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어보고 QR찍으면 집 배송… 백화점에 이런 ‘3無 매장’이?

이미지 기자 2022. 11. 2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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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O’ 넘어 ‘O4O’로 서비스 진화

지난 15일 현대백화점 천호점 지하 1층에 ‘하우 투 리 그린 O4O 쇼룸’이란 이름의 매장이 문을 열었다. 이곳은 재고 없이 색상과 사이즈별로 옷이나 가방이 딱 하나씩만 비치돼 있고 결제 단말기와 고객을 돕는 직원도 없는 3무(無) 매장이다. 매장에 들어선 고객들은 자유롭게 가방을 메보거나 옷을 입어본 뒤 스마트폰으로 상품 태그(tag)에 있는 QR코드를 찍는 것으로 쇼핑을 끝낸다. 이렇게 결제한 물건은 현대백화점의 온라인 몰 더현대닷컴으로 연결되고, 1~2일 내에 고객의 주소지로 배송된다. 따로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온라인 결제가 가능하고, 결제 후 링크를 다른 사람에게 보내 배송받도록하는 ‘선물하기’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이 3무 O4O 매장을 연 것은 올해 9월 중동점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천호점 매장에서는 지난 15~20일까지 폐방화복과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패션 브랜드를 포함해 14개 친환경 브랜드의 상품 180종을 판매했다. 백화점 측은 “고객들의 반응을 분석하고 서비스를 개선해 정식 매장으로 발전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이후 확산된 유통업계의 비대면 서비스가 O2O(Online to Offline)에서 O4O(Online for Offline)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O4O 서비스는 고객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온라인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단순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하는 O2O와는 구분된다. 일부 온라인 플랫폼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열면서 도입하기 시작한 O4O 서비스는 이제 대형 백화점으로 확산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은 ‘쇼룸’으로 사용하고, 물건은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형태이다. 작년 롯데백화점이 재고 없는 매장을 선보인 데 이어 현대백화점이 한 걸음 더 나아가 3무 매장을 도입한 것이다.

지난 15~20일 현대백화점 천호점에 문을 연 '3무(無)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스마트폰으로 상품 태그를 비춰보고 있다. 이 매장은 상품 재고와 결제 단말기, 판매 직원이 없는 3무 매장으로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구경한 뒤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O4O 서비스를 적용했다. /이미지 기자

◇재고없는 매장은 정식 매장으로 확대

앞서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8월 동탄점에 ‘재고 없는 매장’인 ‘샵16′을 오픈했다. 색상과 사이즈별로 상품은 하나씩만 진열하고 고객이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매장이다. 이 매장은 오픈 첫 달부터 월 평균 1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동탄점 여성복 브랜드의 매출 상위 5위 매장으로 진입했다. 구매 고객의 70%가 10~30대일 정도로 젊은 층 구매 비율이 높다.

롯데백화점은 이달 초에는 부산본점과 인천점에 재고 없는 매장 ‘하고하우스’를 열었다. 인천점은 오픈 첫 주말에만 5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은 이달 25일 잠실 롯데월드몰에도 하고하우스를 새로 오픈하면서, 재고 없는 매장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공간 활용, 고객 데이터 분석하는 미래형 O4O 매장

O2O 서비스가 앱으로 음식이나 물건을 주문하고 택시를 호출하는 형태로 오프라인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반면 O4O 서비스는 온라인을 통해 분석한 고객 데이터를 오프라인 사업에 활용한다. 의류·화장품 업체들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을 쇼룸으로 바꾼 뒤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하도록 하고, 온라인으로 매장의 재고 상황과 행사 상품을 확인해 오프라인 매장을 찾도록 하는 식이다.

백화점들은 O4O 서비스를 통해 매장과 창고 등 오프라인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온라인으로 수집된 고객 데이터를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일반적으로 백화점에 입점한 매장들은 재고 상품을 쌓아놓기 위해 별도의 공간을 사용한다. 상품 재고를 관리하고 결제를 돕기 위한 판매 사원도 3~4명을 쓴다. O4O 서비스를 도입한 매장은 창고 공간과 판매 사원이 필요 없기 때문에 재고 관리와 인건비 부담을 덜 수 있고, 온라인으로 수집한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정밀한 맞춤형 마케팅도 가능하다.

해외에서는 미국의 고급 백화점 노드스트롬이 지난 2017년 오프라인 매장을 쇼룸으로 이용하는 O4O 매장을 선보였다. LA 웨스트할리우드에 온라인 주문대와 피팅룸만 있는 재고 없는 매장을 연 것이다. 온라인 기반의 안경업체 ‘와비파커’와 패션업체 ‘에버레인’도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물건을 구경·체험하고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O4O 매장을 선보이고 있다.

☞O2O, O4O

O2O는 ‘Online to Offline’라는 뜻으로 온라인으로 주문·예약한 서비스를 오프라인에서 누리는 것을 뜻한다. 스마트폰에서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거나 음식과 물건을 시키는 등의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Online for Offline’라는 의미의 O4O는 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 즉, 기업이 온라인을 통해 축적한 데이터를 오프라인 사업에 활용하는 것이다. 쇼룸으로 꾸며진 패션·화장품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본 뒤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것이 대표적인 O4O 서비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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