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현실화 사실상 무산···자문위 “2020년 수준으로 낮춰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예고한 다음날인 22일 국토부 ‘공시제도개선을 위한 전문가 자문위원’이 공청회를 통해 “2020년 수준으로 현실화율을 낮춰야 한다”고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의 기존 제안내용을 수정발표했다.
앞서 국토부 발주 연구용역을 맡았던 조세연은 지난 4일 연구용역 공청회에서 “2023년 현실화율을 2022년 수준으로 동결할 것”을 제안했다.
유선종 건국대 교수(자문위원)은 22일 한국부동산원 서울강남지사에서 열린 ‘부동산 가격 현실화 계획 공청회’에서 “지난 4일 공청회 이후 공시가격이 시세를 초과하는 역전문제가 여러차례 보도되고, 2022년 종부세 대상인원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으며, 실거래지수도 역대 최대폭으로 하락했다”면서 “현실화 수정계획 재검토가 필요하며, 국민부담 완화를 위해 보유세 등 관련제도를 병행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불과 18일 사이 부동산 시장상황이 변했으니 현실화율 시점을 2022년이 아닌 2020년 수준까지 낮춰야한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내년에 적용되는 현실화율은 공동주택 기준으로 평균 69.0%로, 올해 71.5%보다 낮아지게 된다. 가격대별로는 9억원 미만 아파트에 적용하는 현실화율이 68.1%, 9억원 이상∼15억원 미만 69.2%, 15억원 이상 75.3%다. 올해와 비교해 현실화율이 9억원 미만은 1.3%포인트, 9억원 이상~15억원 미만, 15억원 이상은 각각 5.9%포인트 낮아진다. 9억원 이상 아파트가 조정의 수혜를 더 많이 보게 된다.
때문에 초고가 아파트는 보유세가 10%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면적 84.59㎡)는 보유세가 499만원에서 447만원으로 52만원 줄어든다. 아크로리버파크(전용면적 112.96㎡)는 1948만원에서 1692만원으로 256만원 줄어든다.
유 교수는 “최근 거래절벽이 심화되는 가운데 집값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부동산 시장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공동주택 일부에서는 공시가격이 실거래가격보다 높은 역전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역전현상은) 공동주택보다 가격민감도가 낮은 단독주택과 토지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제도의 수용성 차원에서 2022년 수준 현실화율 동결만으로는 부족하며 현실화계획 시행 전인 2020년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실화계획은 2020년 11월부터 추진된 만큼 2020년 수준으로 돌린다는 것은 사실상 현실화계획 자체를 무력화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는 그러나 현재의 초급매물 위주의 간헐적 하락거래가 곧 시세로 인식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려는 반영되지 않았다. 일부 극소수의 매물이 수 억원씩 하락거래되고 있지만 여전히 같은 단지 내 호가는 공시가격보다 높기 때문이다.
전임 정부는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맞추기 위해 공동주택, 단독주택, 토지별로 각각 목표기간까지 현실화율을 정해 공시가격에 반영해왔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평균 71.5%로 여전히 목표 현실화율(90%)에는 못 미친다.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낮추려면 공시가격을 올해보다 내려야 한다. 이 경우 종부세 등 부동산세가 올해보다 대폭 경감된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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