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 전수 조사 착수하더니...'태양광 대출' 쏙 들어간 이유는?
1억원 안팎 소규모 대출에 부실률 낮아
일부에선 "무리한 전 정권 때리기" 지적도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정치권에서 시작된 문재인 정부 당시 태양광 대출 부실 논란이 금융당국의 전수조사까지 이끌어내며 떠들썩했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이슈 자체가 잠잠해진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전수 조사 작업 자체도 한 달 넘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애초에 문제의 핵심을 잘 못 짚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한 고위 관계자는 “국무조정실이 전 정권의 탈원전 정책에 타깃을 맞춰 태양광 대출과 관련한 정책 자금 위법 실태를 조사하다가 이게 정치권까지 가세해 금융권 전체 태양광 대출 부실 문제로 확대됐다”며 “하지만 금융권의 태양광 대출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영세한 농민이나 어민 등에 대출이 집중돼 있어 애초에 정치권이 겨냥한 것과는 결이 많이 다르다”고 귀띔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7일, 금융권 태양광 대출·펀드 현황 집계 결과 지난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취급·설정된 규모가 총 22조7000억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출 연체율 및 고정이하여신비율은 높지 않은 수준이나, 정확한 건전성 상황은 보다 정밀하게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필요 시 현장 검사까지 실시할 방침도 시사했다.
당시 태양광 대출은 또 다른 금융권 부실의 뇌관으로 지목되며 정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은 금감원에서 제출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은행권에서 2017년부터 지난 6월까지 5년 6개월간 5조6088억원의 대출이 발생했고 이 중 1조4970억원가량이 담보물 가치를 초과해 부실 우려가 있고 회수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밝히면서 태양광 대출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웠다.
하지만 이에 대해 금융당국에서는 애초부터 이해할 수 없는 과장된 발표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태양광 사업의 구조는 패널을 설치하면 한국전력공사와 계약을 맺고 전기를 공급해 장기적이고 고정적으로 캐시플로우(현금 흐름)가 생기는 구조다”며 “단순히 담보가 부족하다고 해서 부실 가능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도 정부 차원의 태양광 대출 전수 조사가 애초에 전 정권을 지나치게 의식한 측면이 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태양광 대출이라는 게 활성화된 대출이 아니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절대 대충해 줄 수 없었다”며 “담보가 아니라면 국가의 보증서를 발급 받는 식으로 채권 보전을 해서 진행을 한 것인데, 부실을 지나치게 강조한 것은 전 정권 때리기를 위한 목적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느낌이 든다”고 언급했다.
태양광 대출 자체가 부실률이 현저히 낮은 데다 국조실의 실태 조사와 금융권의 대출은 전혀 결이 다른 사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국조실의 조사 대상은 대규모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과 관련한 정책 자금 착복 문제를 보기 위한 것이었는데, 금융권의 태양권 대출은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1억원 안팎의 대출로 전혀 결이 다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태양광은 해만 뜨면 수익이 나는 구조기 때문에 연체할 일이 거의 없고 그렇기 때문에 부실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며 “추가로 태양광 발전 사업은 투자 목적으로 대부분 하는 것으로 가계 부실로 연결될 가능성 역시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즉 정책 자금이 투입된 대규모 태양광 발전 사업에 대한 실태 조사를, 무리하게 자영업자 대상 태양광 대출로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하면서 불필요한 우려를 낳았다는 비판이다. 금감원은 금융권 태양광 대출 현황을 발표한 지 약 한 달 반의 시간이 지났지만 현황에 대한 데이터 보정 작업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연호 (dew901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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