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休]쉬멍 그리고 머물멍···'마을 살이'에 멍해졌습니다, 막막한 일상도 먹먹한 외로움도

글·사진=최수문 기자 2022. 11. 22. 1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주 세화리 '카름스테이'
질그랭이 거점센터 묵으며 제주만의 情에 흠뻑
다랑쉬오름 오르니 우도·성산일출봉이 한눈에
해녀문화 엿보며 감성서점···오일장 해산물은 덤
작은 마을 뜻하는 '카름'서 지긋이 삶의 때 벗어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의 다랑쉬오름 정상에 오른 여행객들이 제주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멀리 '섬 속의 섬' 우도와 해돋이 명소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서울경제]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바닷가에 위치한 ‘질그랭이 거점센터’에서 출발해 승용차로 10여 분을 가면 다랑쉬오름 안내소 앞에 다다른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오름의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서 보면 제주 바다가 조금씩 눈에 들어온다. 30분 정도 걸어 정상부 능선이다. 오름 굼부리(분화구) 둘레를 도는 데 30분이 추가된다.

해발고도 382m인 다랑쉬오름의 정상이다. 동쪽으로 세화리와 세화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조금 시선을 아래로 옮기면 우도와 성산일출봉도 보인다. 제주 오름에서 바다가 가장 잘 보이는 곳 중에 하나가 다랑쉬오름이다. 또 한라산 방향인 서쪽으로 보면 중산간에 오름 군락이 펼쳐져 있다. 날렵하고 잘 빠진 몸매와 수려한 경관은 가히 ‘오름의 여왕’이라고 불릴 만하다.

다랑쉬 오름의 굼부리 모습.

다랑쉬오름 투어는 제주도의 한적한 마을인 세화리에서 체험할 수 있는 ‘카름스테이’의 중요한 일정 중에 하나다. 카름스테이의 ‘카름’은 제주의 작은 마을을 의미하며 ‘스테이’는 영어로 머물다라는 뜻이다. 즉 지역 마을 관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제주도는 핵심 관광 상품인 ‘올레’를 통해 큰 성공을 거뒀다. 다만 관광객들이 올레길을 통해 여러 마을을 지나기만 했을 뿐 지역 주민들과의 교류나 소득 창출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선’으로서의 올레 관광에 마을 관광이라는 ‘면’을 접목시키기 위해 조성한 것이 카름스테이인 셈이다. 카름스테이는 지난해 11월 정식으로 시작했으니 딱 1년이 됐다. 카름스테이가 가장 활성화돼 있다는 세화리를 이번에 찾았다.

세화리 질그랭이 거점센터

물론 카름스테이는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가 일률적으로 지정해 시행한 것은 아니다. 당연하게 지역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세화리가 주목을 받은 것은 주민들을 조합원으로 한 세화마을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펼치고 있는 사업 때문이다. 세화리 마을 관광의 중심은 질그랭이 거점센터다. 센터의 이름인 ‘질그랭이’는 ‘지긋이’라는 뜻의 제주어다. ‘바쁘게’가 아닌 ‘지긋이’ 쉬고 놀다 가라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이다.

4개 층으로 된 이 건물의 4층은 ‘세화밖거리 숙소’다. 제주에는 ‘안거리·밖거리’라는 주거 문화가 있는데 한 울타리 안에 집이 독립된 두 채로, 이 중에서 안거리는 노부모, 밖거리는 아들 내외가 거처한다고 한다. ‘세화밖거리’라는 것은 그만큼 손님에 대한 정성과 사랑을 상징한다. 3층은 공유오피스와 회의실, 2층은 카페, 1층은 세화리 사무소가 입주해 있다. 카페에서는 구좌읍의 명물인 당근을 활용한 주스·케이크 등 지역 특산물과 친환경 용품을 판매한다.

질그랭이 거점센터의 공유오피스와 회의실 모습.

워케이션(일+휴가)을 위해 세화리 마을을 방문한 사람들은 질그랭이 거점센터에서 숙박도 하고 업무도 볼 수 있다. 향후 숙소와 업무 공간을 늘릴 예정이다. 양군모 마을PD는 “거점센터는 워케이션에 가장 특화된 구조”라고 전했다.

세화마을협동조합 홈페이지를 방문해 신청할 경우 세화리의 다양한 체험 및 여행을 할 수 있다. 특히 해녀 삼춘이 소개하는 해녀의 삶과 문화 이야기를 듣고 해녀 삼춘이 잡은 성게와 문어·뿔소라로 해물라면을 만들어 먹어볼 수도 있다. ‘삼춘’은 제주도에서 이웃 남녀 어른들을 친근하게 부르는 말이다. 세화리의 랜드마크인 다랑쉬오름에서 진행하는 숲 다도 체험과 요가·명상 등 웰니스 프로그램도 인기다.

세화오일장에서 초대형 갈치가 팔리고 있다.

고정된 마을 투어가 아니더라도 세화리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은 제주 동부의 산물이 모이는 세화오일장(5·0일)과 제주 해녀의 역사가 담겨 있는 해녀박물관이다. 세화오일장에서는 해산물과 농산물을 저렴하게 살 수 있고 덤으로 마을 인심까지 얻는다. 해녀박물관은 2006년 건립됐으며 해녀 관련해서는 최대 규모다.

해녀박물관 전시 모습. 해녀들이 휴식하며 작업준비를 하는 ‘불턱’을 묘사하고 있다.

또 20여 년을 서울 성균관대 앞 서점을 지키고 있다가 2019년 제주로 이주한 은종복 대표가 운영하는 ‘제주 풀무질’ 서점도 빼놓으면 아쉽다. 제주 여행 책들은 물론 제주 마을 서점으로서는 드물게 ‘자본론’ 등 다양한 사회과학 서적을 만날 수 있다. 수십 종의 제주 특산 술을 만날 수 있는 ‘제주한잔’ 카페도 세화리에 둥지를 틀고 애주가를 기다린다. 5종류의 제주 술이 나오는 세트와 함께 전통주 칵테일도 놓치면 서운할 듯하다.

제주 풀무질 서점 벽에 방문자들의 명함이 가득 붙어 있다.

제주도에서 현재 카름스테이에 참여하는 마을은 세화리를 비롯해 가시리·신흥2리·한남리·의귀리·하효마을·호근동·저지리·신창리·수산리 등 10개 마을이다. 이 중에서 세화리가 가장 앞서 있다는 평이다. 마을별로 주민들의 참여도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제주관광공사 측은 “카름스테이를 확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글·사진=최수문 기자 chsm@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