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빈살만의 사우디국부펀드 카카오엔터에 투자 추진

강두순 기자(dskang@mk.co.kr), 오대석 기자(ods1@mk.co.kr) 2022. 11. 2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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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GIC와 공동으로
최대 8000억 투자 논의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PIF가 카카오의 콘텐츠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우디 국부펀드는 국내 대표 게임사인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주요 주주로 카카오엔터 투자까지 확정되면 K콘텐츠 투자영역이 크게 확장될 전망이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PIF는 최근 싱가포르투자청(GIC) 등과 함께 카카오엔터 투자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카카오엔터는 내년 상장에 앞서 자금 약 1조원을 유치할 계획인데, 이 중 7000억~8000억원가량을 GIC와 PIF가 투자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카카오엔터의 기업가치는 10조~12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로는 유일하게 H&Q코리아가 1000억~2000억원의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GIC가 이번 딜을 주도하며 PIF와 보조를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엔터 측은 "투자 유치와 관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엔터는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등 성장을 가속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당초 다음달 초까지 딜을 마무리하겠다는 구상이었으나, 최근 금융시장 상황 등이 여의치 않아 실제 투자 집행은 올해 말이나 연초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엔터 입장에서는 웹소설, 웹툰, 영상 콘텐츠 제작, 음원 등 다양한 사업을 키우기 위해 M&A 자금이 필요한 만큼, 가능하면 투자 유치를 서두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카카오엔터는 웹툰과 웹소설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 북미 최초 웹툰 플랫폼 타파스미디어를 사들이는 등 공격적인 M&A를 추진해왔다.

웹툰, 웹소설 같은 스토리 사업과 함께 또 다른 사업의 축인 영상 콘텐츠와 음악 사업 영역에서도 확장을 지속하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국내 최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멜론'을 운영하고 있다. 다수의 기획사를 자회사로 두며 아이유, 에이핑크, 아이브 등 유명 연예인을 확보했다.

본사 카카오도 올해 엔터테인먼트 사업 확대의 일환으로 서울시와 손잡고 국내 최초 대중음악 전문 공연장 '서울아레나' 건설에 나서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한류 아티스트의 지식재산(IP)을 추가로 확대할 경우, 카카오엔터의 글로벌 진출이 더욱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엔터의 성공적인 상장 추진을 위해 엔터테인먼트 가치사슬 강화 등에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웹툰, 웹소설 사업에서도 네이버 웹툰과 전 세계를 무대로 경쟁이 심화하고 있어 지속적인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관측했다.

카카오엔터의 기존 주요 주주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 PE)의 주요 출자자(LP)가 GIC라는 점에도 관심이 쏠린다. 앵커 PE는 2016년 말 당시 포도트리(카카오페이지)의 기업가치를 5000억원대로 평가해 125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21년 카카오페이지는 영상 콘텐츠를 주력으로 하는 카카오M 부문과 합쳐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출범했다.

GIC가 기업가치 10조~12조원 수준으로 투자 결정을 내릴 경우, 앵커 PE의 장부상 투자 지분 가치는 크게 올라갈 것으로 관측된다. 작년 말 기준 앵커 PE는 카카오에 이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2대 주주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에 투자 참여를 논의 중인 사우디 국부펀드 PIF는 1971년에 설립된 뒤 총자산이 6200억달러(약 841조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부펀드다.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의장을 맡고 있다. 빈살만 왕세자는 석유 위주의 산업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게임, 정보기술(IT) 등 유망 산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PIF는 엔터테인먼트, 신재생에너지 기업 등의 주식을 매입하는 데 100억달러(약 13조5000억원)의 자금을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 들어 엔씨소프트 지분 총 9.26%를 확보하며 2대 주주에 오르고, 일본 증시에 상장된 넥슨 주식 7.09%를 매입해 4대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대표 게임 업체인 두 회사에만 3조원을 투입하는 등 한국 콘텐츠 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강두순 기자 /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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