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픽처] '썸바디', 올해의 문제작…호불호까지 감수한 파격

김지혜 2022. 11. 22. 11: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썸바디'를 하는 이유가 뭐예요?"

"사람들이랑 연결되고 싶어서요"

"어떻게요?"

"어떻게가 아니라 어떤 사람들이냐고 물어봐야죠"

섬(강해림)과 윤오(김영광)는 소셜 커넥팅 앱 '썸바디'로 만난다. 둘의 매칭에는 알고리즘이 작용했겠지만, 그들은 그들의 언어로 '연결'됐다고 표현한다. 이 앱의 개발자이기도 한 섬은 '썸바디'의 특징으로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면만 보여줄 수 있다고 말한다.

굳이 앱의 특성으로 강조하지 않아도 사람은 사람과 관계 맺기 할 때 보여주고 싶은 면을 보여주고, 보여주기 싫은 면은 숨기거나 말하지 않음으로써 배제시킨다. 이 드라마는 사람들과 연결되고 관계 맺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의 만남과 관계를 극단적으로 설정하며 파격의 화두를 던진다.

'썸바디'는 소셜 커넥팅 앱 썸바디를 매개로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개발자 섬과 그녀 주변의 친구들이 의문의 인물 윤오와 얽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 한 줄의 로그 라인에서 할 수 있듯 연쇄살인마와 그와 관계 맺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스릴러라는 큰 틀에서 이야기를 전개시키지만 8부까지 이어지는 드라마에서는 여러 장르적 특성을 만끽할 수 있다.

대중 문화에서 데이팅 앱은 주로 로맨틱 코미디 소재로 사용(가장 최근작은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됐다. 그러다 보니 긍정적 측면이 부각되기 마련이었다. '썸바디'는 데이팅 앱이 가진 양면성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며 긴장과 공포의 촉매로 활용한다.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고, 소통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매개로 데이팅 앱을 활용하고, 신원이 확실하지 않은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앱의 부작용까지 다룬다.

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릴 문제작의 등장이다. 불편할 수 있는 소재를 불쾌하다고 여길 수 있는 수위로까지 묘사하면서 묘한 흡입력과 함께 께름칙한 기분을 선사한다.

묘사를 축소하면서 에둘러가지 않고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살인 장면이나 범죄 현장을 긴장이나 스릴이라는 오락적 요소로 즐기기 쉽지는 않다. '인간에 대한 혐오', '묻지 마 살해' 등에 대한 비판을 담았겠지만 누군가에겐 분명 반감과 거부감을 살 수 있는 묘사다.

연출은 영화 '해피엔드', '사랑니', '은교', '4등', '침묵', '유열의 음악앨범' 등을 만든 정지우 감독이 맡았다. 데뷔 후 23년간 다양한 장르 안에서 인간 관계과 감정을 탐구해온 감독의 내공이 첫 드라마에서도 빛을 발한다.

대중 드라마를 만드는 감독은 대부분 '누구나 좋아할 작품'을 지향하겠지만 그 방식에 있어서 개성을 달리한다. 특히 표현에 있어서 개성을 죽이더라도 다수가 좋아하는 방식을 추구하기도 하고, 다수의 호응을 얻지 못하더라도 만든 이의 창작욕과 개성을 강화하는 경우가 있다. 정지우 감독의 '썸바디'는 후자를 지향한 것으로 보인다. 비슷비슷한 드라마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이 작품은 특별한 개성을 자랑한다.

정지우 감독은 '썸바디'에 대해 "스릴러라고 했는데, 더 바닥의 바닥까지 내려가 보면 기괴한 멜로드라마를 만든 셈이다. 소통하고 싶고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라고 말했다.

이 작품을 문제작이라고 하는 것은 영화가 다루고 있는 소재의 민감함과 묘사의 적나라함 때문이다. '썸바디'는 채팅앱을 통한 관계 맺기의 위험성을 보여주며 그로 인해 벌어지는 범죄 현장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또한 19금 장면들도 상당하다. 직접적인 성애 묘사는 물론이고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연출로 에로틱한 무드를 조성한다. 이를테면 낡은 오르간을 치는 섬과 윤오의 모습을 담은 장면 같은 것들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끌리는 것은 작품의 전반적인 만듦새와 뛰어나고,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촬영, 미술, 조명, 음악 등도 훌륭하다.

클래식한 피카레스크(악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독립된 각각의 이야기에 동일한 인물이 등장하여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전개하는 구성.) 구성을 띄는 '썸바디'는 성윤오라는 인물이 살인과 로맨스를 유발하며 흥미를 자극한다. 전도유망한 건축가라는 사회적 탈을 쓴 윤오의 내면은 파괴적이고 뒤틀린 욕망으로 가득하다. 잘생긴 얼굴과 훤칠한 몸, 매력적인 화술로 여성들을 손쉽게 유혹하는 윤오는 일말의 죄책감 없이 살인을 저지른다.

그의 살인 행각은 구체적으로 묘사되는데 반해 이유는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어쩌면 윤오에게 사연을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그에 대한 일말의 용서나 이해조차 차단하고자 하는 의도일 수도 있다.

김영광은 잘생긴 얼굴과 훤칠한 몸, 큰 입으로 만들어내는 함박웃음과 따뜻한 음성 등으로 로맨틱 코미디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낸 바 있다. 멜로 장르에선 긍정적 요소로 작용했던 매력들이 이 영화에서는 범죄의 유인책으로 사용된다. 그러면서 뒤틀린 욕망과 어둠을 표현하는 다채로운 표정과 파괴적인 감정연기를 더해 입체적인 살인마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특히 5화에서 썸원과 대화를 나누며 보여주는 표정 연기가 압권이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섬 역할의 강해림은 '썸바디'의 최고 수확이다. 6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으로 발탁된 강해림은 영민함과 백치미를 오가는 신비롭고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며 신인 답지 않은 존재감을 보여준다.

윤오와 마찬가지로 섬, 기은, 목원 역시 일반적인 시선에서 볼 때 평범하거나 일반적인 캐릭터라고 볼 수는 없다. 커넥팅 앱을 만들었지만 정작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아스피 섬,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누구보다 욕망에 솔직한 경찰 기은(김수연), 레즈비언 무당인 목원(김용지)은 관계 형성에 있어 어떤 식으로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인물로 디자인돼있으며 이들 개개인이 가진 성격도 평범을 넘어선 개성을 자랑한다. 이 여성들의 연대는 황폐하게만 느껴질 수 있는 드라마에 희망적 기운을 선사하며 보는 이들의 숨통을 트여준다.

섬의 채팅 친구로 등장하는 썸원도 인상적이다. 썸원은 컴퓨터에서만 구현되는 AI이만 섬의 삶 전체를 공유한다고 해도 무방한 캐릭터다. 윤오와 섬의 관계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을 때 다리를 놓으며 진전을 돕기도 한다. 푸른 사각형의 채팅창 안에 갇혀있지만 클래식한 폰트, 등장 시 나오는 효과음, 캐릭터를 부여한 대사 등으로 인해 어떤 이미지가 그려질 정도로 생동감 넘친다.

'썸바디'는 자극적인 장면 뒤에 남는 잔상이 상당히 짙은 드라마다.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외로움을 여러 캐릭터를 통해 다양한 형태로 보여준다. 감정에 대한 결핍과 몸에 대한 탐닉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쉽게 드러내지 않은 내면의 얼굴을 넓게 펼쳐낸다. 그 깊이 측면에서는 차이가 있겠지만 인간의 뒤틀린 욕망을 파격적으로 그린다는 측면에서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영화 '피아니스트'가 떠오르기도 한다.

다만 피해자인 섬과 기은이 가해자인 윤오에 대해 가지는 감정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감독은 오랜 시간, 다양한 방식으로 캐릭터를 입체화하며 이들의 환경, 상황, 성격을 보여주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감이 있다.

제목인 'SOMEBODY'는 이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화두들을 가장 잘 함축하고 있는 단어다. 단순히 '누군가'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썸(SOME)과 몸(BODY)이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연관 작용으로도 볼 수 있다. 혹은 누구나 각자만의 '섬'(island)에 살고 있는 현대인의 풍경을 은유하는 것 같기도 하다.

ebada@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