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무릎을 꿇렸다… 사우디, 아르헨 격파 대이변
22일 조별리그 C조 1차전이 열린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 관중석은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의 응원으로 귀가 아플 정도였다. 국경을 마주한 카타르에 사우디 팬들이 대거 몰려 ‘홈 경기장’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상대팀 아르헨티나의 주장 리오넬 메시(35)가 공을 잡으면 야유가 극에 달했다.
◇사우디 ‘루사일의 기적’
응원과 상관 없이 경기는 예상대로 흘러가는 듯 보였다. 전반 10분 메시가 페널티킥을 왼쪽으로 가볍게 차 넣으면서다. 기세가 꺾일 법도 했지만, 함성을 등에 업은 사우디 선수들은 마지막 경기처럼 달려들었다. 전반을 마치고는 그라운드 위의 세 명의 선수가 그 자리에서 쓰러졌을 만큼 온 힘을 짜냈다.
신이 응답한듯 굳게 닫혔던 아르헨티나의 골문이 거짓말처럼 열렸다. 후반 3분 살레 알 셰흐리(29)가 수비수들과 몸싸움을 이겨낸 끝에 공을 오른쪽 골대 구석으로 차 넣었다. 모래 바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후반 8분 주장인 살렘 알 다우사리(31)가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감아찬 슛이 또다시 오른쪽 골대에 꽂혔다. 사우디의 응원 소리가 경기장을 뒤엎었고,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골문을 계속 노렸지만 사우디 수비수와 골키퍼의 신들린 듯한 선방에 전부 막혔다.
결국 사우디의 2대1 승리로 경기가 끝났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1위의 사우디가 3위 아르헨티나를 꺾어내는 이변을 일으킨 것이다. 카타르 월드컵 첫 이변의 희생양이 이번을 마지막 월드컵이라 천명한 ‘축구의 신’ 메시였던 터라 충격은 배가 됐다.
◇'하얀 마법사’ 르나드 감독
사우디는 역대 월드컵 1차전에서 참패를 당한 적이 많다. 1998 프랑스 월드컵(프랑스 0대4), 2002 한·일 월드컵(독일 0대8), 2014 브라질 월드컵(우크라이나 0대4), 2018 러시아 월드컵(러시아 0대5)에서 1차전마다 4골차 이상으로 참패했다. 최고 성적은 1994 미국 월드컵 16강이었다.
이에 사우디는 2019년 프랑스 출신의 헤르베 르나드(54) 감독을 영입했다. 앙골라, 모로코 등 아프리카 국가들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하얀 마법사’라 불리는 사령탑이었다. 르나드 감독은 이날 골을 넣은 알 다우사리, 셰흐리를 포함해 페라스 알 브리칸(22) 등을 주로 기용하며 대표팀의 신구조화를 이뤄내는데 성공했다.
레나르 감독은 사우디를 이끄는 동안 32경기에서 5패(16승11무)만을 당하는 저력을 보였다. 한국과 다른 조인 아시아 최종예선 B조에선 탈락할 거라는 예상을 뒤집고 7승2무1패로 1위를 차지하며 본선에 진출했다. 월드컵을 앞둔 마지막 평가전은 FIFA 랭킹 12위인 크로아티아에 0대1로 졌지만, 좋은 경기를 펼쳤다는 평을 받았다. 그리고 이날 아르헨티나를 잡아내며 파란을 일으켰다. 사우디는 오는 26일 폴란드와 2차전에서 16강 조기 진출을 노린다.
◇고개 숙인 메시
유럽 챔피언스리그, 남미 코파아메리카 등 프로와 국제대회를 가리지 않고 우승컵을 수집한 메시에게 유일하게 없는 게 월드컵 트로피다. 올해 서른 다섯인 메시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아마도 내 마지막 월드컵일 가능성이 높다”며 “우리의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그래서 이날 경기에서 모든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매 순간 몸을 날려 잔디 위를 뒹굴었다. 거친 태클을 받아도 다시 일어나 메시에게 공을 건넸다. 동료들이 똘똘 뭉쳐 ‘라스트 댄스’에 나선 메시의 백댄서를 자처했는데, 사우디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전반에 넣었던 세 골이 전부 아슬아슬하게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던 게 아쉬웠다. 메시는 경기 내내 잘 풀리지 않는다는 듯 ‘마른 세수’를 연신 하더니 고개를 숙이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아르헨티나는 오는 27일 멕시코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기사회생을 노린다.
/루사일=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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