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원클럽맨→KT 우승 내야수…FA 신청한 선행왕 “가족 위해 나왔다” [오!쎈 인터뷰]
[OSEN=이후광 기자] 올 시즌 타율이 1할대에 머무른 신본기(33). 그러나 오랫동안 꿈꿔왔던 FA 신청의 순간을 미룰 순 없었다. 남편과 아버지만을 바라보고 있는 가족을 위해 과감히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기로 결정했다.
신본기는 지난 16일 KBO(한국야구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FA 승인 선수 명단 21인에 이름을 올렸다. 2022시즌을 마친 뒤 FA 자격을 얻은 그는 KBO에 FA 권리 행사 승인을 신청하며 모든 구단과 선수계약을 위한 교섭이 가능한 자유의 몸이 됐다.
OSEN과 연락이 닿은 신본기는 “올해 성적이 너무 안 좋아서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예전부터 FA 자격을 얻으면 꼭 신청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할 수 있을 때 신청을 해서 지금까지 해온 야구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고 싶었다. 물론 계약을 못하면 야구를 그만둘 수도 있지만 그런 부분까지 감수하고 신청을 했다”라고 FA 신청 배경을 밝혔다.
신본기는 경남고-동아대를 나와 2012 롯데 2라운드 14순위 지명을 받고 한 팀에서만 쭉 활약했다. 롯데 시절 탄탄한 수비로 ‘기본기’라는 별명을 얻었고, 2018년 139경기 타율 2할9푼4리 11홈런 71타점으로 타격에서도 제 몫을 해냈다. 프로 입단 후 기부 및 봉사활동을 꾸준히 펼치며 2017년 사랑의 골든글러브를 받기도 했다. 신본기의 또 다른 별명은 선행왕이다.
원클럽맨이었던 신본기는 지난 2020년 12월 트레이드를 통해 KT 유니폼을 입었다. KT는 당시 투수 최건과 2022년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을 롯데에 내주는 대신 신본기, 박시영을 영입하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신본기는 딕슨 마차도와 안치홍의 합류로 입지가 좁아지며 정든 롯데를 떠나 KT에 새 둥지를 틀었다.
경험이 풍부한 멀티 내야수 신본기는 KT에 큰 힘이 됐다. 작년 초반 황재균이 코뼈 골절, 박경수가 허리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공백을 훌륭히 메웠고, 한국시리즈에서도 3경기에 나서 생애 첫 우승반지를 거머쥐었다. 올해도 장준원, 오윤석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백업 역할을 수행했지만 시즌 성적은 74경기 타율 1할8푼2리 1홈런 8타점으로 저조했다.
신본기가 FA 신청서를 작성한 또 다른 이유. 바로 부산에 있는 가족 때문이었다. 5살 아들과 4살 딸의 아빠인 신본기는 “나는 홀몸이 아니다. 2년 동안 가족과 떨어져 지냈는데 이제 아빠, 남편의 역할을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계약을 해야 한다”라고 힘줘 말하며 “가족을 위해 시장에 나온 부분도 크다. 다년 계약을 해야 안정적인 미래 구상을 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신본기의 강점은 멀티 포지션 소화다. 1루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에서 탄탄한 기본기를 자랑한다. 여기에 프로 11년 동안 큰 부상이 없었고, 선행왕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인성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선수다. 선수 유출 없이 전력 보강이 가능한 C등급인 부분도 큰 메리트다.
신본기는 “비록 최근 3년간 많은 경기에 나가지 못했지만 그 동안 주전, 백업을 다해봤고, 다양한 포지션을 맡을 수 있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도 경험했다”라며 “구단에서 시켜주시는 역할도 안 가리고 다 할 수 있다. 현재 몸 상태도 너무 좋다. 이런 부분이 쌓여서 FA 자격을 취득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라고 자신의 장점을 어필했다.
C등급과 관련해서는 “내가 C등급이라 협상이 수월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한다. 높은 등급의 선수를 영입해야 전력 보강이 이뤄질 수 있다.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나를 필요로 하는 팀이 있으면 보상선수가 없어서 그런 부분에서는 수월하지 않을까 싶다”라는 시선을 보였다.
신본기는 현재 KT 구단의 배려 아래 수원KT위즈파크에서 개인 운동을 하며 영입 제안을 기다리는 중이다. 에이전트가 없는 신본기는 본인이 직접 협상테이블에 참석해야 하며, FA 시장 상황 상 현 시점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원소속팀 KT 잔류다. KT 또한 이번 스토브리그 최대 목표가 내야 뎁스 강화다.
신본기는 “지금은 나보다 A, B등급 선수들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들이 계약을 하고 난 다음에 내 차례가 올 것 같다”라며 “KT가 좋은 팀이고, 야구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어서 원소속팀에 잔류했으면 좋겠다. 이곳에 남지 못하더라도 FA 계약이 잘 마무리됐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라고 생애 처음으로 FA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그날을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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