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심전도의 놀라운 진화

2022. 11. 2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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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 서울시 서북병원장

세포들은 다양한 정보를 서로 교환하면서 우리 몸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게 한다. 정보 교환은 전기 신호를 통한 방법과 신경전달물질이라는 특수한 물질을 분비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심장을 포함한 근육들은 전기 신호를 통해 수축과 이완을 하게 된다.

심장은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이 다소 특이하다. 우심방에 있는 작은 조직(동방결절)에서 먼저 신호를 만들어낸다. 그러면 이 신호가 3가닥의 길을 따라 빠른 속도로 심방 전체로 퍼져서 심방이 먼저 수축하게 된다. 그리고 신호가 우심방과 우심실 사이에 있는 작은 조직(방실결절)에 도달하게 되면 잠시 시간을 늦췄다가 2가닥의 길을 통해 빠르게 심실로 신호를 보내어 수축을 유도한다. 그 후 심실은 자연스럽게 이완이 된다.

심장의 수축과 이완 모두 전기 작용에 의한 반응이므로 이 전기 신호를 포착하면 심장이 뛰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무려 120년 전인 1903년 이를 측정할 수 있는 기계, 즉 심전도가 '빌렘 에인트호벤'이라는 네덜란드 의사에 의해 개발됐다. 그가 개발한 심전도 기계를 이용하여 1901년에 개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 성공했고 그로부터 2년 후에는 사람을 대상으로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당시에는 무려 272㎏의 거대한 기계로 5명의 기술자가 있어야 작동됐지만 지금은 엄지 손가락보다 훨씬 작은 기계도 개발됐다. 그는 심전도 기기를 개발한 다음 심전도 곡선의 세부 사항들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정확히 해석하여 1924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심전도는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에 요긴하게 사용되지만 부정맥 진단에도 가장 필수적인 검사이다. 부정맥은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뛴다는 의미로 수십 종류의 부정맥이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부정맥이 며칠에 한 번 혹은 몇 달에 한 번씩 일시적으로 잠깐 나타나므로 진단이 매우 까다롭다.

부정맥이 나타날 때는 대개는 가슴이 뛰는 증상이 있기 때문에 이 때 심전도를 하면 정확하게 진단이 가능하지만 증상을 느끼고 병원에 가는 동안 부정맥이 없어지므로 심전도를 해도 대부분 정상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부정맥 중에는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종류도 많지만 반드시 치료를 해야만 하는 부정맥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협심증의 경우도 가슴에 통증이 대개는 1~2분 정도에 불과하다. 이렇게 통증이 있을 때 심전도를 해야만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운동을 하거나 약을 투여하여 부정맥 혹은 협심증을 유발하면서 검사를 하는 '운동부하 심전도'를 하게 된다. 이 때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심전도 기계를 몸에 부착하여 24시간 동안 측정하는 '홀터 검사'를 하게 된다. 그러나 부착하고 있는 동안에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약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휴대용 심전도 기계를 부착하고 다니다가 증상이 느껴질 때 버튼을 눌려서 측정하는 '간헐적 심전도 검사'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4차 산업시대가 되면서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우선 애플워치는 부정맥 증상을 느낄 때 시계의 우측 상단에 있는 용두 부분에 손가락을 대면 30초 동안 측정해서 애플앱에 저장하는 기능이 있다. 다만 정상적인 심전도 검사는 신체의 여러 곳에서 측정하여 총 12개의 채널로 분석하는데 비해 애플워치는 단 한 채널만 30초간 측정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져도 타 장비에 비해 보급률이 워낙 높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부정맥이나 협심증이 의심되는 환자에게는 장기간에 걸쳐 연속적으로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는 웨어러블 심전도 기기가 훨씬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제품의 경우 가슴에 부착할 수 있는 작고 가벼운 패치 형태로 최장 14일까지 연속적으로 심전도를 기록하는 제품이 현재 개발돼 있다. 미국에서는 2011년부터 상용화되어 있는 제품이 있다. 이 제품은 14일간 심전도를 기록하는데 특히 심방세동은 빅데이터를 통한 딥러닝 기술을 활용하여 자체적으로 진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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