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또 경영권 리스크… 개정보험업법 통과땐 `전자 4억주` 팔아야

유선희 2022. 11. 2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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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삼성생명법' 상정
李 회장 지분율 13%로 낮아져
경영권 방어 막대한 자금 필요
반도체 투자 큰 차질 빚을수도
삼성생명 보유주식 회계도 잡음

삼성그룹이 또다시 '경영권 리스크'에 봉착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이용우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가진 삼성전자 주식 25조원(약 4억주) 가량을 강제로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내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삼성전자 보유주식 회계처리와 관련해서도 최근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비상걸린 이재용 회장 경영권= 삼성생명·화재 보유 삼성전자 지분율이 현재 10%에서 3% 수준으로 떨어지면 이 회장 등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합산 지분율도 20.75%에서 13% 정도로 낮아진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물산 지분을 18.13% 갖고 있으며,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분을 19.34% 보유 중이다.삼성생명은 다시 삼성전자 지분 8.51%를 갖고 있다. '이재용 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가진 삼성전자 지분을 줄이게 되면 이 회장의 지배구조가 크게 흔들릴 수 있는 것이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보유할 수 있는 계열사 주식 한도를 자기자본의 60%나 총자산의 3% 중 적은 액수로 규제하고 있다. 상세한 평가방식은 보험업법에 명시돼있지 않고 , 하위 규정인 '보험업감독규정'에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총자산과 자기자본에 대해서는 시가를, 주식 보유액은 취득원가가 기준이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8.51%(50만8157주)를 취득원가(1072원)에 따라 계산하면 약 5444억원이다. 그러나 시가로 계산하면 31조원을 넘는 규모로, 삼성생명 총 자산의 10.7%에 달한다.

박용진 의원은 금융당국이 감독규정을 개정해 주식 평가액 기준을 원가에서 시장 가격으로 바꾼다면 삼성생명법까지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박 의원은 "보험이나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고객의 돈을 가져다가 장사를 하는 곳"이라면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만 예외적으로 보유한 주식을 금융당국의 감독규정을 통해 취득원가로 계산하고 있어 공평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주식을 원가보다 시가로 (평가)하는 회계원칙에 동의한다"며 "지금까지 금융위가 기본방향에는 동의하지만 현실적으로 여러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며, 이 건과 관련선 최근 설명을 들었는데 어떻게 해결할지 한번 고민해 보겠다"고 밝혔다.

만약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한다면 증시에는 엄청난 악재다. 가뜩이나 약세인 삼성전자 주가는 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삼성그룹으로선 경영권 안정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해 반도체 투자 등에서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회계 분류도 잡음= 삼성전자 주식 회계 분류를 두고도 잡음이 나온다. 최근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보유 지분을 IFRS17에서 자본으로 분류해도 되는지 금융감독원에 질의했다. 이달 초 민간기구인 한국회계기준원에 같은 질문을 넣었다가 이를 철회하고 금융당국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과거 삼성생명은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해 이익이 나면 계약자에게 배당하는 유배당 보험 상품을 판매했다. 삼성생명은 이를 통해 매입한 삼성전자 지분 중 일부를 보험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할 돈으로 보고 부채(계약자지분조정) 항목으로 관리해왔다. 삼성전자 지분 시가 평가액 31조원 가운데 5조9000억여원이 해당된다. 이를 부채에서 회사 자산 일부인 자본으로 변경할 경우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할 뜻이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삼성생명 측은 IFRS17 규정에 따라 자본으로 재분류가 가능한지를 유권해석 받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삼성생명 관계자는 "부채로 분류된 보유 채권과 주식이 시장 가격으로 평가되는 회계제도가 도입되면서 자본으로의 전환을 검토하는 것일 뿐"이라며 "자본으로 분류한다고 해서 매각 계획이 없는 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배당금 측면에서 삼성전자 이상의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 당장의 매각 계획이 없을 뿐"이라며 "일각에서 나오는 우려처럼 매각 의사가 없는 것이 아니라 회계상의 문제로 재분류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로부터 받는 배당액은 연간 5000억원에 달한다. 3분기 실적발표 당시 컨퍼런스 콜에서도 김현환 삼성생명 재경팀장은 "평가이익을 유배당 계약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것은 보험업법과 감독규정에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며 "IFRS17 전환 이후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하게 되면 이익을 유배당 보험 계약자에게 배당하는 것에는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유선희기자 view@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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