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왕이 될 상이었나요?” 데뷔 25년 만에 국왕 된 유해진
“약간은 ‘인조(人造)인간’ 같기도 하고.”(배우 유해진)
“이번엔 인조(仁祖) 임금 역할이시니.”(배우 류준열)
지난 10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 23일 개봉하는 영화 ‘올빼미’의 시사회 직후 두 배우의 언어유희가 쏟아지자 객석에서도 연신 폭소가 터졌다. 조선 후기 소현세자의 죽음을 둘러싼 궁중 음모극인 이번 영화에서 유해진은 국왕 인조 역할을 맡았다. 1997년 영화 ‘블랙잭’에서 덤프트럭 기사 역으로 데뷔한 이후 25년 만에 첫 국왕 역이다. “관객들이 왕이 된 저를 못 받아들이면 어쩌나 싶어서 두려웠다”는 그의 고백처럼, ‘올빼미’는 배우 유해진의 깜짝 반전이 숨어 있는 영화다.
유해진은 11일 간담회에서도 “제가 이번 영화에서 장애라도 되면 어쩌나, 왕이 안 맞는다고 느껴지면 어쩌나 고민이 많았는데, 다행히 시사회에서 ‘픽픽’ 웃는 분이 안 계셔서 다행”이라고 털어놓았다. 국왕 역할에 대한 심적 부담에 대해 그는 “(마음속으로) 최면을 걸고 그저 장면에 충실한 것 외에는 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인조는 반정으로 왕좌에 올랐지만 두 차례 호란(胡亂)과 ‘삼전도의 굴욕’까지 영욕이 적지 않았다. 그렇기에 ‘궁중 잔혹사 꽃들의 전쟁’과 ‘남한산성’ 등 드라마와 영화에서 즐겨 다루는 인물이기도 했다. 영화 ‘남한산성’의 8년 뒤를 다루는 ‘올빼미’에서 유해진이 인조 역을 맡자 온라인에서는 “’삼전도의 굴욕’을 겪은 뒤 인조가 박해일(’남한산성’)에서 유해진(‘올빼미’)으로 변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사극에서 유해진은 전매특허인 웃음기도 없앤 채 정극 연기에 몰입했다. 유해진은 “인조처럼 색깔이 강한 캐릭터를 연기할 때는 예전 연극에 출연할 때의 무대 연기를 떠올린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럴까. 상영 20여 분이 지난 뒤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그는 점차 광기에 휩싸여 폭주하는 ‘두 얼굴’의 국왕 역을 선보인다. 그는 “코미디에 출연하면 ‘날로 먹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살이 빠지고 위장병이 생길 정도로 힘든 연기는 코미디”라고 말했다. 한밤중에 일어나는 궁중 음모라는 점에서는 이인화 원작의 ‘영원한 제국’, 평범한 인물이 거대한 음모에 휘말린다는 점에서는 영화 ‘관상’(2013년)을 닮았다.
공교롭게 이번 ‘올빼미’를 촬영한 전북 부안 세트장은 지난 2005년 영화 ‘왕의 남자’ 때와 같았다. 당시 조감독이었던 안태진 감독이 장편 데뷔작인 이번 영화 연출을 맡았고, 광대 육갑 역이었던 유해진은 이번엔 국왕이 됐다. 배우와 감독 모두 ‘신분 상승’에 17년이 걸린 셈이다. 유해진은 “당시에는 더운 날에도 광대라서 바짝 엎드려 있었는데, 이번에는 위에서 바라보고 있으려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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