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LNG' 쓸어담는 中 … G2, 이번엔 중동서 에너지 전쟁

김덕식 기자(dskim2k@mk.co.kr), 진영태 기자(zin@mk.co.kr) 2022. 11. 2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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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27년간 年400만t 수입
에너지난 속 최장·최대 계약
미국, 카타르에 블링컨 급파
에너지·안보협력 강화 맞불
美 중동 영향력 약해진 틈타
시진핑, 내달 빈살만과 회담

월드컵이 열리는 카타르에서 미국과 중국이 에너지 패권을 두고 격돌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커진 에너지 위기 우려 속에 중국은 카타르와 사상 최장·최대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미국은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을 카타르에 보내 안보·에너지 협력을 강화하면서 맞불을 놨다.

중국 국영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은 21일(현지시간) 카타르에너지가 2026년부터 27년간 연간 400만t의 LNG를 공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체결된 계약금액은 610억달러(약 82조6000억원)에 이른다. 카타르는 LNG 생산량을 2027년까지 연간 1억2600만t으로 60% 이상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카타르에너지는 "LNG 산업 역사상 최장·최대 규모 가스 공급 계약으로 중국과 카타르의 훌륭한 관계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며 "중국의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맞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해 세계 최대 LNG 수입국이다. 카타르는 미국, 호주와 더불어 세계 최대 LNG 생산국 가운데 하나다. 시노펙이 공급받을 LNG는 카타르 노스필드 가스전에서 공급된다. 노스필드 가스전에는 세계 천연가스 매장량의 10%가 묻혀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노펙은 카타르에너지의 지분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사드 셰리다 알 카비 카타르에너지 최고경영자(CEO)는 "지분의 최대 5%를 일부 구매자를 위해 포기할 수 있다"며 "장기간 상당한 양을 구매하겠다고 약속하는 구매자와 파트너 관계를 견고하게 만들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이러한 대규모 계약 체결로 인해 세계 각국의 에너지 확보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카타르는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의 주요 가스 공급원이다. 대러 제재가 시작된 이후 에너지난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 국가들은 안정적인 에너지 수입 경로를 확보하기 위해 카타르 등으로부터 연료를 수입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독일은 지난 5월 카타르와 에너지 협력을 체결했다.

미국은 블링컨 장관을 통해 카타르에 대한 영향권 확대에 나섰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카타르 수도 도하에 도착해 미국·카타르 전략 대화를 가졌다. 이번 대화에서는 안보, 에너지, 보건, 인권 등 광범위한 주제를 조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원유 증산 문제로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막대한 에너지를 보유한 카타르와의 밀착 관계가 더욱 끈끈해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카타르는 미국이 직접 이란과 만나기 전 중재자 역할로 활약할 수 있다.

미국의 유일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에 대한 견제도 핵심 의제로 거론된다. 전날 바레인에서 열린 안보회의에서도 미국의 이런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브렛 맥거크 백악관 중동담당조정관은 "중국과의 협력 관계에 일종의 상한선을 만들 수 있다"며 "세계 어느 곳에서든 군사적 경쟁자인 국가에는 모두 하고 있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미·중 간 경쟁이 카타르를 벗어나 중동 전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17일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과 관련한 소송에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면책 특권을 인정했다. 아울러 중동 지역에 배치한 미군을 줄이겠다는 뜻을 흘리면서 역내 국가들의 안보 상황을 압박하고 있다. 에너지 정책에 영향을 주기 위해 안보를 지렛대로 삼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중동과 수십 년간 협력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중국이 경제적 상대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미국이 에너지가 풍부한 중동 국가로 하여금 중국과의 관계를 놓고 충성심을 시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중동 전략에 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다음달 사우디를 방문할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 주석은 12월 둘째 주 사우디를 찾아 빈살만 왕세자와 회담을 할 예정이다.

이 회담이 열리면 중국과 사우디 양국 간 관계가 심화될 뿐 아니라 미국이 오랫동안 패권을 차지해온 중동 지역 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분명히 보여줄 것이라고 WSJ는 평가했다. 중국은 사우디에 드론과 미사일 기술 지원을 하는 등 군사 부문에서도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김덕식 기자 /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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