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칼럼] `트럼프 시대`의 끝 알린 美 중간선거

2022. 11. 2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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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논설위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별장 '마라라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4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고 발표했다.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소재한 마라라고는 1920년대에 지어진 거대한 저택이다. 유럽 궁전을 본떠 만든 마라라고는 부지 약 7만평방미터에 방 126개를 갖췄다.

트럼프는 이런 마라라고의 연회장에서 수백명의 지지자를 모아 놓고 출마를 선언했다. 억만장자답게 흥미로웠던 대권 도전 출정식이었다. 대통령을 했던 사람이 퇴임 후 다시 백악관을 목표로 도전하는 것도 이례적이었다,

그는 연설을 통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고 영광스럽게 만들기 위해 나는 오늘밤 미국 대통령 입후보를 선언한다"고 천명했다. 자신이 대통령이었던 당시를 되돌아보며 그는 "내가 집권했을 때 우리는 위대하고 영광스러운 국가였으나 지금은 쇠퇴하고 실패했다. 바이든이 집권한 지난 2년은 고통과 고난, 절망의 시기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모든 정책에서 다시 미국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다"면서 "미국의 부활은 지금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비교적 미래 지향적 연설이었다. 트럼프라고 하면 상대방을 격렬하게 비판하는 사람으로 떠올려진다. 이번 연설에선 공격적 발언을 자제하면서 "앞으로 미국을 잘 만들어 나가겠다"고 호소했다. 연설은 좋았으나 이번 중간선거 결과를 생각하면 그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도 개표 작업이 진행중인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하원에서 다수당을 탈환했지만 상원에선 민주당에게 승리를 빼앗겼다. 야당에 유리하다는 중간선거라 대승이 예상됐었지만 '레드 웨이브'(Red Wave, 공화당 압승)는 없었다.

기록적인 인플레이션 탓에 바이든 정권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음에도 네바다주 등 중요 경합주에서 트럼프가 추천하고 지원했던 후보들이 잇따라 패배했다. 트럼프가 선거전 전면에 나선 것을 보고 '민주주의의 위기'를 느낀 젊은층과 여성, 무당파층이 민주당에 표를 대거 던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자 '트럼프 책임론'이 불거졌다. 상대적으로 '리틀 트럼프'가 약진했다. 대표적 인물이 40대 중반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다. 그는 이번에 큰 표 차이로 재선에 성공했다. 이후 그의 입지는 계속 다져지고 있다. 11·8 중간선거 이후의 여론조사를 보면 그는 트럼프를 앞지르고 있다. 선거 이전 조사에선 항상 밀렸지만 이제 대반전을 이룬 것이다. 그래서 이번 중간선거 승자는 디샌티스 지사라는 말이 나온다.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 문턱에서 좌절한다면 아마도 '디샌티스 대세론' 때문일지도 모를 일이다.

디샌티스는 불법 이민, 성소수자 문제 등에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 '리틀 트럼프'라고 불리지만 트럼프와 달리 인격에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당내 온건파들이 지지하고 있고, 트럼프를 지지했던 일부 언론과 기업들도 디샌티스에 주목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는 비록 출마 연설에서 온화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다시 본래 모습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이미 그 징후가 보인다. 중간선거에서 상원을 민주당에게 뺏기자 트럼프는 미치 매코넬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웠다. 유력 경쟁자로 부상한 디샌티스에 대해선 "그저 대중 홍보로 득을 본 '평균 수준의' 주지사"라고 공격했다. 트럼프는 지난번 대선에서 "선거 부정이 있었다"는 주장도 계속하고 있다.

미국이 정치적으로 분단된 상황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유권자는 이번 중간선거를 통해 후보자의 자질과 인격을 중시하는 자세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만약 트럼프가 '증오'의 연설, '분노'의 정치적 공세를 부활한다면 "또 시작됐구나"하는 공화당 지지자는 상당 수에 이를 것이다.

유권자들의 생각은 많이 달라졌다. 트럼프의 퇴조는 선명해 보인다. '유통기한'이 다 되어가는 모습이다. 분열과 혐오를 조장하는 '막가파식' 행태를 지속하는 한 2024년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미국 유권자들이 왜 변했는지를 깊이 따져보면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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