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민들레’의 민들레 모욕

2022. 11. 2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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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는 포공영(蒲公英)으로도 불린다.

마당에 핀 민들레를 의미하는 옛말로 밤하늘의 별처럼 아름다워 '땅의 별'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다년생 초인 민들레는 실제로 강인한 생명력을 갖고 있다.

자기만 옳다는 선민의식과 편향적 인식에 매몰돼 민초에 고통을 안겨주는 매체가 '민들레'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별처럼 아름답고 일편단심인 민들레에 대한 모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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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논설위원

민들레는 포공영(蒲公英)으로도 불린다. 마당에 핀 민들레를 의미하는 옛말로 밤하늘의 별처럼 아름다워 ‘땅의 별’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관련 전설도 있다. 옛날에 평생 단 한 번의 명령밖에 내릴 수 없는 운명을 가진 왕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운명을 결정한 별들을 원망하다 복수를 결심한다. 그는 밤하늘의 별을 향해 “모두 하늘에서 떨어져 땅에서 꽃으로 피어나라”고 명령했다. 순간 밤하늘의 별들이 떨어져 노란 꽃으로 피어났다. 그래도 분이 가시지 않는 왕은 양 떼를 몰고 가 꽃들을 사정없이 짓밟게 했다. 그러나 모질게 생명을 이어간 꽃이 민들레다.

다년생 초인 민들레는 실제로 강인한 생명력을 갖고 있다. 뿌리를 동강 내더라도 각각의 뿌리에서 싹이 튼다. 땅 위에 바싹 붙어 자라는 잎과 달리 땅 속의 뿌리는 곧고 깊게 박혀 있고 거의 인삼만큼 자라는 경우도 있다. 살짝 바람만 불어도 사방으로 흩날리는 민들레 갓털은 아스팔트의 작은 균열이나 아파트 난간의 한 줌 먼지에서도 꽃을 피운다. 그래서 민초(民草)의 상징으로 꼽히기도 한다. 가수 조용필이 민들레를 ‘일편단심’이라고 노래한 것은 번식의 특성 때문이다. 토종 민들레는 서양 민들레의 꽃가루 총각이 찾아와도 절대 받아들이지 않고 토종 민들레의 꽃가루 총각만을 기다린다. 토종 민들레는 양성화(兩性花)이지만 다른 꽃의 수분을 받아야 씨앗을 맺는다. 짝을 만나지 못하면 수절을 한다. 반면 서양 민들레는 다른 종을 받아들이기도 하고 여의치 않으면 양성화의 장점을 활용해 자가 수분을 해버린다.

최근 정치권에서 민들레가 논란이 되고 있다. 친야 성향 온라인 매체 ‘민들레’가 지난 14일 유족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희생자 155명의 이름을 공개하자 유족은 물론 국가 인권 관련 기관, 시민단체 등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선 것. 민들레는 유족이 희망하면 이름을 삭제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지만 삭제를 요청하는 유족에게 홈페이지 가입이나 신청자 신분증 사진을 요구해 또다시 빈축을 샀다. 자기만 옳다는 선민의식과 편향적 인식에 매몰돼 민초에 고통을 안겨주는 매체가 ‘민들레’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별처럼 아름답고 일편단심인 민들레에 대한 모욕이다. 더구나 민들레의 꽃말은 ‘감사하는 마음’ ‘내 사랑 그대에게 드려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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