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은 이야기’로 폭로 쏟아낸 남욱…‘발언 당사자’ 김만배 입장 주목
대장동 재판의 판이 커지고 있다. 대장동 일당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이어 남욱 변호사도 이 재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을 겨냥한 폭로를 쏟아냈다.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유무죄는 물론 이 대표의 혐의를 다투는 재판을 방불케 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지난 21일 열린 대장동 재판에서 남 변호사는 증언 전반을 김용 부원장과 정진상 실장에 관한 것에 할애했다.
두 사람과 이 대표를 일종의 ‘집단’으로 묶는 듯한 발언도 나왔다. “천화동인 1호 지분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측)의 지분이라는 것을 김만배씨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다”는 발언이 대표적인 예다. 이 대표와 정 실장을 ‘정치적 공동체’로 묶은 검찰의 규정과 맥락이 같다.
남 변호사가 재판 초기와 달리 이 같은 발언을 이어간 것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결정권을 쥐고 이득을 챙긴 ‘몸통’을 이 대표의 측근과 유 전 본부장, 김씨로 지목하려는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자신의 역할을 ‘주범’이 아닌 ‘종범’으로 축소하면 형량에 유리하게 참작될 수 있다고 판단했음직 하다는 것이다.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남 변호사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단지 내가 하지 않은 일까지 모두 떠안기는 싫은 것”이라며 “잘못한 만큼만 처벌받고 싶다”고 했다.
유 전 본부장에 이어 남 변호사까지 적극적으로 법정진술에 나서면서 검찰이 수사 중인 이 대표 측 인사의 피의사실을 놓고 다른 재판에서 공박을 벌이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적어도 여론 조성 측면에서 보면 ‘재판이 수사를 견인하는 격’이라는 말도 나온다.
검찰 수사는 날개를 단 격이 됐다. 법조계에서는 책임 소재를 덜어 형량을 낮추려는 대장동 일당과 이 대표를 겨냥한 검찰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장동 일당의 ‘각자도생’ 움직임이 분명해지는 와중에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도 24일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된다. 이어 그 다음날 대장동 재판에 출석한다.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의 대척점에 선 것으로 보이는 김씨의 ‘입’이 주목되는 이유이다.
김씨 측 변호인은 전날 재판에서 남 변호사의 폭로가 이어지자 “이 사건 공소사실과 관련 없는 정 실장, 김 부원장 등 얘기가 많이 나왔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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