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바디’ 정지우 감독 “첫 시리즈 힘들었다, 내공이 다른 영역”[EN:인터뷰①]
[뉴스엔 이민지 기자]
※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 11월 18일 첫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썸바디'는 애정, 집착, 살의의 하모니를 그려낸 서스펜스 스릴러다.
소셜 커넥팅 앱 '썸바디'를 매개로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개발자 김섬(강해림 분)과 그녀 주변의 친구들이 의문의 인물 윤오(김영광 분)와 얽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 '해피엔드', '은교', '유열의 음악앨범' 등을 연출한 정지우 감독은 '썸바디'를 통해 첫 시리즈 연출에 도전했다.
- 공개 후 반응을 찾아봤나 ▲ 전혀 찾아보지 않았다. 그걸 보고 마음이 흔들흔들 해서 작품에 도움이 될 게 없어서 전혀. 동료들이야 좋은 이야기를 문자로 보내주지 이상하다고 안 한다.
- 첫 드라마인데 기분이 어떤가 ▲ 예매 열린 순간 박스오피스가 공포스럽다. 넷플릭스 내부에 데이터가 있겠지만 우리에게 공유 되는 것도 아니고 해서 그보다는 훨씬 마음이 넉넉하다. 기분으로 치면 간질간질한 기분이다.
- 스크린이 아니라 TV 화면으로 나가는 영상을 만들었는데 ▲ 촬영, 편집할 때 모니터를 일부러 핸드폰으로 본다면 이 화면이 어떤 정보값을 갖게 될지 충분히 점검했다. 편집에서는 강박적으로 확인했다. 큰 화면에서는 정보가 되는데 작은 화면에서, 핸드폰에 얹어진 텍스트가 어느 수준으로 작아지면 정보가 아니더라. 내가 해본 일이 아니라 편집 템포를 잡는데 작은 화면을 꾸준히 참고하며 작업했다. 마음은 아쉬웠다. 더 공들여 만들었기 때문에 큰 화면으로 보면 좋을 수없이 많을 디테일들을 마음 써서 작업했는데 그것을 알아봐주시지는 못 할 것 같아서 그건 아쉬웠다.
- 어떤 관심사를 가지고 이런 스릴러를 만들었나 ▲ 거창한 목표를 계획적으로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 호기심이 생기고 궁금해져서 그렇게 된 것 같다.
- 어떤 호기심이 있었나 ▲ 이런 기회가 없었다면 장르적인 기획, 설정을 온전히 나로부터 시작은 안 했을 것 같다. 그 시작이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 이야기가 어찌 될 것인가 시작하고 보니까 결과적으로 내 그릇의 형태로 옮겨담으면서 기괴한 러브스토리가 됐다고 생각한다. 당황해서 담으려다 다 흘려버리진 않았다. 장르적인 관성들이 내 몸으로부터 너무 먼 것이었기 때문에 멀어서 생기는 호기심이라 보는게 맞는 것 같다.
- 기괴한 러브스토리를 그리고 싶었나 ▲ 그것이 내가 끝까지 흥미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란 걸 알게 됐다. 그때부터 두려움이 사라졌다. 아주 초기에는 두려움이 있었다. 처음부터 명백한 '러브스토리' 레이어가 있었기 때문에 나에게 제안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 시리즈 작업과 영화 작업, 가장 많이 달랐던 점은? ▲ 처음에 기회라 생각하고 기대했던 건 사람과 관계를 더 그릴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재밌겠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너무 좋았다. 그런데 작업 자체가 진짜 길더라. 우리가 100% 영화 스태프들이 작업했다. 100회 이상 영화도 해본 분들이 있었지만 그것과 이 드라마의 6개월은 밀도가 달랐다. 영화랑 똑같이 만들다 보니 쉽지 않은 면이 있었다. 지쳐가는게 보이고. 나만 그런게 아니라 OTT 시리즈를 한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들 그런 순간이 오더라고 하더라. 다만 이야기가 길어서 생기는 기회는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 시리즈를 촬영하며 가장 어려웠던 면은? ▲ 정말 힘든건 촬영이 안 끝나는거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사람들이 다 그렇게 보였다. 세트장에서 나왔는데 힘들어하지도 않고 화도 안내고 웃지도 않고 자기 일을 묵묵히 하고 있는데 '우리가 어떤 단계를 넘어갔나보다' 했다. 모두 감정이 없는 상태로 메커닉하게 움직이는 것이 새로웠다. 감독으로서 그럴 때 어려웠다. 나는 무심하게 가면 안되니까. 감정적인 장면마다 요동을 치고 있으니까 그럴 때 어려웠다. 대하사극은 어떻게 찍는지 궁금하더라. 믿어지지 않는다. 10대 배우는 어떤 순간에 키가 한 10cm가 자랄 것 같기도 하고. 내공이 다른 영역이라 생각했다.
- OTT를 통해 시리즈에 처음 도전한 감독들이 엔딩에 대한 고민을 많이 이야기 했는데 어땠나 ▲ 나도 정말 많이 들었다. 엄청 고민했는데 노력한다고 잘 되진 않았다. 내가 재밌었던 건 1화에 김용지 배우가 안나온다. 그런데 만약 드라마라면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 하더라. 주인공이 안나온다는게 말이 되냐. 나는 1화에 안나오는지도 몰랐다. 그런 관점을 가지게 된 후에 드라마를 보니까 진짜 심하게 집착들을 하시더라. 정말 '야...저런거구나. 저 정도의 문제구나' 이제 알게 됐다. 처음엔 몰랐고 편집에서 좀 수습했다. 신경 써야 한다는 강박적인 고민을 하긴 했다. OTT 아닌 드라마의 경우에는 짝수 화는 더 중요하다고 하더라. 한 주 뛰어넘어도 봐야할 정도는 되니까.
- OTT 시리즈에 앞으로도 도전할 생각이 있나 ▲ 영화를 만드는게 너무 어려워지고 있다. OTT가 쉽다는게 아니라 반찬 투정 할 때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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