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의 실효성을 높이는 비법은 있다 [아침을 열며]

2022. 11. 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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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여전히 이때쯤 되니 여기저기서 돈 쓰는 소리가 들린다.

이런 메커니즘에 의해 예산 편성이 이뤄지니 연말에 돈이 남아도는 것이 당연하다.

즉, 배정된 돈을 다 쓰지 못하면, 그 이듬해 예산 편성 시 불용액으로 깎일 것이기 때문에 '제로'로 만들기 위해 애쓰는 것이다.

착한 불용액이란, 좋은 목적의 예산이 배정되었는데 여건의 변화로 다 못 썼거나, 열심히 절약을 해서 남은 돈을 지칭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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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올해도 여전히 이때쯤 되니 여기저기서 돈 쓰는 소리가 들린다. 회계연도 마감 전 돈을 다 써서 제로로 만들어야 한다. 공공기관들은 배정받은 예산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출한다.

그렇다면 애초에 예산 편성을 잘하면 되지 않는가? 실상 예산 편성은 역사가 90%, 기재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가 9%, 그리고 국회가 1% 정도 결정한다고 한다. 즉, 전년도 예산을 그대로 편성하는 식의 역사(관례)가 차지하는 비율이 90%라는 것이다. 니스카넨(Niskanen)은 관료들이 예산 편성 시 무조건 팽창시키려는 '예산극대화' 이론을 주장한 바 있다.

이런 메커니즘에 의해 예산 편성이 이뤄지니 연말에 돈이 남아도는 것이 당연하다. 즉, 배정된 돈을 다 쓰지 못하면, 그 이듬해 예산 편성 시 불용액으로 깎일 것이기 때문에 '제로'로 만들기 위해 애쓰는 것이다.

이처럼 연말에 물같이 써대는 불용액이 도대체 얼마나 될까? 돈을 쓰는 당사자만이 아는 비밀이겠지만 상당액이 될 것이다. 명시적으로 차년도에 이월하는 예산이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생하는 것만을 합해도 매년 30조 원 정도라는 것만 알려져 있다. 물론 이월액과 불용액은 다르지만, 막 써대는 잠재적 불용액도 정부 전체로 보면 적어도 수조 내지 수십조 원은 되지 않을까 한다.

이를 해결하여, 우리 정부의 경쟁력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제도적 장치보다 근본적인 방법은 관료들의 윤리의식이다. 마치 자기 돈이라고 생각하여 아끼는 윤리의식만 생긴다면 아주 쉽게 해결될 문제이다. 그러나 공공부문은 물론이고, 민간부문도, 자기 돈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조직에서 이런 윤리의식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우리 문화가 후진적이다.

그렇다면, 그 답은 예산을 불용액으로 남기면 결과적으로 불이익이 되는 메커니즘을 바꾸면 된다. 생각건대 불용액으로 될 것 같아서 막 써대는 돈에는 '착한' 불용액과 '나쁜' 불용액이 있을 것이다. 착한 불용액이란, 좋은 목적의 예산이 배정되었는데 여건의 변화로 다 못 썼거나, 열심히 절약을 해서 남은 돈을 지칭하기로 한다. 나쁜 불용액이란, 앞서 말한 예산극대화이론에 따라 애초에 불필요한 것이나 과장된 예산을 지칭하기로 한다. 두말할 필요 없이 착한 불용액은 이월도 하고 그다음 해 예산 편성 시 불이익을 주면 안 되고, 나쁜 불용액은 그다음에도 과감히 삭감해야 한다.

문제는 옥석을 가리기 힘들다는 데 있다. 따라서 불용액 처리에 대해 특단의 조치를 취해 보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우선 다 쓰지 못한 돈을 '착한 불용액'으로 일단 인정해 주어서 막 쓰는 것을 막아야 한다. 불용액으로 남겨도 차년도 예산 배정에서도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약속을 하고 진짜로 지키면 된다. 오히려 이런 행태를 장려하기 위하여 인센티브를 주는 것조차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다음 해에도 계속해서 그만큼의 착한 불용액이 생긴다면 분석을 하여, 예산 전용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음으로 나쁜 불용액 사용에 대해서는 제재를 해야 한다. 이것은 범죄행위에 가까운 것이기 때문에, 기관 평가에도, 감사에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국민의 혈세는 무조건 예산지출 늘리기에만 급급해서는 안 되고, 꼭 필요한 곳에 잘 써야 한다. 내년 경제전망이 흐린 상태에서 경기침체로 세수는 줄지만, 정부나 우리 모두가 정작 쓸 데에 돈 지출하는 것이 선진국이 되는 길이다.

임도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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