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북 해킹 차단, 3축 체계만큼 중요하다

2022. 11. 2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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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20년 전 각종 정보기관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국내 최초로 '북한의 IT 발전 전략과 강성대국 건설' 제하의 책을 출간했다.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최근 "북한은 단 한 건의 해킹으로 상반기에 발사한 최소 40차례의 미사일 발사 비용 전체를 벌게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2019년 북한의 해킹 조직 라자루스 등을 제재했고, 이듬해에는 정찰총국 소속 해커 전창혁과 김일 등을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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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필자는 20년 전 각종 정보기관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국내 최초로 ‘북한의 IT 발전 전략과 강성대국 건설’ 제하의 책을 출간했다. 올해 초 20년 동안 북한 동향을 추적해 개정판을 냈다.

김정일은 1998년 ‘단번도약(great leap)’이라는 전략으로 IT 발전을 역점 정책으로 추진했다. 초기에는 경제발전에 IT를 활용한다는 세계적인 추세에 동참한다는 명분이었으나, 2000년대 중반부터 군사력 증강과 해킹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군사 정보를 해킹하는 미림대학을 신설하고, 2016년 4차 핵실험 이후 유엔 대북 제재로 점차 쪼들리는 군사비를 마련하기 위해 본격적인 해킹에 나섰다. 북한 정찰총국 산하에 7000명의 해커가 세계의 암호화폐(cryptocurrency) 곧 가상화폐(virtual currency) 같은 디지털화폐를 강탈 중이다.

미국의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는 북한이 지난해 모두 4억 달러(약 5400억 원) 규모의 가상화폐를 해킹한 것으로 집계했다. 북한 정찰총국 산하 ‘라자루스’라는 집단이 주도했다. △2014년 북한 체제를 조롱한 영화를 제작한 미국 소니픽처스 해킹 △2016년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해킹 △2017년 랜섬웨어 ‘워너크라이’ 유포 △2019년 인도 현금인출기 공격 등을 저질렀다. 수법은 날이 갈수록 고도화해 탐지가 쉽지 않다. 아일랜드 가상화폐 업체인 코인컵은 북한이 지난 5년간 해킹한 금액이 16억 달러라고 밝혔다. 다양한 가상화폐를 섞어 해킹한 뒤 이를 여러 차례에 걸쳐 세탁하고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플랫폼을 사용했다.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최근 “북한은 단 한 건의 해킹으로 상반기에 발사한 최소 40차례의 미사일 발사 비용 전체를 벌게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올해 북한의 미사일 비용을 4억∼6억5000만 달러로 추산하고 “북핵 위협 근저에 암호화폐 탈취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요컨대, 올해 36차례의 미사일 발사 비용이 해킹으로 조달되고 있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에 커다란 블랙홀이 있다는 의미다.

미국은 2019년 북한의 해킹 조직 라자루스 등을 제재했고, 이듬해에는 정찰총국 소속 해커 전창혁과 김일 등을 기소했다. 하지만 북한의 가상화폐 해킹 및 탈취 규모는 빙산의 일각만 알려지고 사이버상에서 추적이 쉽지 않다.

북한은 지난 18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쏘아 올렸다. 이에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은 ‘위험천만하고 불법적이며, 무모한 행동을 깊이 우려한다’는 성명을 냈고, G7 외무장관들도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렸던 유엔 안보리는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비토권 행사로 아무런 결론도 없이 22일 산회했다.

거대한 사이버 범죄 조직인 북한의 치밀한 해킹을 막지 못하면 평양의 위험한 군사 도발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지상에서 발사되는 핵미사일 못지않게 가상세계에 대한 대비책이 균형 있게 마련돼야 한다. 눈에 잘 안 보이는 해킹의 시대에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민·관의 협력 및 국제 공조를 통한 대응 노력이 미사일 방어를 위한 3축 체계 구축 등 첨단무기 도입 못지않게 중요해졌다. 구제 불능 수준인 북한의 위협을 막아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불가피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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