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쥐, 미키와 미니가 물속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까? 아마도 미키와 미니를 당장 건져내고, 쥐를 못살게 군 사람들에게 화를 낼 지도 모르겠다.
디즈니 캐릭터 미키와 미니의 탄생 94주년을 맞는 지난 18일(현지시각) 국제동물권단체 페타(PETA)가 동물실험 현실을 알리는 그림 한 장을 공개했다. 일러스트 속 미키와 미니는 물을 가득 채운 실험 도구 속에서 힘겹게 허우적대고 있다. 미니가 “미키, 나 익사할 것 같아”라고 말하자, 미키는 “오 미니, 이게 무슨 일이야”라고 답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동물의 사체, 잔혹한 장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페타는 이 작품이 동물에게 시행되는 강도 높은 실험 중 하나인 ‘강제 수영 실험’(Forced swim test)을 표현하고 있다고 전했다. 페타는 “쥐들이 물에 빠져 죽어가는 이 작품은 환상이 아닌 현실을 묘사한 것이다. 강제수영 실험에서 실험 쥐들은 익사 직전의 공포와 공황을 경험하고, 빠져죽지 않기 위해서 용기의 가파른 측면을 기어오르려고 하거나 물 속으로 잠수한다”고 말했다.
강제 수영 실험은 국내서도 꾸준히 시행되고 있다. 한국 휴메인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이하·한국 HSI)에 따르면, 실험 쥐를 이용한 강제 수영 실험은 1970년 시행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계속 이뤄지고 있는 동물실험이다. 이 실험은 실험 쥐를 강제로 물에 빠뜨려 수영을 하도록 만들면서 사람의 우울증과 관련한 호르몬을 관찰하거나, 기능성 식품을 개발하는 프로젝트 등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실험으로 얻은 데이터가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되진 않는다는 게 한국 HSI의 설명이다. 서보라미 정책국장은 “강제 수영 실험을 통한 데이터가 사람에게 과학적으로 효용이 없다는 것은 논문으로도 밝혀진 바 있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한국 정부는 이러한 동물실험을 포함한 연구과제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국장은 “늘 해온 동물실험이기 때문에 계속 되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이제는 정말 사람에게 유용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동물대체시험법이 하루빨리 시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물대체시험이란 동물을 실험에 사용하지 않으면서 첨단기술을 이용해 의약품, 화장품 등의 안정성 및 효과성을 평가할 수 있는 과학적인 시험법을 말한다. 지난 2020년 12월 동물대체시험 기술 개발의 근거와 방안을 담은 ‘동물대체시험법 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의 대표발의로 국회에 제출됐으나 아직까지 계류 중이다.
지난 21일 남인순 의원은 이러한 동물대체시험법 발의 노력을 인정 받아 ‘2022년 러쉬 프라이즈’ 정치 공로 부문상을 수상했다. 러쉬 프라이즈는 영국의 친환경 생활용품 ‘러쉬’가 화학물질 평가에 동물대체시험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를 선정하는 시상식이다. ‘동물대체시험 분야의 노벨상’이라고도 불린다.
한편, 올해 러쉬 프라이즈의 수상자에 포함된 뉴질랜드 동물실험반대협회(The New Zealand Anti-Vivisection Society) 또한 뉴질랜드 내 강제 수영 실험을 전면 금지시키는 등 동물실험 종결을 위해 힘쓴 성과로 상을 수상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21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운영 및 동물실험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서 사용된 실험동물의 수는 총 488만 마리로, 실험에 가장 많이 동원된 종은 설치류 353만 마리였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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