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 진보에 없는 것, 비뚤어진 것

2022. 11. 2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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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에 혈안, 책임·염치는 없고
공공재에 대한 관념이 없고
시장생리에 대한 이해가 없고
'부'에 대한 인식은 비뚤어졌다

◆ 글로벌포커스 ◆

일본의 한 사회과학자는 경제와 외교는 시장과 외국이라는 상대가 있어서 자기 뜻대로 안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고 갈파한 적이 있다. 그런데 정치권이 전문가들을 밀쳐내고 가장 자기주장을 앞세우는 영역이 경제와 외교다.

진보진영의 경제 감각을 보면 공공의 개념이 없거나, 시장 논리를 모르거나, 세상을 비뚤어지게 보는 구석이 많다.

우선 진보세력은 공공의 영역과 시장을 약탈의 대상으로 보고 자신들의 먹거리를 만드는 곳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정치가 시장에 조작적으로 개입하는 걸 꺼리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대장동 비리는 단적 사례 중 하나다. 정치와 시장은 구분이 없고, 권력은 이권을 탈환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시장은 성장을 위한 축적의 공간이 아니라 약탈자들의 배분 곳간으로 전락했다. 불법행위라도 적발만 되지 않는다면 그들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특정한 주인이 없는 공공의 공간은 기회가 있을 때 먼저 이익을 챙기는 놈이 임자인 무주공산의 지역으로 여겼고, 국민이 낸 세금이 투입된다 해도 권력의 비호만 있으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들의 머릿속엔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활용할 수 있고 모두에게 혜택이 가는 공공재(public goods)란 개념이 아예 없었을 것이다. 권력을 통해 공금을 멋대로 사유재로 전환하는 것이 정치의 기술이라고 믿었던 게 아닌가 싶다. 책임과 염치에는 애당초 관심도 없었다.

진보진영은 정치가 시장에 깊이 관여할 경우 생겨나는 시장의 왜곡을 모른 체하거나 개의치 않았다. 원전 가동을 중지하면 에너지 공급이 왜곡돼 석탄과 LNG 수입이 늘어나고 결국 국민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을 몰랐을 리 없다. 몰랐다면 바보고, 알고 했다면 나쁜 짓이다. 한전은 초불량 공기업으로 전락했고, 국민들은 더 비싼 전기료를 감당해야 했다. 한국에서 태양광발전이 한계가 있다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산지가 70%인 데다 연중 맑은 날도 한정적이다. 그런데도 끼리끼리 짜고 중국산 부품 업체의 몸통 불려주는 사업만 확장했다. 결국 재주는 태양광 사업자들이 부리고 돈은 중국 기업이 벌었다. 획일적으로 단기간에 최저임금을 올리면 중소자영업자들이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어 고용 창출에 역효과라는 것도 몰랐을 리 없다. 일자리가 늘어난 것은 공적자금을 투입해 만든 중장년층 단기 아르바이트에 불과했다. 기업들이 임금 상승과 노조의 극한투쟁에 견디지 못하면 해외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사실도 묵과했다. 결국 시장의 생리를 제대로 몰랐다는 이야기다.

진보진영은 '부자는 악'이라는 비뚤어진 생각을 공유한 듯하다. 사업을 일으켜 돈을 벌고 투자를 늘려 고용을 창출하는 것은 기업가들의 몫이다. 그런데 국가부채를 늘려서라도 복지 혜택을 나눠주는 데 집중하다가 돈이 모자라니까 부유층을 옥죄었다. 소득세는 국민의 37%는 안 낸다는 걸 알고 있었고, 소비세를 올리면 조세 저항이 높아 두려우니까, 부유층이 주된 대상인 법인세와 부동산세를 올려 땜빵하려고 했다. 공시가를 올려 재산세와 종부세를 소리소문 없이 더 거두어들였다. 연쇄 작용으로 집값이 너무 오르다 보니 젊은이들과 실소유자들을 패닉에 빠뜨려 영끌족을 만드는가 하면, 대출 규제를 통해 돈줄마저 막다 보니 집 못 가진 사람들의 절망감을 극도로 끌어올렸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을 갈라치고, 가진 자가 나쁘다고 색칠했다.

진보는 국내 정치적으로 갈라치기를 통해 정치적 인기를 높이면서 조용히 약탈공동체가 나눠 먹기 하는 데 주된 관심이 있었을 뿐, 국경을 넘어 국제사회에서 경쟁하고 한국을 강인하게 하고 시장을 개척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는 자기 고백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제라도 정신 바짝 차리고 경제 살리기에 여야가 힘을 합쳐보길 고대한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겸 국제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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