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원자재ETF 매도대금에 10% 세금 매긴다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2022. 11. 2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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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부 PTP 규제 내년 시행
자원·인프라 관련 200여 종목
외국인 투자자에 원천징수
서학개미 투자금 2천억 넘어
美국세청 작년 말 공표했는데
예탁원·증권사 뒤늦게 공지

미국 정부가 내년 1월 1일부터 자원·인프라스트럭처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나 종목에 대해 매도대금의 10%를 세금으로 부과한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서학개미들과 국내 증권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PTP(Publicly Traded Partnership·공개 거래 파트너십)' 대상 상품 규모는 1일 기준으로 1억6000만달러(약 2170억원)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미 1년 전에 제도의 윤곽이 잡혔음에도 이제서야 예탁원이 공지에 나섰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내년부터 외국인 투자자가 PTP 관련 상품을 거래할 때 매도금액의 10%를 원천징수한다. 주의할 점은 매도차익이 아닌 매도대금을 기준으로 과세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100원에 산 상품을 90원에 팔았을 경우에도 매도금액(90원)의 10%에 해당하는 9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것이다. 미 국세청은 수익률이 10% 이하인 투자자를 위해 일정한 조건을 붙여 세금을 면제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다만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이 같은 면제 조항의 혜택을 볼 수 없다.

PTP에는 천연자원(원유·가스), 파이프라인, 부동산 및 인프라 관련 주식 200여 종목이 포함된다. 미국 현지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PTP 대상 항목 관련 규정은 언제든 확대될 수 있다. 일례로 PTP 대상 항목에 이미 포함된 UVXY는 미 증시 변동성지수(VIX) 변동폭의 1.5배만큼 움직이는 ETF다.

서학개미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상품도 다수 포함됐다. 블룸버그 천연가스 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ETF '프로셰어스 울트라 블룸버그 내추럴 가스(BOIL)'가 대표적이다. 예탁원에 따르면 BOIL은 국내 투자자들이 지난 3개월간 1644만3080달러어치를 순매수해 같은 기간 순매수 23위에 올랐다.

적용 시점이 내년 1월 1일이다 보니 과세를 피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팔아야 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뾰족한 해법이 없어서 현재는 고객들에게 연내 매도를 권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개별 증권사들은 홈페이지 등을 통해 PTP 대상 종목을 공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상품 대부분이 최근 들어 가격이 하락하면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손실을 본 상황에서 추가 세금 부담 때문에 의도치 않게 매도에 내몰리게 된 셈이다. BOIL은 지난 3월 초 한 주당 30달러대 중반에서 지난 7월 130달러 선까지 가격이 급등했으나 현재 40달러대 후반으로 하락한 상태다. BOIL을 130달러에 매수해 40달러까지 떨어지는 동안 보유한 투자자는 90달러의 손실과 함께, 매도 체결 금액 40달러의 10%인 4달러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증권업계에서는 앞으로 국내 투자자들이 원자재 투자 대안으로 해외 원자재 선물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장지수증권(ETN) 등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국내 증권사들과, 예탁원 등 금융당국의 조치가 미비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국세청이 관련된 내용을 지난해 말 공표했음에도 투자자들에 대한 안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6시까지 관련 공지를 한 증권사는 삼성증권, 한화투자증권, 키움증권, 토스증권 등 4곳에 불과하다. 고객들에게 안내하는 내용도 증권사마다 달랐다.

이날 다수의 증권사에 '수익 규모와 상관없이 매도금액의 10%를 징수하는 것이 맞느냐'고 문의한 결과 한 증권사는 '맞는다'고 답했지만 또 다른 증권사 상담센터는 '관련 내용이 아직 완전히 확정되지 않아 12월 중순께 확답을 줄 수 있다'고 답했다.

미국 국세청은 지난해 12월 20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개시했다. 조치를 적용받는 상품은 구체화되지 않았더라도 세율이 10%인 점, 시행 시점이 2023년이라는 점은 명시돼 있었기에 관련 조치가 늦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지 조세 규정의 변화와 같은 문제는 보통 예탁원에서 사안을 알아보고 국내 업계에 안내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왔다"며 "이달 초에 예탁원이 처음 안내했고, 21일 업계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했다"고 말했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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