겉은 민간 위탁이지만 사실상 노조 지원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노조에 대한 지원 자체를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이 과정을 시민들이 투명하게 알아야 한다. 지원금이 다름 아닌 세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시민 의견을 수렴한 적이 없다. 시민들은 복지관이 정말 노동자를 위해서 운영되는지, 이 과정에서 시 지원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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