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중국 견제 나선 해리스 미 부통령···“흔들림 없는 안보 동맹”

김서영 기자 2022. 11. 2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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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왼쪽)과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1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대통령궁에서 만나 회담했다. EPA연합뉴스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군대나 선박, 항공기에 대한 공격은 상호 방어 조약에 따른 미국의 대응을 촉발할 것이다.”(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미국 없는 필리핀의 미래를 상상할 수 없다.”(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박3일 동안 필리핀을 방문해 전 정권 시절 소원해진 양국 관계 회복과 남중국해 등 분쟁 지역에서 안보 협력 강화를 추진했다. 신냉전 구도 속 필리핀은 동남아시아에 영향력을 키우려는 중국과 이를 견제하려는 미국 사이에 낀 국가로 꼽힌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필리핀 방문 마지막 날인 22일(현지시간) 팔라완섬 푸에르토프린세사를 찾았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곳에서 어촌 주민 대표들과 해안경비대를 만났다. 그는 “경제적 기회를 창조하고, 해안 생태계를 지키고,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며 남중국해의 국제법과 규범을 지키기 위해 팔라완에 왔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번영은 이 물길을 매일 같이 통과하는 수십억 달러에 의존한다”며 미국이 이 지역의 미래에 “심대한 이해관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동맹으로서, 미국은 남중국해에서의 위협과 강요에 맞서 필리핀과 함께 한다” 언급했다.

이날 발언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싸고 필리핀의 손을 들어주며 중국을 견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팔라완은 남중국해와 바로 면하고 있으며, 난사군도(스프래틀리군도·칼라얀군도) 주변을 순찰하는 필리핀의 군사기지도 위치해 있다. 지난달 미국과 필리핀이 합동상륙훈련을 실시한 곳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해리스 부통령이 팔라완행을 예고했을 때부터 ‘중국에 메시지를 보내는 동시에 필리핀을 안심시킬 수 있는’ 행보로 주목받았다. 미 최고위급 인사가 팔라완을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필리핀 해안경비대가 22일(현지시간) 필리핀 팔라완섬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왼쪽)에게 MRRV-9701 함정을 안내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해리스 부통령은 21일 마닐라 대통령궁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흔들림 없는 안보동맹을 재확인했다. 그는 “우리는 남중국해 관련 국제 규칙과 규범을 지지한다”며 “필리핀 군과 선박, 항공기에 대한 무력 공격은 미국의 방어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남중국해(서필리핀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한 발언이다. 이에 마르코스 대통령은 “미국 없는 필리핀의 미래는 상상할 수 없다”고 답했다. 미국과 충돌하며 중국을 방문해 “필리핀은 미국과 다른 나라”라고 말했던 전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정책 기조와 거리를 둔 것이다.

양국은 또한 2014년 맺은 방위협력증진협정(EDCA)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DCA 강화는 필리핀에 미군을 순환 배치 형식으로 주둔시키고, 주둔 기지를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주둔 기지를 현 5곳에서 10곳으로 추가 건설하는 계획 또한 진행 중이다. 기지 후보 중엔 팔라완섬을 비롯해 대만과 가까운 카가얀주, 남중국해를 마주한 잠발레스주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안대로 EDCA 강화가 이뤄진다면 남중국해에서 미·중 긴장의 또 다른 발화점이 될 전망이다.

미 백악관은 양국 간 12개 이상 협력관계가 새로 시작될 것이라고 21일 밝혔다. 이는 안보외교뿐 아니라 보건·인권 등의 분야를 망라한다. 해양법 집행 지원, 남중국해에서 지속가능한 어업 지원, 미 무역개발국(USTDA)을 통한 필리핀 니켈 및 코발트 처리 시설 개발, 민간 원자력 에너지 협정, 인신매매 근절, 코로나19 백신 기부 등 보건 협력 강화 등이 포함됐다.

필리핀은 과거 두테르테 정부 시절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을 ‘개자식’이라 부를 정도로 사이가 험악했다. 하지만 지난 7월 취임한 마르코스 대통령은 미국에 친밀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또한 마르코스 정부를 통해 필리핀과 관계 개선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마르코스 대통령 당선 이후 축하 전화를 걸었으며, 마르코스 대통령이 부임 후 처음 방문한 주요국 또한 미국이었다.

중국은 이처럼 필리핀과 미국이 가까워지는 데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해리스 부통령의 필리핀 방문은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을 둘러싼 갈등을 부채질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필리핀과 다른 동남아 국가들은 미국이 ‘중국의 위협’을 퍼뜨리는 걸 보면서 이 지역의 안정을 진정으로 해치는 게 누구인지 깨닫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시아타임스는 “미국과의 오랜 동맹,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로 인해 ‘모두와 친구가 되고 누구와도 적이 되지 않으려는’ 필리핀의 열망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논평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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