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전설의 완벽주의···"음악, 결코 익숙해질 수 없어”

박준호 기자 2022. 11. 2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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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로서 저의 연주가 마음에 든 적은 드뭅니다. 그저 작곡가들이 천재적 아이디어로 써 내려간 음들에 점차 가까이 닿고자 할 따름입니다. 결코 음악에 익숙해질 수가 없습니다."

그는 "쇼팽과 모차르트의 작품을 묶어 연주한 것은 작년이 처음"이라며 "두 천재적 작곡가의 음악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청중에게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나의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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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대표 여성 피아니스트' 엘리소 비르살라제
4년 만에 내한···24일 금호아트홀 연세서 리사이틀
60년대부터 활약하며 80세에도 활발한 활동
"작년 공연 취소 슬펐다"···올해는 쇼팽·모차르트 곡 연주
24일 내한 리사이틀을 여는 피아니스트 엘리소 비르살라제. 사진 제공=금호문화재단
[서울경제]

“연주자로서 저의 연주가 마음에 든 적은 드뭅니다. 그저 작곡가들이 천재적 아이디어로 써 내려간 음들에 점차 가까이 닿고자 할 따름입니다. 결코 음악에 익숙해질 수가 없습니다.”

올해 80세의 고령인 러시아의 여성 피아니스트 엘리소 비르살라제는 ‘살아 있는 피아노의 전설’이라 불려도 부족함이 없는 음악가다. 그는 1962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3위에 오르며 여성 연주자 사상 최초로 입상한 이후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함께 20세기의 대표적 여성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동시대의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1903~1989), 스뱌토슬라프 리흐테르(1915~1997)와 한 시대를 풍미하며 소련 ‘최고예술상’도 받았다.

하지만 그는 과거 “내 맘에 들었던 연주가 평생 다섯 번 밖에 없다”고 말했을 정도로 지독한 완벽주의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22일 서울경제와의 서면인터뷰에서 “같은 작품을 연주한다고 해도 그 장소와 소리의 울림, 함께 하는 청중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연주는 다를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고령에도 유럽, 아시아 등을 돌며 활발히 활동 중인 그는 2018년 이후 4년만에 한국을 찾아 24일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당초 지난해 내한공연을 예정했으나 갑작스러운 건강상 이유로 취소하기도 했는데, 비르살라제는 너무 슬펐다며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도 공연을 취소한 일이 거의 없었기에, 정말 큰 일이었다”고 돌아봤다. 이번 공연에서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4번, 쇼팽의 피아노를 위한 야상곡 7·8번 등 두 작곡가의 곡들을 연주할 예정이다. 그는 “쇼팽과 모차르트의 작품을 묶어 연주한 것은 작년이 처음”이라며 “두 천재적 작곡가의 음악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청중에게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나의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비르살라제는 모스크바 음악원, 뮌헨 국립음대 교수로 재직하며 보리스 베레조프스키, 알렉세이 볼로딘 등 수많은 피아니스트를 키워내기도 했다. 박종화·김태형 등 국내 연주자들도 제자로 둔 교육자로서 한국 음악가들의 최근 잇단 콩쿠르 입상에 대한 생각이 궁금했다. 그는 “우승 후 몇 년이 지났을 때, 그들의 이름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아쉽다”며 “권위 있는 콩쿠르의 우승자들도 지금은 잊힌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좋은 연주자로서 성장하는 과정에 콩쿠르가 연주자로서 가능성을 선보이기 위한 필수사항이 되고 있지만, 그게 정답이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독립국가연합(CIS) 출신 국가로서 러시아와 사이가 매우 나쁜 조지아 출신임에도 러시아에서 거장으로 자리매김한 이력이 있다. 이에 비춰 장기화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라보는 노거장의 심경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비르살라제는 “오래 이어지는 이 전쟁에 대해 가슴 깊이 슬프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음악인으로서 그 어떤 상황이든 자신에게 정직해야 한다. 내면의 목적에 따라 행동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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