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이태원 과거 일방통행” 김어준 방송발언 법정제재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 씨가 이태원 참사를 보도하면서 과거에는 사고 관련 거리에서 일방통행을 하도록 통제했다는 등 문제성 발언을 쏟아낸 데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법정제재 조처를 내렸다.
방심위는 22일 방송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를 열어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10월 31일∼11월 4일 관련 보도에 대해 법정 제재인 ‘주의’를 의결했다. 방심위 결정은 ‘문제없음’, 행정지도 단계인 ‘의견제시’와 ‘권고’, 법정 제재인 ‘주의’, ‘경고’, ‘프로그램 정정·수정·중지나 관계자 징계’, ‘과징금’으로 구분된다. 법정 제재는 방송사 재허가·승인 심사 시 방송평가에서 감점을 받는다.
문제가 된 방송 내용은 진행자 김어준 씨가 “과거 폴리스라인 치고 한쪽으로 통행하게 했다”, “마약 검거 치적이 우선이라 안전대책이 뒤로 밀린 것 아닌가. 우선순위 바꾸게 한 당사자는 대통령 아닌가?”라고 말한 부분 등이다.
방송소위는 위원 총 5명 중 3명이 주의, 1명이 행정지도 단계인 ‘권고’, 1명이 ‘문제없음’ 의견을 내 주의로 결정이 났다.
방송소위는 지난주 회의에서 뉴스공장 관련 안건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인 끝에 결론을 내지 못하고 제작진을 불러 이날 ‘의견진술’을 들은 뒤 제재를 결정했다. 이날 이 안건 하나에 대한 심의에만 의견진술 과정과 방송소위 위원들의 언쟁이 이어지며 1시간 넘게 걸렸다.
방송소위 위원 5명 중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윤성옥 위원만 ‘문제없음’을 주장해 다른 위원들 사이에 제재 여부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 다른 4명 중 김우석 위원은 국민의힘이, 이광복 소위원장과 황성욱 정민영 위원은 국회의장이 추천한 위원들이다.
김우석 위원은 의견진술을 하러 나온 ‘뉴스공장’ 제작진에게 그간 이 프로그램이 공정성 문제로 빈번히 방심위 심의에 올랐던 점을 지적하며 “제작진이 아닌 김어준 씨가 직접 당당하면 나오라고 말씀드리는데도 특별한 대응이 없고 근본적인 대책도 없어 진행자의 불균형이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성욱 위원도 “세금이 투입된 방송에서 최소한 프로토콜을 지켜 달라”면서 “나는 김어준 방송을 보면 우리 사회에서 진보적 가치를 왜 꼭 이런 식으로 방송해야 하느냐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윤성옥 위원은 “이태원 참사의 원인은 정부가 밝혀야 하는데 왜 이 자리에서 제작진이 입증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참사 원인에 대한 합당한 의혹 제기는 언론의 공적 책무”라면서 “우리가 공정한 방송을 요구하기 전에 공정한 심의임을 위원님들이 입증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은 “심의의 공정성을 입증하라는 말을 의견진술에 나온 당사자 앞에서 하는 게 맞는가 싶다”면서 “정부는 정부의 책임을 져야겠지만, 공영방송(TBS)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복 위원장은 논란이 이어지자 “닷새분 방송 중 상당 부분이 의혹 제기로 이어진 진행이었다”면서 “이 사람(김어준)이 무슨 의도로 이렇게 했는지 본인에게 확인하고 싶을 정도인 상황이라 ‘주의’ 의견에 동의한다”며 심의를 정리했다.
방송소위는 이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지난주 긴급 임시회의에서 의결을 보류했던 7건도 모두 처리했다. KBS1 ‘KBS 뉴스특보’(10월 30일), MBC ‘MBC 뉴스특보’(10월 30일), SBS ‘SBS 뉴스특보’(10월 30일)는 의견진술 요구 결정이, KBS1 ‘특집 KBS 뉴스 9’(11월 2일)와 KBS1 AM ‘주진우 라이브’(10월 31일, 11월 2일)는 위원들 의견이 엇갈려 전체 회의에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참사 현장 영상을 반복해서 보여준 점이 문제가 된 SBS ‘SBS 뉴스특보’(10월 30일)는 ‘권고’ 결정을, “다수의 언론이 가짜뉴스 등을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 점 등에 대해 민원이 제기된 TBS FM ‘신장식의 신장개업’(11월 1일, 11월 4일)은 ‘문제없음’ 결정을 받았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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