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쪼갤 때, 회사 합치는 메리츠의 ‘거꾸로’ 전략

김은정 기자 2022. 11. 2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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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브리핑]
지주·화재·증권 3社 나란히 상한가
메리츠금융 사옥

남들은 돈 되는 사업부를 쪼개 따로 회사 차리고 상장시켜서 돈 모으느라 바쁜데, 거꾸로 상장된 자회사를 모(母)회사로 합치고 상장 폐지한 회사가 등장했습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난 21일 주식시장이 마감한 시각에 공시를 통해 자회사인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100% 자회사로 편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지금은 지주가 화재를 59.5%, 증권을 53.4% 보유하고 있는데, 주식을 일정 비율로 맞교환해 내년 초 완전 자회사로 흡수한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해서 화재와 증권을 상장폐지시킨다는 계획입니다.

메리츠금융의 이날 발표는 증권가를 놀라게 했습니다. 오너가 있는 회사에서 ‘공식’처럼 반복되던 오너 지분율 높이기에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한진가(家) 막내아들 조정호 회장은 메리츠금융지주 지분을 현재 79% 갖고 있는데, 계열사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신주 발행이 이뤄지며 지분율이 약 47%로 떨어질 걸로 예상됩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주주가 지분율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의사 결정을 한다는 것은 시장이 예상했던 시나리오에 없었다”고 하더군요.

바꿔 말하면 오너 일가가 가족에게 회사를 승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나타낸 것이기도 한데요, 이미 김용범(화재)과 알렉산더 희문 최(증권)라는 두 명의 전문 경영인을 통해 보험과 증권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만큼, 전문경영인 모델로 성공하는 새 역사를 써보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김용범 메리츠지주 부회장 겸 메리츠화재 대표는 이번 조치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3개 계열사가 모두 상장돼 있는 경우 주총을 거쳐 배당받고, 이를 유상증자를 통해 재배치하는 데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걸리지만, 은행 계열 지주회사처럼 새로 바꾸면 이런 결정이 1~2주 안에 이뤄질 수 있다.”

공시 다음 날인 22일 메리츠 3사 주가는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그만큼 투자자들은 잘한 결정이라고 박수를 쳐준 셈입니다. 한국신용평가도 “그룹의 자본 효율화가 개선될 것”이라고 호평하는 등 전문가들 역시 보기 드문 결정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메리츠의 이번 결정이 어떤 성과를 낼 것인지 시장에서는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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