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용세습 시정명령이 '노조 탄압'이라는 기아 노조

2022. 11. 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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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고용세습을 명시한 기아 등 60여 개 기업 노사의 단체협약에 시정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2018년에는 서울교통공사 한국가스공사 한전KPS 등 공기업에서 고용세습과 친인척 채용 비리 의혹이 줄줄이 터져나와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고용부가 100인 이상 사업장의 단체협약 1057개를 조사한 결과 63개에서 법령을 위반한 우선·특별 채용 조항이 적발됐는데,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있는 사업장이 68.3%(43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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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고용세습을 명시한 기아 등 60여 개 기업 노사의 단체협약에 시정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기아 노사는 지난 10월 맺은 단체협약에서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 정년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근속자 자녀 우선 채용’ 조항을 유지했다. 이런 시대착오적인 폐습이 아직까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을 받아온 고용세습이 문제가 된 건 이번만이 아니다. 기아 노조는 작년 11월에도 회사가 5년 만에 생산직 신규 채용을 검토하자 “신입사원 채용에서 단체협약상 ‘우선 및 특별 채용’ 조항을 준수해야 한다”고 압박해 물의를 빚었다. 2018년에는 서울교통공사 한국가스공사 한전KPS 등 공기업에서 고용세습과 친인척 채용 비리 의혹이 줄줄이 터져나와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대기업 노조의 일자리 세습은 청년들의 희망을 빼앗는 ‘일자리 도둑질’이다. 공정한 취업 기회 박탈은 물론 노동시장 내 격차 확대, 고용구조 악화를 부르는 반칙 행위다. ‘부모 찬스’가 늘어날수록 청년 취업은 바늘구멍이 될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우리나라 대졸 청년 취업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청년 체감실업률은 19.9%로 5명 중 1명꼴로 실업 상태다.

기득권을 쥔 귀족 노조일수록 ‘고용 알박기’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사실은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부각시켜 준다. 고용부가 100인 이상 사업장의 단체협약 1057개를 조사한 결과 63개에서 법령을 위반한 우선·특별 채용 조항이 적발됐는데,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있는 사업장이 68.3%(43개)였다. 고용세습 시정명령에 기아 노조가 ‘노조 죽이기’라고 반발한다고 하니 이런 적반하장도 없다. 일자리 세습은 명백한 불법행위다. 채용 때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고 취업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토록 한 고용정책기본법(7조),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를 무효로 규정한 민법 103조에 위배된다. “노사의 특별채용 합의가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지만, 산업재해 사망자 유족에 국한된다.

고용부는 2016년에도 고용세습이 담긴 단체협약에 시정명령을 내린 적이 있다. 당시 2769개 단협 가운데 694개(25.1%)에 노조 추천자 채용 등 우선·특별채용 조항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시정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근절되지 않는 건 벌금 500만원이 최고인 솜방망이 처벌 탓이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이기도 한 고용세습 철폐는 말로 이뤄지진 않는다. 고용세습을 부당노동행위로 간주하고 엄격한 처벌을 할 수 있도록 노조법을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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