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공시가 70% 아래로… 보유세 부담 던다

국토부 공시가 현실화 2차 공청회
집값 시세-공시가 역전사례 늘자
공시가율 하향조정 ‘69%선 유력’
전문가 "2020년 수준 환원" 제안
고가주택일수록 조정 혜택 커질듯

내년 아파트의 평균 공시가율이 70%를 밑돌 전망이다. 집값하락으로 시세와 공시가격의 역전현상 속출로 공시가격 현실화율 하향조정이 유력시되고 있어서다. 정부가 이달 들어 두번째로 연 공청회에서 이같은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현재 거론되는 내년 평균 공시가율은 69%선으로 2년 전 수준이다.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의 기준이 되는 만큼 내년 보유세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공시가격은 매년 1월 1일 시세를 기준으로 공표된다.

■집값하락에 공시가율 하향조정

22일 국토교통부는 서울 서초구 한국부동산원 강남지사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2차 공청회'를 개최했다. 발표를 맡은 유선종 건국대 교수(공시제도 개선 전문가 자문위원)는 내년도 공시가율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지난 4일 1차 공청회에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내년도 공시가율 1년 동결하는 방안보다 강화된 내용이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가 수립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따라 당초 예정된 내년도 공시가율은 공동주택 기준 평균 72.7%다. 지난 4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올해 수준(71.5%)으로 동결을 제시했고 이날 유 교수는 69%로 공동주택 기준 평균 3.5% 하향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유 교수는 "최근 부동산 시장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공동주택 일부에서 나타나는 공시가격이 실거래가격보다 높은 역전 현상이 가격 민감도가 낮은 단독주택·토지까지 확대될 수 있다"며 "공시가격 제도의 국민 수용성 차원에서 올해 수준으로의 동결만으로는 부족하고 현실화 계획 시행 전인 2020년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10월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에 시세·공시가격 역전현상이 발생했다. 올해 공시가격 19억3700만원인 전용 76㎡가 19억850만원에 손바뀜됐다. 공시가격보다 2850만원 낮은 가격이다.

공시가율 하향 조정으로 올해 역대 최다를 기록한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고지 인원도 내년에는 줄어들 전망이다. 올해 주택분 종부세 과세 인원은 약 122만명으로 2년 전인 2020년(66만5000명) 대비 두배 가까이 상승했다. 공시가는 종부세뿐만 아니라 재산세, 건강보험료 등 67개 행정 제도의 기준이 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시세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내년도 공시가격은 올해보다 낮아질 전망"이라며 "공시가율까지 함께 내리면서 이중으로 보유세 부담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고가주택일수록 보유세 절감 커

공시가율 하향 조정은 고가주택일수록 혜택이 커질 전망이다. 지난 2020년 이후 시세 9억원 이상 또는 15억원 이상 고가주택일수록 공시가율 상승이 가팔랐기 때문이다. 공동주택 기준 2020년 평균 공시가율은 시세 9억원 미만은 68.1%, 9억~15억원은 69.2%, 15억원 이상은 75.3%이다. 기존에 예정된 2023년 공시가율은 시세 9억원 미만은 70%, 9억~15억원은 78.1%, 15억원 이상은 84.1%다. 이번 2020년 수준 환원 방안에 따라 공시가율이 낮아지는 정도는 시세 9억원 미만은 1.9%p, 9억~15억원은 7.9%p, 15억원 이상은 8.8%p로 고가주택일수록 크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의 분석에 따르면 2020년 공시가율 적용 시 15억원 이상 고가주택인 서울 서초구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의 내년도 보유세는 1847만원에서 1605만원으로 13.1%(242만원) 줄어든다. 또 15억원 미만 준고가주택인 서울 동대문구 래미안 크래시티 전용 84㎡의 내년도 보유세는 293만원에서 277만원으로 5.5%(16만원) 감소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지난 1차 공청회 내용과 이번 공청회 내용을 포함해 조만간 정부안을 확정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최근 (공시가율이) 많이 오른 것을 정상화하는 차원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