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둘도 없는 제주".. 경계 너머 천 가지 그리움에 말 걸기

제주방송 김지훈 2022. 11. 2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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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리얼 제주 Un:REAL JEJU’전
25일~12월 19일 서울 인사아트센터
제주 출신 김 산, 박형근, 이다슬
서울 신이피 작가 등.. 25점 출품
신이피 作


# ‘언:리얼’. 단순히 읽어보면 ‘리얼하지 않다’인데, 해석을 요구한건 ‘콜론(:)’입니다. 애교점 같은 문장 부호 하나의 개입으로 순식간에 의미는 가지를 뻗어 나갑니다. 접두사 ‘Un’이 선두에서 전체 의미망을 이끌면서 ‘REAL JEJU’는 순식간에 부재하는, 허구 속, 실재하지 않는 장소로 수렴됩니다. 의도했다면 절묘한 도입부이자 그렇지 않았다 해도 현실의 경계를 허물면서 시·공간의 제약 없이 상상과 경험의 폭을 확장시키는데 무척 성공적인 장치임에는 틀림없어 보입니다.

제주와 서울의 작가들이 나서서 비현실적인데 현실적인, 보이는데 보이지 않는, 경계와 경계의 틈새에서 의미를 찾았습니다. ‘그 너머’ 통찰을 자신만의 장르로 작품에 녹여 냈습니다. 개개 시간과 장소의 감각은 이미지에 축적되고 천변만화, 다층적으로 작가들에 체화됩니다. 저마다 색과 빛으로 거듭난 ‘제주’를 만나고 경험해 볼 수 있는 전시입니다.

박형근 作


25일~12월19일 서울 제주갤러리

‘언:리얼 제주 Un:REAL JEJU’전입니다. 제주-서울 작가 교류전으로, 제주 예술 플랫폼인 서울 인사아트센터 내 제주갤러리에서 25일 시작해 12월 19일까지 이어집니다.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제주 출신 작가 3인(김 산,박 형근,이다슬)과 다수의 제주 관련 작업을 선보인 서울의 신이피 작가가 함께 회화와 영상, 사진, 설치 작품 등 25점을 선보입니다.

“보이는 자연 너머, 다층적이고 모순적인 제주의 모습을 통해 제주의 정체성에 물음을 던지는 전시”로 역사와 문화 그리고 개발의 중심으로서 제주 자연에 얽힌 중첩적인 의미를 탐구하고 ‘나’와 ‘세계’에 관한 순수한 상상, 인간과 자본의 이기적 욕망, 기억과 역사적 터전인 동시에 ‘망각’과 ‘스펙터클’의 장소로서 제주에 주목합니다.

이들 작가의 풍경이 담긴 작품들을 통해 환상과 실재, 기억과 망각, 자연과 인공, 장소와 비장소성이 교차된 시·공간으로서 제주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강지선 제주갤러리 디렉터는 “역사적 삶의 자리이자 나와 세계, 예술적 탐구의 근원 나아가 자본과 인간의 욕망이 꿈틀대는 시·공간으로서 제주 자연을 담은 이들(작가들)의 작업은 실재와 환상, 장소와 비장소의 층위들이 겹겹이 쌓여 구축된 제주를 보여준다”며 “가시적인 자연, 이면에 자리한 사회·역사·미적 층위 그리고 실재와 환상의 경계에서 드러나는 제주의 모습을 마주하면서 과연 ‘나’와 ‘우리’에게 제주, 나아가 자연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김 산 作


‘사회적 풍경’으로 문화 원형 탐구..김 산

김 산 작가의 회화 속 제주 자연은 역사와 사회의 표상입니다.

자신의 회화를 ‘사회적 풍경’으로 일컫는 작가는 제주의 자연에 서린 공동체와 역사의 흔적을 응시하고, 기록하듯 캔버스에 그립니다.

폭낭(팽나무), 곶자왈, 돌담과 같은 자연과 문화적 원형을 통해 역사를 재현하는 작업은 동시대 제주에 대한 인식에 기반합니다.

급격한 환경적, 문화적 변동에 따른 공동체 와해, 자연의 파괴, 역사에 대한 망각의 현실 속에서 작가는 제주의 고유한 정체성과 가치를 되묻고,또 그리면서 상실과 망각에 균열을 내려 합니다.

무채색의 단색조는 제주의 자연 이면의 무의식적이고 대안적인 기억을 소환하고 과거·현재·미래가 교차하는 시간의 층을 부여하기 위한 회화적 요소입니다.

사실적인 묘사와 섬세한 붓질로 제주의 사라지는 고유한 것들을 영원히 붙잡으려 합니다.

박형근 作


자연 그리고 우주,폭넓은 상상력의 발현..박형근

박형근 작가는 자연과 인공물을 대상으로 공간에 작동하는 정치·경제 권력 관계와 이데올로기 그리고 신화적 세계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한 대표 연작인 ‘Tenseless’는 서구의 미감과 이분법적 인식을 넘어 자신만의 미의식과 감각의 원형을 찾아가는 긴 예술적 여정을 담았습니다.

고향 제주를 배경으로 자연과의 영적 교감,우주에 대한 무한한 환상 등의 신비롭고 낯선 경험을 신화적, 미적 상상력으로 기록했습니다.

작가가 ‘Tenseless’ 연작을 통해 발견하고자 한 세계에 대한 지각방식은 최근작 ‘중중무진(重重無盡)’으로 귀결됩니다.

‘중중무진’은 불교 ‘화엄경(華嚴經)’의 세계관으로 우주 만물이 서로 무한한 인과관계 속에 하나로 얽혀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다슬 作


“부조리한 일상과 살아간다는 것”..이다슬

이다슬 작가는 ‘땅’을 둘러싼 인간의 욕망과 부조리함을 표현해 왔습니다. 작가에게 풍경이란 인간이 땅을 이용한 결과이자 욕망의 산물입니다.

‘잡초 재배 프로젝트’를 통해 땅에 작동하는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과 이해불가능한 행위들을 가시화합니다.

작가의 고향이자 거주지인 제주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탐욕과 부조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입니다.

‘청정 제주’에는 난개발로 인해 각종 오폐수가 땅과 바다로 흘러가고, 그 안에서 생명체는 자라납니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모순적 풍경을 인간에게 제거해야 할 대상이자 쓸모없는 잡초를 정성을 다해 재배하는 헛된 행위에 빗대어 표현합니다.

화분 속 잡초들은 인간과 자본의 욕망으로 왜곡되고 인공화되는 자연, 그리고 제주를 상징합니다.

신이피 作


‘나’의 존엄성,결핍을 넘어선 소통..신이피

서울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신이피 작가는 ‘싱글 정뜨르 피머 Single Gentre Femur’(2021~2022), ‘원내의 일점과 원외의 일점을 결부한 직선’(2018), ‘삼다풍경’(2016)을 비롯해 제주에 관한 다수 작업을 했습니다.

이가운데 ‘섬Remonte’(2015)은 해녀들의 숨비소리를 모티브로 ‘나’의 근원과 탄생에 대해 다룹니다.

‘Self Talking’(2019)은 제주에 관한 직접적인 작업은 아니지만 자연, 사회, 인간에 얽힌 여러 층위의 이야기들을 펼쳐 놓습니다.

자연사박물관에 있는 박제된(죽은) 동물들의 언어를 상상하며 청각을 결핍한 상대와 나누는 대화의 편린들로, 특정 감각의 부재 속에 이뤄지는 소통의 단면을 통해 인간의 사회적 적응과 생존 방식을 은유적인 내러티브로 풀어낸 작업입니다.

전시는 25일부터 12월 19일까지 3주간,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제주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오픈식은 25일 오후 5시입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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