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감 부추겨 ‘셀프 혹사’…머스크, 트위터선 안 될걸

정원식 기자 2022. 11. 22.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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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견디면 떠나” 대량 해고
파산 위협하면서 동기 부여
충격·공포 자극 ‘거친 경영’
테슬라·스페이스X와 달리
NYT “성숙한 곳선 안 통해”

지난 10월 말 440억달러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가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본궤도에 올려놓는 데 사용했던 거친 경영 수법을 트위터에도 적용하고 있으나 기존의 ‘성공 공식’이 이번에도 통할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머스크가 테슬라와 스페이스X에서 사용했던 경영 수법은 그가 트위터를 인수한 후 발생한 혼란과 위기의 청사진이라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에서 대량 해고 등으로 조직에 충격을 가하고 가정과 친구마저 내팽개치고 일에만 집중하도록 몰아붙였는데, 트위터 인수 후에도 같은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지난 4일 트위터 전체 직원 7500명 중 절반인 3700명을 해고했다. 이어 지난 16일에는 “고강도의 장시간 노동을 감당할 자신이 없으면 돈을 받고 떠나라”며 근무 지속 여부를 하루 안에 결정해 회신하라고 압박했다. 사실상의 ‘퇴사 종용’에 직원 1200여명이 추가로 회사를 떠났다. 21일 기준 트위터 직원은 약 2700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머스크는 종종 회사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부추겨왔다. 익명을 요구한 스페이스X 임원에 따르면 머스크는 2017년 로켓을 매주 두 번 이상 발사하지 않으면 회사가 파산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스페이스X의 한 전직 임원은 파산 위협은 머스크가 직원들의 동기를 끌어내는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과시적인 자기 혹사도 머스크의 주특기다. 머스크는 지난 14일 트위터에 “샌프란시스코 트위터 본사에서 밤을 새우고 있다. 조직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이곳에서 일하고 잘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그는 테슬라가 모델3 양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2018년 테슬라 공장 회의실 바닥에서 자면서 120시간씩 일했다.

테슬라 전직 임원 두 사람은 “위기의식 조성과 자기 혹사는 머스크식의 과격한 변화와 대량 해고를 정당화하고 남은 직원들이 머스크가 원하는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극한의 노동 조건을 감수하게 만드는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NYT는 머스크의 경영 수법이 트위터에서도 통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머스크가 직원들을 가혹한 방식으로 채찍질할 때 테슬라와 스페이스X는 성장 초기 단계였지만 트위터는 보다 성숙한 조직이라는 것이다. 샌타클래라대 경영학과 태미 매드센 교수는 “머스크가 전기차를 생산하고 인간을 우주에 보내는 회사에서 썼던 방식이 소셜미디어 직원들에게 동기 부여가 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머스크와 함께 일했던 이들의 우려도 이와 유사하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테슬라 수석 엔지니어링 매니저를 지냈던 데이비드 디크는 “머스크의 경영 수법은 출발과 성장에는 유리한 전략이지만 안정적인 회사를 건설하는 데는 좋지 않다”고 말했다.

상당수 트위터 이용자들은 트위터를 이탈하는 모양새다. 트위터 계정을 추적하는 보트 센티넬에 따르면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지난 10월27일부터 지난 1일까지 6일 동안 트위터 계정 130만개 이상이 비활성화되거나 정지됐다. 트위터를 떠난 사용자들은 마스토돈, 카운터소셜, 하이브 등 대안적 SNS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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