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 수온이 3도 오르니 생긴 일

강한들 기자 2022. 11. 2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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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단풍돌산호(오른쪽)가 꽃총산호(왼쪽)의 기부에서 나온 기둥 부분을 감싸며 덮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세계적으로 희귀한 제주 연산호가 경산호와 서식지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현장 조사 결과가 나왔다. 환경단체는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 온도 급상승을 이유로 보고 있다.

녹색연합은 2022년 제주 바다 산호 서식지 모니터링 결과를 22일 공개했다. 녹색연합은 올해 1~11월에 매월 제주 인근 바닷속을 조사했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서귀포 남쪽 해역인 문섬, 범섬, 섶섬 일대에서 열대·아열대 경산호인 ‘빛단풍돌산호’ 서식지가 대규모로 확산했다. 빛단풍돌산호는 수심 5~20m의 바다 바닥에 2㎝ 정도 두께로 자라는 넓고 편평한 산호다. 윤상훈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빛단풍 돌산호가 베트남, 오키나와 등을 거쳐서 제주까지 북상해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서식지 분포를 보더라도 기후변화에 따라서 서식지가 북상하고 있다는 걸 추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 인근 바다의 수온은 최근 크게 올랐다. 올해 제주 표층 수온 일 최곳값은 마라도·서귀포에서 30도가 나왔다. 특히 가파도의 8월 평균 수온은 2018년에는 24.9도였으나 급격히 올라 올해는 28.1도가 됐다. 녹색연합은 “2010년 전후 제주도 주요 측정 지점의 8월 평균 수온이 대략 24도였음을 고려할 때 최근 10년의 제주 바다 수온 변화는 비정상적으로 급격하다”고 말했다.

‘빛단풍돌산호’ 같은 열대·아열대 지역에서 자라는 경산호가 천연기념물인 ‘제주연안연산호군락’의 연산호와 공생하지 못하는 상황도 생겼다. 산호는 바다의 바닥에 몸을 부착하고 사는데, 빛단풍돌산호는 바닥을 따라 자란다. 녹색연합의 조사 사진을 보면, 빛단풍돌산호가 확산하면서 해조류 중 하나인 감태의 뿌리 부분을 완전히 덮어, 감태가 생존하기 힘들었다. 서귀포 인근 바다에 서식하는 연산호 밤수지맨드라미 군체의 기둥을 완전히 덮은 사례도 있었다. 빛단풍돌산호에 밀려 군체가 바닥에서 완전히 이탈된 측맵시산호도 있었다. 밤수지맨드라미·측맵시산호는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법정 보호종이다.

밤수지맨드라미 군체(가운데)의 기둥 부분 주변을 빛단풍돌산호(주변)가 완전히 덮었다. 밤수지맨드라미는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법정보호종이다. 녹색연합 제공
총산호과의 측맵시산호(가운데)를 빛단풍돌산호(주변)가 완전히 덮으며, 측맵시산호의 군체가 바닥에서 이탈하고 있다. 측맵시산호는 멸종위기야생생물II급,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법정보호종이다. 녹색연합 제공

제주연안에 자라는 연산호 군락은 천연기념물이다. 문화재청은 홈페이지에 “제주연안 해역에 사는 산호 중 66종은 제주 해역에만 서식하는 특산종으로 수심 10∼30m의 암반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며 “특히 송악산 및 서귀포 해역은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연산호 군락의 자연 상태를 전형적으로 잘 보여주는 특징적인 곳으로 분포상 학술 가치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녹색연합은 제주 바다 산호 생태계가 급격히 연산호에서 경산호로 바뀔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녹색연합은 “제주 바다의 수온 상승 폭이 계속되면 열대/아열대 경산호 서식지 확산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환경부, 문화재청, 해양수산부 등 정부는 빛단풍돌산호, 담홍말미잘 등 열대/아열대 산호류를 기후변화 국가 생물지표종 목록에 포함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연구를 통해 제주 바다 해양생태계 변화에 의한 영향과 그 대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 연산호 군락의 모습. 열대·아열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주요 산호 군락지가 돌산호 중심의 ‘경산호’인데 비해 서귀포 문섬. 범섬 등 제주 남부 해역은 ‘연산호’ 군락지가 뛰어나며 국제적으로 희귀하다. 녹색연합 제공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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