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통령 집무실 앞 확성기 시위 이대로 괜찮나
◆ 기고 ◆
그간 우리 사회에선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 보장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집회 중에 발생하는 '소음'이나 '과도한 교통체증'은 시민들이 감내해야 할 영역으로 인식되곤 했다. 하지만 선량한 시민들이 집단적 표현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을 참지 못하고 시정을 계속 호소해온 것 또한 사실이다. 용산 대통령 집무실 부근, 양산의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부근, 서초동 윤석열 대통령 사저 인근에서의 집회·시위로 국민 피해와 공익 침해 문제가 다시 제기되기 시작했다. 제3자의 기본권(평온권, 건강권, 통행권, 인격권, 학습권 등)이나 공익을 침해하는 집회·시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배경이다.
법리상 '기본권과 공공복리'가 충돌할 때 집회 주최자의 입장과 '일반 국민의 시각'을 조화시키는 게 관건이다. 우리 헌법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국가안보나 질서 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서는 필요한 경우 법률로써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제정된 것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일명 집시법이다.
올해 총 12건의 집시법 개정안이 발의됐는데, '집회금지장소'나 '집회소음'과 관련된 규정을 개정하는 법안들이 주다. 현행 집시법 제11조는 대통령·국무총리 등 헌법기관을 특별히 보호하는 차원에서 집회금지장소 규정을 두고 있다. 그 하나가 대통령 관저다. 문제는 대통령 집무실의 경우에는 집회금지장소로 규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전까지는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이 한곳에 있었다. 하지만 지난 5월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하고, 관저는 한남동에 자리 잡으면서 법적 공백이 생겼다.
대통령의 헌법적 지위와 집회금지장소 규정의 취지를 고려할 때 집무실을 대상에 포함하는 게 적절하다. 집회가 무제한으로 허용될 경우 원활한 직무 수행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 사저의 경우 헌법기관에 준하는 특별 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집회소음 규제를 통해 예우를 갖출 필요는 있을 것이다.
국회에서도 한목소리로 집시법 개정을 외치고 있다. 극렬히 대립하는 여야가 이처럼 뜻을 같이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중 경찰의 제한 조치를 위반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의 법안이 주목된다. 현행 집시법 제8조 제5항 제1호와 제14조, 동법 시행령 제4조, 제14조 등에 따라 경찰은 확성기 사용, 욕설 행위 등을 제한하는 조처를 할 수 있지만, 경찰의 제한을 따르지 않더라도 마땅한 제재 수단은 마련돼 있지 않다. 경찰의 제한 조치 위반에 대한 벌칙 신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비례의 원칙 내지 과잉금지의 원칙을 잊지 않고 입법하는 것이 타당하다.
집시법 개정의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피해 주민의 보호와 선진적 집회·시위 문화 정착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집회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를 전보(塡補)토록 하는 제도나 차량 확성기 피해가 발생할 경우 운전면허증을 몰수하는 미국의 입법례 등을 참고해 집회의 자유와 국민 기본권의 교차점을 찾아나갈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적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수단인 집회·시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사생활의 평온 등 타인의 기본권을 제한 없이 침해하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 집회 자유의 보장과 함께 국민 불편 해소의 요구를 반영한 집시법 개정이 시급한 시점이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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