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사 작가가 노래하는 자연과 철길…김만년 ‘사랑의 거리 1.435미터’ [신간]

양형모 기자 2022. 11. 2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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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것들은 왜 늘 상처 뒤에 오는 것일까.

김만년의 첫 수필집 '사랑의 거리 1.435미터'가 지식과 감성사에서 출간됐다.

김만년의 '사랑의 거리 1.435미터'는 등단 19년 만에 낸 첫 수필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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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것들은 왜 늘 상처 뒤에 오는 것일까.

김만년의 첫 수필집 ‘사랑의 거리 1.435미터’가 지식과 감성사에서 출간됐다. 저자는 짙은 서정성으로 자연과 철길을 노래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이웃을 응시한다. 소재와 사유의 폭이 넓고 깊다.

김만년의 ‘사랑의 거리 1.435미터’는 등단 19년 만에 낸 첫 수필집이다. 많이 늦었다. 그러나 늦게 핀 꽃은 더 아름다웠다. ‘사랑의 거리 1.435미터’는 자연, 철길, 이웃, 가족을 모티브로 한 46편의 발표작을 담고 있다. 1.435미터는 철길의 궤간이다.

문태준 시인은 “김만년 작가의 산문은 야무지다. 집주인처럼 늙수그레한 마당이 좋다고 말하지만, 문장이 단단한 정강이 같다. 철길처럼 곡직(曲直)이 선명하다. 문장에는 35년 동안 기관사로 살면서 보고 겪은 풍경과 풍파가 서려 있다”고 평했다.

저자는 경북예천에서 태어나 봉화에서 성장했다. 코레일 홍보실을 거쳐 35년간 코레일기관사로 재직했다.

‘사랑의 거리 1.435미터’에서는 철길의 궤간을 사람과의 관계성으로 확장시킨다. 저자 김만년은 “1.435미터는 손 뻗으면 닿을 거리이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는 거리이다. 이 거리가 유지되기에 기차는 긴 밤을 달려 승객들을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시킨다. 사람과의 관계도 그렇다. 너무 가까우면 상처를 입게 되고 너무 멀면 관계가 삭막해진다. 두 줄기 철길처럼 아쉬울 만큼의 여백의 거리가 필요하다. 배려의 거리이자 존중의 거리이다. 이 거리가 지켜질 때 사랑도 우정도 오래가고 멀리 간다”라고 말한다.

수필의 원질은 그리움이다. 그리움은 대개 과거로부터 온다. 과거는 퇴행성관절염처럼 저리고 아프다. 아픈 것이 수필이다. 그래서 수필은 기억의 집을 짓는 일처럼 허무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 기억의 힘으로 오늘 하루를 견인한다.

철도 100년사가 전쟁과 가난의 시대를 넘어온 우리민족의 생생한 역사 아니겠는가. 현장에서 길어 올린 탄탄한 문장과 시적상상력을 적재한 그의 열차에 동승해 보는 것도 흥미 있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우선 소재의 다양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하회탈에 몰입하다가(탈) 어느새 분단을 박차고 시베리아의 눈 덮인 설원을 달린다(러브오브 시베리아). 탑골 노인들에게 연민의 정을 품다가(탑골애상) 고대의 왕과 천년고도 월성의 밤거리를 걷기도 한다(즐거운 조문).

소낙비가 내리면 비를 타고 주막으로 달려가고(소낙비 내리는 동안), 어머니가 보고 싶으면 묘사와 상상력이란 붓으로 어머니를 불러낸다(노을을 읽다).

이렇듯 저자는 시공을 종횡무진 누비며 서사와 소재의 지평을 넓힌다. 사유의 폭 또한 넓고 깊다. 동륜에 깎여 반짝이는 철길을 바라보며 ‘빛나는 것들은 언제나 상처 뒤에 오는 것일까’라고 자문하고 철길이란 무정물에 사람과의 관계성을 병치시켜 따뜻한 피를 돌게 한다(사랑의 거리 1.435미터).

저자 김만년은 방송대국문과, 동국대문화예술대학원을 졸업했다. 2003년 수필 ‘상사화는 피고지고’, 2004년 시 ‘겨울, 수색역에서’를 월간문학에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5년 경남신문신춘문예에 수필 ‘노을을 읽다’가 당선되었고, 2018년 에세이문학에 천료되었다.

근로자문화예술제 시 부문 대통령상, 공무원문예대전 수필부문 국무총리상, 시 부문 장관상, 대구일보 전국수필대전 금상, 독도문예대전 산문부문 최우수상, 투데이신문 직장인신춘문예 수필 당선, 전태일문학상, 김포문학상, 인권위원장상 외 다수를 수상했다. ‘The수필’, ‘빛나는 수필가 60’에 4년 연속 선정되었으며 2021년 한국문화예술 위원회 문학창작기금 수혜작가이기도 하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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